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레트, 묘지지기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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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1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이자 영화화 진행 중인 벨레리 페랭의 <비올레트, 묘지지기>. 시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담담하다가도 격동적인 온갖 감정을 자아내는 소설입니다. 


부모 없이 고아로 자라며 반복된 이별, 빈번한 위탁가정 교체의 삶을 겪고 '절대 애착 갖지 않기'가 어린 시절의 모토였던 비올레트. 불꽃 튀는 사랑을 안긴 남편을 만나고서 그제서야 사랑이란 세계를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 삶은 바람둥이 기질을 버리지 못하는 남편 때문에 바스러지는데... 


"인생이라는 책은 지고의 책이다. 내키는 대로 덮을 수도, 내키는 대로 펼칠 수도 없다. 좋았던 페이지로 되돌아가고 싶어도 우리의 손은 이미 죽음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p24 


게으른 남편을 대신해 모든 일을 알아서 해낸 비올레트. 남편은 어느 날 집을 나선 후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흔한 부부 소설인가 싶겠지만 그것은 과거의 인생일 뿐입니다. 비올레트는 묘지지기입니다. 이 무덤 저 무덤 사진들을 닦고, 고인이 된 주인을 따라온 동물들을 돌보고, 갖가지 식물과 관목들이 풍성하게 자라도록 묘지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담력을 시험하러 오는 아이들, 사랑을 나누러 오는 이들 등 낮밤을 가리지 않고 신경 써야 할 게 많지만 묘지지기의 하루하루는 나름 평화롭습니다. 




하지만 비올레트의 일상은 어느 날 한 남자의 방문으로 슬며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의 묘에 묻히길 원한다는 유언 때문에 비올레트의 묘지로 찾아온 쥘리앵. 비올레트의 도움으로 당황스러운 사태를 함께 해결해나갑니다. 그 와중에 경찰 신분을 활용해 비올레트의 사라진 남편에 대한 소식을 찾아내는데... 결코 남편의 소식을 알고 싶지 않았던 비올레트이지만, 이제는 그 인연의 실을 끊기로 결심합니다. 


삭막하게만 보이는 묘지지기의 삶. 비올레트는 무던히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눈물과 슬픔 속에서 축 처져 있을 거란 편견을 떨쳐냅니다. 파스텔톤 침실과 화사한 원색 옷을 좋아하는 비올레트. 묘지 옆 비올레트의 집 2층은 겨울이 아닌 여름의 삶을 살아가길 원하는 비올레트의 마음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습니다. 현재 묘지지기의 삶과 과거의 결혼생활을 오가며 수많은 일들을 야금야금 보여주는 <비올레트, 묘지지기>. 위태위태하게 안정을 찾아가는 한 여성의 삶의 여정은 상실을 이겨내는 과정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뭔가 불안하고 위태로운 기운이 오히려 독자에게 쓰나미처럼 휘몰아친다는 데 있습니다. 비올레트의 주변 인물 이야기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비올레트는 모른 채 독자만 알게 되는 구성이거든요. 그 과정에서 독자가 오히려 분노와 슬픔을 더 크게 겪는 기분입니다. 작가가 이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 지으려고 이러는 건가 싶을 정도로 말이죠. 


매 장 소제목에 등장하는 시적인 문장이 소설의 아름다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정원을 가꾼다는 건 황량한 불모지 같은 마음을 가꾸는 것임을 보여주는 소설 <비올레트, 묘지지기>. 스스로 더 이상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위태롭게 버티던 비올레트를 숨 쉬게 한 것은 무엇인지, 그저 살아남은 생존자에서 벗어나 살아나갈 용기를 얻기까지의 여정을 때로는 부드러운 감정선으로 때로는 스펙터클하게 몰아치는 강약 조절이 절묘한 소설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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