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트랩 - 당신을 속이고, 유혹하고, 중독시키는 디자인의 비밀
윤재영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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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사용자 경험) 디자인, 인터렉션(사용자와 디자인의 상호작용 전반을 설계) 디자인 분야 연구자 윤재영 저자가 알려주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는 덫 기술을 짚어주는 책, 디자인 트랩. 긍정적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착한 디자인, 디자인이 적절히 적용된 좋은 디자인 대신 조작 디자인, 속임수 설계, 다크 넛지 등으로 부르는 다크패턴 디자인이 어떻게 우리의 눈을 가리고 기만하는지 평소 심리학에 관심 있는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행동을 유인하는 디자인 트랩 전략은 좋아할 만한 것으로 꾀는 '미끼'와 싫어할 만한 것으로 몰아 유인하는 '매운 연기' 전략으로 나뉩니다. 한 달 무료 이벤트로 꾀어내고, 해지 경로를 험난하게 만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온라인서비스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죠. 사용자 중심 디자인을 내세우는 요즘이지만 온라인 세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 트랩을 활용하고 있는지 하나씩 짚어줍니다. 쉽고 반복되는 동작 무한 스크롤, 일일이 누르지 않아도 되는 자동재생, 짧게 제작되고 소비되는 숏폼 비디오, 예측할 수 없는 간헐적 보상, 진화하고 있는 몰입형 UI, 이탈을 막는 디자인 등 SNS는 사용자의 심리적 약점을 이용해 슬롯머신처럼 과몰입 상태를 유도합니다. 


기능이 제공하는 편리함으로 정당성을 확보하는 디자인 트랩. 그 이면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플라톤의 동굴 속에서 누군가가 보여주는 것만을 무력하게 보고 있는 죄수의 모습과 흡사한 현대인들. 이 책을 읽고나서야 인지하게 되는 부분이 수두룩합니다. 스마트폰 안에서도 빨간 동그라미로 나타나는 알림 디자인은 중독과 불안을 유발하는, 무시하기 어려운 힘이 담겨 있습니다. 알림 기능을 차단하기 어렵게 만들어놓은 것도 전형적인 디자인 트랩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사용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그 이면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부작용이 용인되는 요즘입니다.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나요. 광고인 듯, 광고 아닌, 광고 같은 디자인의 세계가 된 오늘날 네이티브 광고가 워낙 흔하게 사용되다 보니 이미 익숙한 사람들에게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만적 디자인이 이렇게 차츰 용인되면 사회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서로를 신뢰하지 않게 될지도 모릅니다. 디자인 트랩은 바로 이런 문제점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높아지는 인기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라이브 커머스의 사각지대, 심플한 디자인의 이면, 사용자 데이터 수집과 매력적인 모습으로 현혹하고 조종하는 사용자 맞춤형의 부작용 등을 포함해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용하는 눈속임 디자인에 대해서도 알려줍니다. 불리한 버튼은 눈에 안 띄게 하는 초점의 원리, 주력 상품을 중앙에 배치하는 골디락스 원리, 빈 곳을 채우고 싶게 하는 자이가르닉 효과, 많은 양을 보여주어 질리게 하는 선택의 역설 등 사용자의 긍정적인 경험을 위해 필요한 디자인 대신 기업과 서비스 측의 이익을 위해 적용된 경우 어떤 주의가 필요한지 짚어줍니다. 온라인상에서 떠돌아다니는 모방 MBTI 성격검사처럼 각종 테스트가 낳는 문제도 허투루 넘길 게 아니었습니다. 


팔꿈치로 쿡 찌른다는 넛지를 활용하는 디자인이 많아졌지만 말이 좋아 행동을 부드럽게 유도하는 것이지 악용되면 사람을 기만하는 측면이 적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디자인 트랩. 편의성, 효율성, 공동의 선을 강조하며 정당성을 부여하지만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책은 디자인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현재 나온 디지털 웰빙, 디지털 디톡스 해결책의 부족한 부분을 현실적으로 짚어보며, 디지털 트랩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하나씩 알려줍니다.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서비스를 잘 이용하게 만들 수 있을까에 집중하는 UX 디자인에게 윤리를 묻는 디자인 트랩.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쳐 온 것들을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를 유인하는 디자인의 원리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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