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
조수빈 지음 / 파람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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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 Youth is wasted on the youth. 버나드 쇼의 말입니다. 정작 청춘에 속해있는 사람은 모르는, 주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청춘. 그 시절에 차곡차곡 쌓아온 '오늘'의 기록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는 40대 길목에서 바라본 청춘의 기록이 누군가에겐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바람을 담은 아나운서 조수빈의 에세이입니다.


작은 코너부터 메인 뉴스 앵커까지 청춘을 바쳐 방송생활을 한 조수빈 아나운서. 15년간 일했던 KBS를 퇴사하고, 채널A 주말 메인 뉴스 단독 진행 및 유튜브 '조수빈TV' 채널을 운영하는 N잡러로서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메인 앵커라는 성공적인 커리어로만 비친 조수빈 아나운서의 삶에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열정을 바친 20대, 풀리지 않는 고민에 끙끙거린 30대의 삶도 있다는 걸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꿈 많은 20대를 맞이했어도 범생이로 보낸 10대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진 나날들. 아나운서의 꿈은 일찍부터 키워왔지만 타고난 미모도 카리스마도 없었던 그는 선배의 아우라에 기가 죽기 일쑤입니다. 촌스러웠지만 순수하고 상상력 넘치던 20대의 내가 청춘인 것만으로 예쁘다는 걸 알았더라면 하는 부질없는 아쉬움을 고백합니다. 언제나 그 시절에 속한 이는 깨닫지 못합니다. 그래서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는 20대가 많이 읽으면 좋겠어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어렴풋이나마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진짜 모습은 해가 지고 난 뒤 집으로 돌아갈 때 드러낼 수 있었던 아나운서의 삶. 화려한 이력 뒤에 자리 잡은 소소하면서도 가식 없는 삶을 들려줍니다. 20대의 사랑, 30대의 사랑, 아이 둘 엄마가 된 지금의 사랑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습니다. 한껏 여유롭고 깊어진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청춘의 통과의례이기도 했던 20대의 이별에 대한 추억에서는 이별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들려줄 만한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이별의 이유 따윈 결국 중요하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용적인 조언을요. 당시엔 그렇게 아팠던 기억도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은 순간이 온 것처럼 결국 지독히 앓은 아픔들은 성숙해지는 과정의 일부가 됩니다.


조수빈 아나운서는 스물세 살 나이에 신문사 인턴 생활을 하고,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다니며 취미도 사랑도 모두 일 다음으로 밀려날 정도로 아나운서가 되는 길만을 보고 달렸다고 합니다. 그때는 20대에 무조건 매달려야 성과가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해서 결국 꿈을 잡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사람 마음 참 간사하지요. 마냥 즐겁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업'에 치이고 사람 '입'에 치이면서 공허한 울림 속에 끙끙 앓는 시기도 많았습니다.


좋은 방송인으로 남기 위한 고민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는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 첫 근무지였던 강릉 KBS에서의 생활이 꽤 자세히 등장하는데 그만큼 외롭고 힘들었던 타지 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사회 초년생 때의 온갖 실수가 단지 흑역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소중한 거름이 되어줬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뉴스 앵커를 꿈꿨기에 라디오 프로그램은 생각도 못 했던 그가 <FM 음악여행>을 진행하며 받은 심적 위로는 지금도 언젠가 라디오 프로그램을 꼭 해보고 싶어 할 정도로 삶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젊은 날을 바쳐 최선을 다한 일터를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의 심정도 들려줍니다. "결국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다."라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오랜 시간 일하다 보면 관성에 의해 일을 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걸, 스스로 아는 상황에 이르면 그때가 퇴사 타이밍이라고 합니다. 결코 감정적 판단으로 관두면 안 된다는 조언도 합니다. 같은 업계에서 직장 간판만 바꾸는 경우엔 특히 최소한 연봉이라도 올릴 수 있을 때 이직하길 권하고 있습니다. 반면 하루빨리 그만둬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 문제와 관련된 경우입니다.


사회생활하며 힘들고 우울한 시기도 생깁니다. 그럴 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오히려 체력이더라고 합니다. 몸이 안 좋으면 짜증 나고 인간관계도 많이 틀어지니까요. 내 몸이 아프니 다른 사람 기분을 맞춰주지 못하고 일에 집중하지도 못합니다. 힘든 고비가 찾아왔을 때 감정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조수빈 아나운서는 운동, 그중에서도 특히 필라테스가 잘 맞더라고 합니다.


일과 가정을 함께 꾸리고 있는 워킹맘으로서 전 국민 관심사 재테크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조수빈 아나운서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워킹맘이라면 관심 가질 만한 주제가 가득합니다.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에서는 20년 가까운 사회생활 동안 깨달은 부자 되는 원칙도 정리해 봅니다. 경제기사를 읽고 해석하는 힘을 길러 투자의 타이밍을 찾는 법, 평생 투자 마인드 갖추는 법 등 돈에 대한 조수빈 아나운서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엄마가 되고 삶의 경험이 쌓여가면서 일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는 조수빈 아나운서. 지금 당장의 삶이 버겁고 가진 건 꿈밖에 없는 청춘에게 그 역시 어설펐던 청춘의 시절이 있었음을 보여주며 잔잔한 위로와 공감, 아낌없는 응원을 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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