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 낭만과 상실, 관계의 본질을 향한 신경과학자의 여정
스테파니 카치오포 지음, 김희정 외 옮김 / 생각의힘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자서는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을 알게 되는 사랑.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사랑에 눈이 멀었다, 첫눈에 반했다, 한 번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사랑했다 잃어버리는 게 낫다 등 오래된 이야기들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좋은 사랑은 왜 식을까요. 산산조각난 마음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을 포함해 현대 과학이 사랑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책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Wired for Love)>. 낭만적 사랑을 담당하는 회로를 발견한 신경과학계의 세계적인 권위자 스테파니 카치오프가 들려주는 사랑의 모든 것을 만나보세요. 


'내 심장을 다 바쳐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를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다시 쓰면 '오늘부터 나는 내 온 뇌를 다해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가 됩니다. 궁극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능력은 뇌이지만 낭만과 열정은 심장의 일로 치부해왔습니다. 


이 책의 주된 사례는 바로 신경과학자인 저자 본인입니다. 영원히 싱글로 사는 것이 운명이라 믿으며 살아온 그는 서른일곱에 실험실 밖에서 큰 사랑을 만납니다. 그리고 7년간의 결혼생활을 하게 합니다. 과학의 눈으로 관찰한 사랑에서 인간적인 눈으로 사랑을 보는 방법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 뇌를 깊이 들여다보며 마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 여정을 보여줍니다. 


길이 15cm 정도에 약 1.36kg의 뇌. 그 안에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존재하고 신경세포 간의 연결이 이뤄져 있습니다. 각각의 활동을 담당하는 회로를 식별해나가는 신경과학자들 덕분에 우리는 뇌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스테파니 역시 신경과학자로서 사랑을 연구하면서 싱글의 삶이 오히려 객관적 거리 유지에 도움이 될 거라 믿어 왔습니다. 처음엔 뇌 장애 회복과 관련한 연구를 했는데 뇌졸중 환자의 회복을 돕다가 사랑의 힘이 중요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사건이 생겼습니다. 


그로부터 사랑이 손상된 뇌를 회복시키는 것뿐 아니라 건강한 뇌를 더욱 확장시키는 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연구를 하게 됩니다. 연구를 할수록 사랑이 심오하고 신비한 방식으로 뇌에 영향을 주는 매우 복잡한 현상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상대방이 내 스타일인지 200밀리초 사이에 판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화면을 왼쪽으로 스와이프하는 것보다 더 빨리 마음을 정하는 겁니다. 사랑에 빠지면 생물학적 불꽃이 터집니다. 도파민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하고, 노르에피네프린은 터널시야를 만들고, 세로토닌이 떨어지면서 강박장애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옥시토신으로 공감과 신뢰를 하게 됩니다. 


물론 사랑에 대한 연구는 쉽지 않았습니다. 사랑에 관한 신경 기반을 연구하는 것이 애초에 의미가 있기나 할지 의문을 갖는 동료 신경과학자들의 회의적인 관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연구비 지원서를 제출할 때도 사랑이라는 단어 대신 관계 형성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사랑의 두뇌 지도를 완성하면서 사랑이야말로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특징들과 함께 진화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단지 감정일 뿐 아니라 사고방식이기도 하다는 것을요. 낭만적 사랑은 모성애와도 달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자신만의 사랑이 특별하다고 생각할 테지만 사실 생물학적 차원에서 사랑은 그것을 느끼는 주체에 관계없이 같은 형태였다고 합니다. 태어난 곳이 어디이든, 동성애자든 이성애자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전환자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특별한 존재라면 이 사랑의 회로에 똑같은 방식으로 불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렇게 사랑 박사로 알려진 저자는 신경과학 학회장에서 외로움 박사로 알려진 신경과학계의 스타 존 테렌스 카치오포 박사를 만납니다. 그가 자신의 삶을 바꿔 놓으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관계를 연구하는 두 명의 신경과학자는 그렇게 장거리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기에 이릅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는 신경생물학적 차원에서 그들의 사랑 여정을 보여줍니다. 사랑과 욕망의 근원이 되는 뇌의 영역과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당시 존은 60세, 스테파니는 37세였습니다. 나이 차이에도 과학을 바탕으로 한 그들의 관계는 혼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수준의 창의성을 발휘하며 더 나은 생활을 이끌어가게 됩니다. 행복하게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생산적으로 사랑합니다. 하지만 존은 생존 확률이 지극히 낮은 희귀암을 진단받게 됩니다. 지독한 수술과 치료를 이어가는 동안 고난 앞에서 계속 싸울 힘을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함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랑이 어떻게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끌어내고 스트레스를 진정시키며 실제로 치료에도 도움되는지를 알게 됩니다. 문제가 있는 관계에서는 이런 보호 효과가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도요. 이런 이야기들은 모든 관계의 질과 만족도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 더불어 건강한 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여러 위험요소들을 피해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들려줍니다. 


사랑을 지키려고 노력해도 다양한 이유로 사랑을 잃기도 합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 분리될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스테파니는 존의 사망으로 지독하게 겪게 됩니다. 감정적 뇌와 인간의 심리에 관해 알고 있던 모든 지식은 존의 죽음 앞에 의미가 없어 보일 만큼 무력감에 빠집니다. 앞으로 의미 있는 삶이라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극심한 고통과 혼란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애도가 필요했습니다. 어떻게 슬퍼해야 하는지, 어떻게 회복 탄력성을 살릴 수 있는지 그가 겪은 시간들을 통해 깨달은 것들을 들려줍니다. 


사랑의 신경과학을 다룬 뇌과학 도서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한 사람을 향한 사랑과 열정을 뇌의 관점에서만 다루는 게 아니라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해야 하는, 훨씬 광범위한 개념이라는 걸 보여줌으로써 사랑을 예찬하고 사랑의 힘을 이야기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