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 유병재 대본집
유병재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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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역사의 한 획을 그을만한 시트콤 <유니콘>. 쿠팡플레이에서 총 12화로 방영된 드라마입니다.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제작진과 유병재 극본, 배우 신하균의 시너지가 제대로 폭발한 <유니콘>을 이제 대본집으로 만나보세요. 캐릭터들의 매력은 물론이고 유병재 특유의 블랙코미디 감성이 더해져 배꼽 잡고 봤던 드라마여서 대본집이 나올까 기대했던지라 정말 감동이~


북폴리오에서 출간된 유니콘 오리지널 대본집은 초기 기획안 내용과 최종 대본, 비하인드 스틸 등을 담았습니다. 초한 한정 굿즈가 저세상급 비주얼이라 빵 터졌어요. '작지만 유병재 등신대'! ㅋㅋ 유니콘 명대사 스티커도 소중합니다~ 


<유니콘>은 스타트업을 배경으로 하는 '시작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매회 깨알 반전들이 등장해 폭풍 웃음을 선사합니다. K-직장인들의 현실과 이 시대의 불안과 우울함을 고스란히 반영한 에피소드도 명품입니다. 


유니콘은 스타트업 중 기업 가치가 1조 이상인 큰 성공을 거둔 비상장 기업을 부르는 용어입니다. 2000년대 전후 벤처 열풍이 불었던 한국은 금융위기로 암흑기를 거쳤고, 2010년대 이후 또다시 스타트업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일본식영어인 벤처 대신 영어권 명칭인 스타트업으로 용어만 바뀌었을 뿐 꾸준히 K-스타트업의 분투기는 이어졌습니다. 


습관적 피보팅, 수평 문화를 위한 영어 이름,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야근 금지, 혁신이란 명칭을 붙인 이름만 근사한 부서... 스타트업 종사자라면 고개 끄덕일 만한 상황 속에서 직장인의 리얼한 현장을 반영한 <유니콘>. 특히 캐릭터 매력이 빠질 수 없는데요. 허세 작렬이지만 밉지 않은 CEO 스티브 (신하균 배우)를 주축으로 직원들의 다양한 개성이 어우러져 펼쳐집니다.


금수저 집안의 미운 오리 새끼인 스티브는 법률가 집안에서 홀로 IT 쪽으로 빠져 일명 고스펙 백수 골칫덩어리 신세입니다. 닷컴 버블 붕괴도 맞아보고, 공동 창업자로부터의 배신도 맛보며 실패를 거듭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살길을 마련합니다. 혁신이란 이름으로 멈추지 않고 끝없이 도전합니다.





현재는 맥콤의 CEO로 인간의 뇌파를 제어하는 기술을 실용화한 단계입니다. 두둥! 생각만으로 물건을 조종한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기술인가요. 드론까지도 멋지게 날려 보인 데모데이 현장. 그런데 뇌파 기술을 실용화한 시제품의 정체는 바로 '챠브네~'. 안마의자보다 더 덩치가 큰 다운펌 기계였습니다. 이 장면을 영상으로 보면서 얼마나 크큭댔던지. 거창한 혁신을 꿈꾼 비전이 실용화될 때의 괴리감을 이토록 역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유병재의 극본과 연출력에 감탄했던 1화였습니다. 


유병재의 입담은 대사에서 고스란히 만날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일에는~ 관심이 있겠고... 관심 없는 일엔... 영~ 관심이 없구만?" 같은 허당끼 작렬하는 멘트도 수두룩하고, 그에 못지않게 "실패는... 넘어진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 머무는 것입니다."처럼 폭풍 감동을 주는 명대사도 많습니다. 


성실한 일잘러이자 돈벌레 애슐리, 허영심 쩌는 비서 제시, 인간 빅데이터이자 바이럴 마케팅의 고수 캐롤, 예쁜 고문관 필립, 너드 개발자 곽성범, 일 빼고 유행을 선도하는 모니카 등 맥콤의 직원들은 현실에 그와 비슷한 사람이 꼭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특히 청년 창업 성공 신화를 이뤘지만 대기업급 스타트업에 인수 합병된 이후 의욕이 떨어진 제이가 맥콤에 들어오게 된 비밀이 숨겨진 채 진행되고 있어 흥미를 돋웁니다.


"이 이야기는 '시작'으로 '끝'낼 것이다."는 기획의도를 지킨 유병재 작가의 <유니콘>. 착한 기업으로서의 유니콘 분투기는 하이킥 이후 최고의 시트콤으로 칭할 만큼 웃음과 힐링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결과물로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몇 화인지, 쓰면서 가장 웃겼던 대본은 몇 화인지, 유병재 작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몇 화인지... 에피소드마다 유병재의 아이디어 스케치를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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