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푼 영화 - 술맛 나는 영화 이야기
김현우 지음 / 너와숲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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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 <신세계>, <마녀 Part 1, Part 2> 등의 프로듀서 김현우의 술맛 나는 영화 이야기 <술푼 영화>. 술에 대한 전문서적은 아니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술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로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잡는 잡학 에세이입니다. 애주가라면 영화와 어우러진 찰떡궁합의 술을 만나는 반가움이 있을 테고, 애주가가 아니지만 영화 팬이라면 영화의 감칠맛을 더하는 술이라는 장치의 재발견을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영화 속 술에 관심 쏟는 김현우 저자와 술을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성욱의 그림 조합이 멋진 <술푼 영화>. 가볍게 분위기를 띄우는 용으로, 실연 극복용으로 인생에서도 때와 장소에 따라 등장하는 술. 인생의 온갖 변주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영화 속에서도 술은 적절하게 등장합니다.


김현우 저자가 손꼽는 인생 영화 중 하나인 배창호 감독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는 가난한 새댁의 남편 기 살리기에 사용된 썸싱스페셜이 등장합니다. 집들이용으로 쇠주나 댓병 사려고 했던 새댁은 동네 슈퍼마켓에서 남편과 직장동료들과 마주치자 이내 썸싱스페셜을 외치게 되죠. 여기서 위스키의 등급을 슬쩍 정리해 줍니다. 발렌타인 17년산, 로얄살루트처럼 15년 이상의 슈퍼 프리미엄급부터 디럭스급, 프리미어급, 스탠더드급 순으로 숙성 시간에 따라 분류된다고 합니다. 썸싱스페셜은 가장 가격대가 낮은 스탠더드급이라 이름처럼 스페셜한 고급술은 아닌 겁니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이 된 90년대 초만 해도 특별한 술로 취급해 줬습니다.





썸싱스페셜 에피소드 덕분에 막걸리, 소주, 호프와 병맥주, 칵테일, 위스키 등에 수없이 노출되었던 20대 시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추억 돋는 시바스리갈, 가짜 양주로 판명된 캡틴큐... 몇 차째인지 세지 못할 만큼 마시고도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자취방에 다들 모여 슈퍼마켓에서 산 양주를 딱 꺼내 마셔댔던 대학생 시절의 객기도 추억이 되었네요.


세상엔 참 많은 술이 있구나 싶을 정도로 처음 들어보는 술 브랜드도 등장하고, 여전히 로망만으로 남아있는 고급술도 만나게 됩니다. N차로 본 영화이지만 술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장면을 이야기할 땐 얼른 다시 그 영화를 보고 싶어 마음이 설렙니다. 클로즈업 되지도 않았던 작은 소주병을 캐치한 김현우 저자의 눈썰미도 대단합니다. 정확한 고증으로 그 시대 술이 등장하는 경우라면 더욱 반갑습니다.


유명 와이너리에서 와인 만드는 과정도 나오고 어바웃 와인이라는 부제를 붙일 만큼 와인에 관한 지식 창고 같은 영화 <사이드웨이>처럼 이 책을 읽으며 두근거릴 정도로 보고 싶은 영화를 수두룩하게 발견하게 됩니다. 영국의 자랑 스카치위스키와 미국의 자존심 버드와이저가 나란히 출연하게 된 배경도 엿볼 수 있었던 <러브 액추얼리>, 영화엔 정작 나오지 않는 장면이지만 시나리오엔 있었던 <신세계>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만나게 됩니다.


폭탄주는 우리나라가 원조인 줄 알았더니 술꾼의 세계는 똑같나 봅니다. 1954년 고전 명작에도 등장했던 맥주와 위스키를 섞은 폭탄주, 보일러 메이커의 역사도 알게 됩니다. 발렌타인 30년산을 따지 않은 채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는데 술맛 당기게 하는 글발 덕분에 하마터면 딸 뻔했습니다. 대신 가성비 좋은 스페인산 와인을 한 잔 때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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