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 - 인류세 리뷰
존 그린 지음, 이진경 옮김 / 뒤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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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헤이즐> 원작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작가의 첫 번째 논픽션 책 <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 : 인류세 리뷰>. 인간이 이 행성과 행성의 생명 다양성을 재편하는 현재의 지질시대를 가리키는 인류세. 존 그린은 수천 종의 생명체를 끝장낼 힘을 가지고 있는 세상에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인류세를 어떻게 누리고 있는지 묻습니다. 


인류는 그러한데 정작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어떤 종을 살릴지 또 죽일지 결정할 수 없습니다. 정작 개인으로서 그런 힘은 느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상처 입은 세상에서 살고 있고, 누가 지구를 녹이고 있는가를 인식하며 살아갑니다. <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는 지구라는 행성의 운명을 쥐고 있는 인류세를 살아가는 인간을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보편적으로 이야기하는 기후 위기에 대한 주제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지극히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이 세상을 구성하는 현장을 짚어냅니다. 때로는 멸종한 벨로시랩터가 등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긁으면 향기 나는 스티커도 등장합니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소재에서 건져올린 인간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북리스트>에 수백 권의 서평을 남기며 서평가로 활동한 존 그린은 책과 영화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이 별점 평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안녕, 헤이즐>의 장면에 나오는 벤치에도 구글 리뷰 수백 개가 달려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도처에 널린 별점 평가의 주제를 확장해 보기로 합니다. 일명 인류세 리뷰입니다. 초기에는 책 리뷰할 때처럼 관찰자적 입장에서 글을 써 내려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류세에 객관적인 관찰자란 존재할 수 없고, 오직 당사자들만이 있을 뿐이라는 아내의 말은 그의 글에 영향을 끼칩니다. 자신이 주목하고 있던 것에 집중하며 자신을 개입시키는 리뷰를 쓰게 된 겁니다. 




스스로 경험한 그대로 인간 삶의 여러 모순을 담은 <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 때로는 경이로움을 수용할 줄 아는 우리의 능력에 별점 세 개 반을 주기도 하고, 모노폴리 게임에는 별점 한 개 반을 주는 식으로 주변의 모든 것에 별점을 매겨봅니다. 캐나다기러기, 에어컨, 인터넷, 석양, 각종 대회, 속삭임 등 존 그린 작가의 관심사가 어디까지 펼쳐지는지 엿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글감은 정말 무궁무진하고, 어떤 식으로 자신의 경험과 접목해 인간 중심의 행성이 되어버린 인류세를 바라보는지 글쓰기 참고 자료로 읽기에도 좋은 리뷰들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장 내 주변을 둘러싼 것들에 대해 존 그린처럼 인류세 리뷰를 써보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겁니다. 


그의 탐구 여정은 불편한 진실이 드러날 때도 있고, 생각보다 희망적인 감동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기후 변화의 결과를 경험하기 시작한 우리가 지금 가져야 할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우리에게 주어진 미래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사유하는 시간을 안겨줍니다. 아주 사소한 우리 주변의 것들을 통해서 말이죠. 


"우리는 삶이 나아지리라는, 더 중요하게는 그것이 계속될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사랑은 남을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 있기 때문에, 여기에 있기 때문에, 여기에 있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것이다." - 책 속에서


존 그린이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글을 썼는지 상세한 주석까지 실려있습니다. 존 그린의 별점 다섯 개를 온전히 받은 것은 무엇인지, 별점 한 개도 주기 힘든 것은 무엇인지를 보며 인류세의 불합리함에 직면할 수 있게 하는 <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 : 인류세 리뷰>.  존 그린의 개인적인 경험을 버무린 만큼 문화적 장벽을 느낄 수 있는 글도 있지만, 인류세에 대한 문학적 보고라는 찬사를 받은 이 책에 실린 44개의 이야기는 인간의 본성이 스며들어 있는 소재들입니다. 지극히 인간적인 삶을 담은 만큼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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