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초록으로, 다시 - 나태주 한서형 향기시집
나태주 지음, 한서형 향 / 더블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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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향기 시집 <너의 초록으로, 다시>. 25년간 내걸린 광화문 글판 인기 1위 풀꽃 시인 나태주의 시와 국내 1호 향기작가 한서형 향이 어우러진 멋진 시집입니다. 무더위에 지친 이 여름에 푸릇푸릇한 초록의 시원함을 담은 표지를 펼치면 자연의 향이 슬며시 나타나는 시집이라니요.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 컬래버레이션이 아닌가요. 


처음엔 향기 시집이라고 해서 그저 상상 속의 향기를 의미하는 줄 알았지만, 실제 향을 담은 시집이더라고요. 한서형 향기작가는 나태주 시인의 향을 9가지 천연 에션설 오일로 창조해 면지에 담았습니다. 냉큼 코를 킁킁대봅니다. '맞아, 나태주 시인에겐 이런 향기가 날 것만 같아.'라는 공감과 동시에 어떻게 이런 향을 낼 수 있는 걸까 궁금해집니다. 나태주 시인의 향기를 상품화하면 바로 구입하고 싶어질 정도로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묵직한 숲의 기운보다는 숲의 요정이 살랑이는 손짓이 느껴지는 향이랄까요. 시를 읽는 도중에도 틈틈이 향을 맡아봅니다. 


이 시집에는 200여 편의 나태주 시인의 시가 실렸습니다. 대표작 <풀꽃 1>을 포함해 향기를 주제로 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어린 시절 "모든 좋은 시인은 그 이름에서도 향기가 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왜 향기가 나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는 다음 시에 등장합니다. 향기는 자랑하지 않고, 고집부리지 않고, 다만 하나가 되어 서로를 사랑할 뿐이라고 말이죠. 그 꿈이 <너의 초록으로, 다시>로 이뤄진 셈입니다. 독자들에게 이토록 멋진 후각적 체험을 선사해 주시다니요. 


사소한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성이 담긴 눈빛과 손길을 건네는 나태주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시들이 이어집니다. 사실 저는 시를 싫어합니다. 시를 제대로 즐길 줄 몰라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나태주 시인의 시는 좋다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시가 꽤 많습니다. 중의적인 속뜻을 알아차리느라 자괴감에 빠지느라 혹은 무거운 감정들이 여과 없이 다가오는 시보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받아들이는 데 전혀 위압감이 없으니까요. 자연의 찬란함에 대한 소박한 속삭임을 온전히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선사하고, 치유의 힘을 주는 에션설 오일들이 만난 만큼 나태주 시인의 시는 우리를 위로하고 응원합니다. "내게도 꽃필 날 있을까?" 하며 고개 숙인 이들에게 "언제든 꽃은 핀다"라고 응답하고, "초록의 풀잎으로 다시 일어서 보는 거야"라며 응원합니다. 


자연을 흉내 내는 것을 자연을 온전히 담아내는듯한 향기를 머금은 <너의 초록으로, 다시>. 진정한 시테라피는 이 시집을 두고 해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 불안감을 해소하고 마음을 어루만지며 위로와 휴식, 용기를 건네는 시와 향기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풀잎 같은 목소리 들려줘서 고마워"라는 그의 문장을 나태주 시인과 한서형 향기작가에게 되돌려드리고 싶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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