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폴리스맨
베선 로버츠 지음, 민은영 옮김 / 엘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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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영국 브라이턴과 1999년 피스헤이븐을 오가며 세 사람의 사랑을 그린 소설 <마이 폴리스맨>. 수십 년이 흐른 시점에서 눈부시게 찬란했던 젊음의 열정과 아픔을 소회하는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세 사람의 관계는 이 사회가 정의하는 보편적인 사랑의 관계를 벗어납니다. 


부부인 경찰관 톰과 교사 매리언 그리고 톰을 사랑한 학예사 패트릭. <마이 폴리스맨>은 퀴어 소설입니다. ​영국 가수 해리 스타일스와 골든글로브상 수상 배우 엠마 코린의 주연으로 영화화된 덕분에 이미 이 사랑의 형태는 대중에게 알려진 상태입니다. 예고편을 보니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들 만큼이나 저는 중, 노년 시기를 연기한 배우 세 분도 무척 마음에 들더라고요. 50년대와 99년의 톰, 매리언, 패트릭을 연기한 배우들 모두 2022년 토론토국제영화제 트리뷰트 어워드(연기 부문)를 수상했다고 합니다. 


'나는 이제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다.'라는 고백의 일기를 쓰는 매리언.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했던 '당신'의 정체는 바로 뇌졸중으로 청각만 남은 채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 도 못하는 패트릭입니다. 매리언과 톰이 살고 있는 집으로 패트릭을 데려와 돌보면서 매리언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토록 톰과 함께 하고 싶었던 삶을 이제서야 함께 하게 된, 하지만 그가 바랐던 모습이 아닌 침대에 누워만 있게 된 패트릭을 바라보면서요. 


매리언은 어린 시절 친구 오빠인 톰에게 한눈에 반하며 톰을 향만 갈망을 가슴에 품습니다. 친구는 "톰은 좀 달라, 매리언."하며 분명 톰에 대해 힌트를 줬었지만, 당시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매리언의 회상으로 진행하는 1장은 톰과 매리언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에 따라붙는 다른 모든 것에 대한 설명입니다. 다른 모든 것에 바로 패트릭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경찰관이 된 톰과 교사가 된 매리언, 그리고 톰이 소개해준 박물관 학예사인 패트릭까지 셋은 곧잘 어울려 다니게 됩니다. 톰의 동생은 또다시 말합니다. "톰은, 그러니까, 다른 남자들과 다르다고...". 하지만 행복에 취한 매리언에게는 그런 말이 들리지 않습니다. 커밍아웃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은 은연 중에 알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사가 나오지만 톰과 매리언의 결혼으로 인해 바뀔 수 있다고, 또는 그동안 자신들이 잘못 생각했었구나 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2장은 패트릭의 시선으로 진행합니다. 어떻게 톰을 만나게 되었는지 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이름을 특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마이 폴리스맨이라고 씁니다. 빛이 날 정도로 아름답고 힘찬 톰의 모습에 끌린 패트릭. 그리고 그의 영역에 들어온 톰. 그들의 관계는 동성이라는 것만 빼면 여느 사랑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성소수자는 성범죄자였습니다. '사회가 고립과 두려움과 자기혐오의 나락으로 밀어낸 사람들을 가리키는' 동성애자의 삶.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고 감옥에 갇히며 사회적 낙인을 찍힙니다. 경찰관 톰은 사회가 용인한 교사 아내와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패트릭의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자신이 톰에게 줄 수 없는 안전, 품위, 승진 기회... 이런 것들을 매리언은 줄 수 있기에 톰을 '공유'하는 패트릭의 복잡한 심정이 잔잔하게 이어집니다. 


남편에 대한 배신감, 남편의 연인에 대한 증오... 매리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들의 관계에 개입합니다. 물론 그 결과는 생각보다 쓸쓸했습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독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마이 폴리스맨>. 톰의 목소리로 직접적으로 들려주는 파트는 없지만, 매리언과 패트릭의 시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톰의 의지와 불안을 엿볼 수 있습니다. 


놀라운 건 이 이야기는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데 있습니다. 중대한 성적일탈 행위, 부자연스러운 행위로 취급 당했던 동성애를 하고 감당해온 인물들의 이야기 <마이 폴리스맨>. 미화하는 것 없이 그려지고 있는데도, 먹먹한 상실의 이야기임에도 연민의 아름다운 감정이 맴도는 결말까지 완벽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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