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혼나고 오셔! - 택시운전사의 빙글빙글 일기
우치다 쇼지 지음, 김현화 옮김 / 로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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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일기' 시리즈, 첫 번째 책 <오늘도 혼나고 오셔!>. 법인택시기사 은퇴 후 독거 생활을 하고 있는 우치다 쇼지의 기록을 담았습니다. 다음 편은 안전유도원 직업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가 출간 예정이라니 다양한 직업군의 희로애락을 담은 '일기' 시리즈 앞으로도 기대됩니다. 


쉰 살에 아무런 기술도 없던 무직의 남자. 아버지가 사장인 소규모 도매상에서 일해왔던 그는 일본의 거품 경제 붕괴 때 가족사업이 도산하며 가족 모두가 사업도 집도 잃게 됩니다. 아내마저 이 일이 얽히게 할 수 없어 이혼하고, 월세살이를 하며 나이 든 부모님과 대학생 외아들을 위해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우치다 쇼지 씨. 2000년 쉰 살에 택시기사를 시작합니다.


택시업계에 관한 지식이 전무했지만 그곳만이 그를 받아주었습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이력을 가진 이들과 한 달간 연수를 하며 열심히 택시기사 업무를 익힙니다. 한 달에 12번, 휴식 시간 3시간이 포함되어 있는 시간이지만 하루 18시간 근무를 해야 하는 택시기사. 하루 주행 거리는 300킬로미터에 이릅니다. 빈차로 달리는 시간은 공짜로 일하는 시간인 셈입니다. 납입, 일지 제출, 좌석 시트 교환, 손세차를 끝내고 그날 수입의 60퍼센트 정도가 기사의 몫입니다. 


지금은 내비게이션으로 모르는 길도 척척 갈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택시기사는 지도 같은 능력을 갖추어야 했습니다. 다른 현에 살아 도쿄 지리를 모르던 그에겐 도로 숙지가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택시기사라면 소소한 지명까지도 잘 알 거란 생각을 당연하게 했던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았던 택시운전사 신참 시절. 직업에 귀천 없다는 말은 이상론일 뿐 현실은 사회의 계급 제도를 실감합니다. 아침에 출고할 때 사무직원의 인사말이 "오늘도 열심히 혼나고 오셔!"일 정도로 손님에게 혼나는 일이 많은 택시기사. 택시기사로서 마주하는 번거로운 트러블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만취 승객, 그쪽 세계에게 얽힌 것 같은 승객처럼 긴장하게 만드는 손님도 있고, 자기 볼일 다 보면서 몇 시간을 전용차처럼 쓰는 승객도 있습니다. 많은 요금이 나와서 오히려 택시기사가 괜찮냐고 되물을 정도이지만 미터 요금을 제대로 지불만 한다면 다행입니다. 긴장 속에서 장시간 핸들을 잡고 있는 택시기사. 끼니 때마다 편의점 도시락, 서서 먹는 밥집 등 간단히 해치울 때가 많고, 장거리 손님이나 연이어 손님을 만나게 되면 화장실을 편하게 다니지 못해 고생하기도 합니다. 


프로 중의 프로인 개인택시기사가 되기에는 월세살이를 하며 간당간당한 생활을 하는 그에게는 너무나도 먼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법인택시기사로만 15년 일했습니다. 부모님이 타계하고, 아들은 사회인이 되어 독립하자 이제 스스로만 챙기면 되는 상황에 이르자 그는 서서히 일을 줄여나갑니다. 은퇴 시기를 언제로 잡을지 고민하던 차에 눈도 나빠지니 65세에 퇴사를 하고 이제는 연금생활자가 되어 독거 생활 중입니다. 집세, 의료 관련 지출비, 각종 생활비 등을 해결하기엔 연금으로는 모자란 데다가 모은 돈도 결국 떨어질 테니 앞으로의 노후에 대한 고민은 여전합니다. 


그럼에도 택시기사로 일하며 보낸 15년은 그의 인생에 크나큰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가업이 도산했을 때 택시기사라는 일만이 그를 받아줬고, 15년의 세월을 열심히 달렸습니다. 그저 꿋꿋하게 살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우연인지 이 책을 번역한 김현화 번역자의 아버지도 병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저자처럼 법인택시를 몬 택시기사였다고 합니다. <오늘도 혼나고 오셔!>는 단순히 직업의 에피소드를 담은 기록을 넘어 가정을 살리려는 한 아버지의 인생이기도 합니다. 


저는 택시를 타면 먼저 말을 거는 택시기사님을 불편해하는 성격인데요. 그렇다고 조용히 가자는 말도 못 한 채 영혼 없는 리액션을 해주다 보면, 내리고 나서도 피곤하더라고요. 이처럼 손님 입장에서 느낀 택시기사님들의 사연도 제각각일 텐데,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대하는 그분들은 하루에만도 수십 가지 에피소드가 쏟아질 테지요. 


손님의 불합리한 트집도 참아야 하고, 별의별 사람들을 마주하는 택시기사. 업계 영업수익 상위권을 달성한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억을 벌고 퇴사한 사람도 아닌 우치다 쇼지 씨. 그저 살길을 찾아 택시기사로 일하다 은퇴한 평범한 일반인의 이야기여서 오히려 위화감 없이 읽으며, 함께 웃고 안타까워하며 공감할 수 있었던 <오늘도 혼나고 오셔!>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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