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갈등 - 분노와 증오의 블랙홀에서 살아남는 법
아만다 리플리 지음, 김동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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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를 좀먹는 개인 간, 집단 간 갈등. 가족과 직장 동료 간의 작고 사적인 갈등 상황뿐만 아니라 정치, 갱단, 전쟁, 기후 분쟁 등 사회적, 국가적 차원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고도 갈등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룬 책 <극한 갈등>. 


2021년에 발표된 에델만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인은 언론과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신뢰 수준이 낮은 사회일수록 갈등 수준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한국의 갈등 수준이 세계 1위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언론인 아만다 리플리는 우리는 왜 그렇게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반복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고도 갈등의 작동 과정을 이해하고, 고도 갈등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내는 여정을 떠납니다. 


"고도 갈등은 이 시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되었다." - 극한 갈등 


갈등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건전한 갈등은 사회 변화에 필요합니다. 하지만 싸우기 위해서 싸우는 고도 갈등은 우리 대 그들로 나누는 진영 논리에 사로잡히고, 정상적인 관계 법칙이 작용하지 않습니다. 갈등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행동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고도 갈등이 어떤 식으로든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데 있습니다. 수 세대에 걸쳐 지속되기도 합니다. 방관자 역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정치적 양극화에 지친 대중의 모습을 보면 이해됩니다. 


중재의 대부로 알려진 게리 프리드먼은 이혼 소송에서 1970년대에는 있을 수 없었던 중재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한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 역시 이후 정치 생활을 하며 고도 갈등의 함정에 빠지게 되고 해결하는 데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전문가조차 그러한데 보통 사람들이 고도 갈등에 빠져들고 거기서 벗어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인간은 두 가지 해결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적대감을 발동하는 능력과 연대를 추구하는 능력으로 말이죠.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이 두 가지 모두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극한 갈등>에서는 여러 유형의 극심한 갈등을 살펴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웃 간의 다툼, 이혼 문제, 노동쟁의 등 고도 갈등을 겪는 사람들 모두 비슷한 행동 양식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채워져야 할 감정적 필요가 있습니다. 소속감, 자존감, 통제력, 존재 의미입니다. 심지어 놀이에서 소외될 때 불과 몇 분 만에 극심한 우울,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우리는 적대심 대신 비적대적인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선택지를 만들어낸 중재의 선구자들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고도 갈등의 작동 과정을 이해하면 이런 일이 일어날 징후를 재빨리 알아차릴 수 있기도 합니다. 


미국 햇필드와 맥코이 가문의 사례는 돼지 한 마리 때문에 피를 부른 분쟁의 전형적인 사례로 손꼽힙니다. 이를 통해 고도 갈등에서는 갈등을 촉진하고 확산하는 불쏘시개 역할들이 있음을 짚어줍니다. 집단의식, 갈등 촉진자, 굴욕, 패배입니다. 북아일랜드 분쟁, 갱단 갈등 등 고도 갈등에서 벗어나려면 불쏘시개와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 여정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저자는 보통 사람들이 고도 갈등에서 벗어날 때 혹은 실패할 때 내면에서 일어나는 개인적 차원의 일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저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자신에게 찾아온 포화점을 스스로 깨닫고, 발목을 잡고 있던 갈등의 악순환을 직접 끊어낼 때 비로소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줍니다. ​


직장 갈등, 가정 내 갈등... 고도 갈등이 고착되면 그 누구도 갈등에서 교훈을 얻거나 성장할 수 없습니다. 이혼하지 않은 채 갈등에 익숙해진 부부도 많습니다. 그만큼 탈출하는 법은 무척 힘든 일입니다. 애초에 발을 들이지 않는 게 솔직히 최선입니다. 우리는 갈등을 결코 피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갈등은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고도 갈등으로 진행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런 조건을 피해야 하는 겁니다. 고도 갈등이 싹트기 전에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갈등 관리가 필요한 겁니다. ​


<극한 갈등>은 고도 갈등의 징조를 정리해 서로를 의심하며 터무니없는 말까지 믿어버리게 되는 상황이 가지 않도록 주목해야 할 말, 행동을 알려줍니다. 양자 구도를 거부하고 불쏘시개를 멀리할 수 있도록 일깨웁니다. 건전한 갈등과 고도 갈등의 차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실상 고도 갈등의 유혹을 이겨내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만, 그럼에도 고도 갈등을 선택했을 때 나와 주변인들이 치러야 할 대가가 무엇인지 아는 것은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선택할 방법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기회를 가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고도 갈등을 관리하는데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갈등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극한 갈등>. 갈등의 가장 큰 피해자는 나 자신이며 이를 해결할 힘도 스스로에게 있음을 보여줍니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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