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이 필요할까 - 장재인 시선 집
장재인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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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2 Top3에 오르며 스무 살 앳된 모습으로 감성 깊은 목소리를 낼 줄 알았던 그를 인상 깊게 봤었는데,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니 어느새 10년의 세월이 흘러 서른에 이르른 장재인. 그간의 이야기를 풀어낸 글로 만나게 되니 이 또한 반갑습니다.


장재인의 첫 산문집 <타이틀이 필요할까>는 힘듦의 시간을 보내며 더욱 단단해진 자아를 찾기까지 장재인의 사유와 시선을 담은 기록이 담겼습니다. 독특한 음악 세계만큼이나 역시 장재인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20대 힘듦의 시간을 생각 뭉텅이 방에 빠졌었던 시절로 표현하는 장재인 저자는 착각, 오해, 왜곡, 행동하지 않게 만드는 생각의 감옥 속에 갇혀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몽글몽글한 생각이 아닌 아주 딱딱한 뭉침과도 같은 생각 말입니다. 자신의 전부가 생각이 되고 생각의 전부가 자신이 되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스물세 살에 반신마비 증상이 오며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 침대에서 보냈을 정도로 긴장 가득했던 몸은 결국 몸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벼랑 끝에 서고 나서야 자각합니다. 생각 끊기, 생각 멈추기를 연습해야겠다고요. 정확한 생각을 심플하게, 알맞게 하고 싶어진 그는 그렇게 되기 위한 20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스스로를 아프게 놔두지 않습니다. <타이틀이 필요할까>라는 제목처럼 의문을 품는 질문을 할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타이틀이 필요할까? 모두에게 친절해야만 할까? 타인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할까?


허무를 가장 잘 표현하는 가수로 불렸던 장재인. 스스로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기대했건만, 나도 모르게 다시 기대했건만, 아무것도 없는 그 허무를 1집 정규 앨범에서 아낌없이 쏟아냈습니다. 힘들게 회복을 이뤄내며 허무를 다 쏟아부었던 앨범이었기에 신기하게도 이후엔 맑은 멜로디가 자리 잡더라고 합니다. 이제 목표는 현재 나를 이루는 주된 감정의 색이 어떤 것인지 알아내는 것입니다. 그동안은 우리 대부분이 그렇듯 좋은 성격에 대한 강박이 심했다고 합니다. 무조건적인 친절보다 자신의 감정을 1번으로 우선시해보려고 노력합니다.


나를 잃어버렸던 시절, 나를 찾는 시작점이 된 O. Zero 곡처럼 과거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못난 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인정하면서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자신을 바라보기로 합니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스스로의 마음을 속이지 않은 채 신념과 기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갑니다. 삶의 태도는 물론이고 작업 방식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타이틀이 필요할까>는 어떻게 변환점을 맞이했고, 실제로 어떤 변환을 해냈는지 여정이 그려졌습니다. 그 중심에는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판단의 기준을 자신에게 맞춘 질문들입니다. 남들이 어떻건 내가 보기에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방향과 철학이 확실하다면 마음에 부합되는 것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사랑과 연애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면 하고 말면 마는 게 연애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우울하면 우울한 대로 불안하면 불안한 대로 그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솔직히, 그게 뭐 대수라고.' 하며 조금은 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게 됩니다.


스스로 그 모든 것을 늪으로 여기고, 수치로 두는 게 아니라 그저 우주의 재난일 뿐 내 잘못이 아닌 것에 허우적대지 않기로 합니다. 나는 지금 행복한 건가? 하며 행복의 척도를 재기보다 그저 평온하게, 담담하게 흘러가는 것이 더 낫다는 걸 깨닫기도 합니다.


대중에게 초점 맞춰진 타이틀 곡보다 뮤지션의 일상과 사적인 감정이 담긴 수록곡을 더 좋아해온 장재인. 뮤지션으로서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한 그의 시선, 20대의 시행착오들을 담은 <타이틀이 필요할까>는 스스로를 좀먹던 감정들로 몸도 마음도 아팠던 나날들을 지독하게 겪고 나서야 비로소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마음을 담백하게 들려줍니다.


스스로를 토해내기 바빴던 지난날을 글로 담담히 표현하다 보니 새로운 충전의 맛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알맞지 않은 옷을 입는 대신 장재인만의 색을 담은 일상과 음악을 하겠다는 그의 발걸음이 씩씩하게 나아가길 응원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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