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인과 바다 - 노인이 소년에게 남기고 싶은 것
고민곤 지음 / 좋은땅 / 2022년 7월
평점 :

노벨문학상, 퓰리처상 수상자 헤밍웨이의 마지막 소설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 필독서로 읽을 땐 줄거리만 대충 훑은 느낌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다시 읽으니 비로소 고전의 맛을 느끼게 됩니다. 문학박사 고민곤 저자는 <노인과 바다 : 노인이 소년에게 남기고 싶은 것>을 통해 <노인과 바다>에 담긴 삶의 지혜를 들려줍니다. 한 권의 책을 깊이 있게 읽는 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노인과 바다> Part 1~4까지 소설 흐름을 따라 전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생각보다 짧은 중편소설 분량이어서 원서 읽기 도전하기 좋은 책입니다. 그래서 문학적으로 번역하진 않고, 요약하듯이 들려주는 해설이 오히려 저는 만족스러웠어요. 한 파트가 끝날 때마다 좀 더 깊이 있게 파고듭니다. 문학 작품을 분석하는 이와 같은 방법을 모든 책마다 할 필요는 없지만,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고방식을 갖출 수 있도록 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늙은 어부가 청새치를 잡고선 애써 잡은 고기를 상어에게 다 뜯겨먹히고 빈손으로 털레털레 돌아온다... 이걸로 과연 끝일까요. 도대체 이 소설 안에는 어떤 가치가 담겼길래 퓰리처상을 받고,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걸까요. 헤밍웨이의 간결하고 함축된 작법 스타일로 인해 분명 읽기는 읽었지만, 줄거리만 슬쩍 아는 느낌으로 끝냈다면,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의미를 이번 기회에 만나게 될 겁니다.
쿠바의 작은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고기를 잡지 못하는 가난한 늙은 어부인 노인. 모터를 단 배를 끌고 돈이 되는 거라면 무작정 잡아들이는 실용적인 어부의 삶을 거부합니다. 그는 손수 노를 저어 조류의 힘으로 바다로 나갑니다. 그러다 보니 수십 일째 고기 한 마리 잡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어마어마하게 큰 청새치를 잡게 된 겁니다. 청새치를 잡는 과정은 따분함과 다이내믹한 긴장감이 맘껏 교차합니다. 낚싯줄에 걸린 청새치가 힘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노인의 지혜와 의지가 펼쳐집니다. 두려움 속에서도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노라 다짐합니다. 하지만 상어들이 연이어 몰려올 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무려 3일 동안의 노인의 투쟁은 그저 고기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정체감을 지키는 일과도 같았습니다.

고민곤 저자는 이 노인뿐만 아니라 노인을 돌봐주는 소년(이라고 하지만 아이가 아니라 젊은 청년입니다)에게도 초점을 맞춥니다. 저도 예전에 읽었을 땐 노인에게만 집중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소년이 갖는 의미를 배우게 됩니다. 소년은 "나는 아직 배울 게 많아요. I still have much to learn." 하면서 노인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려고 합니다. 노인은 실패했지만 어부의 정체성을 지켰다는 것도 소년이 오히려 일깨워줬습니다. 노인이 소년에게 전하고 싶었던 삶의 가치를 소년은 기꺼이 받아서 이어가려고 합니다. 정신적 성취, 삶의 성공, 정체성, 신념, 인내, 존엄... 그리고 자연계의 순환 속에서 바람직하게 개인의 삶을 보완할 수 있는 삶 말입니다. 우리가 겪는 고통이 없이는 성장도 없다는 말이 입바른 말처럼 느껴지고 허공 속에서만 맴돌았다면, <노인과 바다>는 그 이유를 선명하게 보여준 셈입니다.
<노인과 바다>를 깊이 읽으며 헤밍웨이가 만들어 낸 그 유명한 빙산 이론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빙산은 전체의 일부만 보여주기에 위엄을 지닙니다. 글을 쓸 때도 최소한의 표현으로 보여준 헤밍웨이. 독자는 빙산 윗부분만 보지만 그 아래를 이해해야 풍부한 감상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고민곤 저자는 원문에 깃든 수많은 빙산 아랫부분을 짚어줍니다. 헤밍웨이의 생애, 쿠바의 문화, 경제, 역사적 배경, 종교적 의미 등을 통해 깊이 읽기가 가능해집니다.
하나의 문학 작품을 심도 있게 읽는다는 게 꽤 매력적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노인과 바다 : 노인이 소년에게 남기고 싶은 것>. 이왕이면 다른 고전 문학도 시리즈도 나오면 좋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저자는 노인이 소년에게 남기고 싶은 가치에 빗대어 자녀에게 남기고 싶은 가치를 생각해 봅니다. 당신은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