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유리멘탈 개복치로 판정받았다 - 예민한 나를 위한 섬세한 대화 처방전
태지원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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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멘탈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예민한 기질의 소유자들을 위한 책 <어느 날 유리멘탈 개복치로 판정받았다>. 유랑선생이라는 이름으로 브런치에 다양한 글을 연재하는 태지원 작가의 에세이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심리테스트 중 예민보스 테스트에서 18개 중 13개가 해당되어 유리멘탈 개복치로 판정받은 저자는 스스로를 예민하다 여겨본 적 없었기에 놀랐다고 합니다. 매사에 둔감한, 수더분하고 무난한 성격의 소유자라 자부했기 때문입니다. 더 상위 단계인 예민보스 끝판왕이 아니라 안도했다고 고백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평소 불편한 감정을 느꼈던 것들에 대해 되돌아봅니다.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외부 환경은 다양합니다. 저는 소리, 빛, 냄새 자극에 예민한 편인데 저자는 인간관계에서 그렇더라고 합니다. 비언어적인 부분에도 예민해지고, 상대의 반응에 따라 감정이 널뛰기합니다. 단체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피곤해하지만 타인을 잘 파악하기에 배려심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환경에 오히려 빠르게 대처하는 능력을 보입니다. 흔히 눈치 있는 사회인이란 말을 듣게 되는 거죠. 하지만 속은 피곤에 절어 있습니다.


<어느 날 유리멘탈 개복치로 판정받았다>는 대화할 때 쉽게 지치고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끼는 사람, 스스로의 완벽주의와 높은 기대치로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끼는 사람, 대화 자체가 피곤한 사람, 무례한 대화를 곱씹으며 이불킥을 날리는 사람, 내면의 대화 때문에 무기력해지고 마음이 괴로워지는 사람이 힘들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태지원 저자는 사람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기에 그래서 더 곤란함을 겪는 게 아닌가 고민합니다. 스스로의 대화 패턴을 짚어봅니다. 가만 보니 남들이 나에게 관심이 많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상대의 반응을 민감하게 살피며 감정의 파도에 휩쓸립니다. 누군가에게 맞춰 줘야 한다는 생각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극적인 정보가 가득한 인터넷 기사도 함부로 클릭하면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 그런 자극조차 민감하게 받아들이니까요.


자극을 많이 받아들이는 게 문제라면 머릿속 차단기가 필요하겠죠? 머릿속에 빨간 신호등을 들여놓으라고 합니다. 마음속으로 STOP을 외치고, 머릿속에 빨간 신호등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습니다. 그와 함께 비언어적 부분도 모두 나와 관련 있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내 탓이라는 걱정보다는 적절한 자기 합리화를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합니다.


예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면 상대의 예민함 탓으로 책임 돌리기를 하는 상대방의 그 무례함이 문제라고 마음속으로라도 쏙 외치자고 합니다. 오히려 가까운 이가 그러면 더 타격이 크지요. 하지만 친밀한 관계에 대한 환상을 조금은 내다 버려도 된다고 조언합니다.


왜 상대방의 메시지 안에 담긴 속뜻을 눈치껏 찾아내야 하는 걸까요. 저도 이 부분에서 스트레스가 심한 편인데요. 상대방의 본뜻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하느라 에너지 소진되고 시간 낭비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의도를 읽어야 하는 두루뭉술한 요청을 받았을 때 몇 번을 확인 질문해도 처음 요청 문장을 그대로 반복하면서 이모티콘만 남발하는 사람 때문에 골치 아팠던 경험이 어찌나 지독한지 잊히질 않습니다. 이처럼 돌려 말하기 기술의 폐해에 대한 저자의 에피소드도 나오길래 초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예민한 사람은 이게 맞는지? 하고 묻는 것조차 내가 못 알아듣는 이상한 사람인가 싶어 스트레스 받거든요.


말머리에 항상 미안한데, 죄송하지만... 말습관을 가진 예민한 사람은 의식적으로라도 오히려 그 말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인상 깊습니다. 이들에겐 좋은 대화 기술이 아닌 겁니다. 예의 있는 사람, 배려심 있는 사람이란 느낌보다는 너는 내 말에 불편해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긴 선제 방어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신만의 시선과 사고방식 프레임 안에서 타인을 이해합니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상황마다 해석이 달라지고요.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오해하며 살아간다."는 저자의 말처럼 혼자 살아가지 않는 한 누구나 상처받고 상처 입히는 관계를 지속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탓하는 내면의 대화를 남발하지 말자고 위로합니다. 자신에게 엄격해야만 한계를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사회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자기 친절을 바탕으로 한 자기 연민을 잘 이용해 보자고 합니다.


타인의 반응에 쉽게 상처받거나 마음이 요동치지 않는 나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멋진 또라이가 되거나 사이다킥 순발력을 갖추는 법을 턱턱 내놓진 않습니다. 그렇게 사람이 확 변하는 것도 솔직히 힘들고 말이죠.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상황과 맥락 속에서 변화 가능한 것만을 이야기합니다. '어쩌라고'와 '아님 말고'와 같은 간단한 두 가지 마법의 말처럼 예민한 사람에게 필요한 실용적인 처방전을 내립니다.


피곤함이 덜하고, 덜 지치며, 회의감이 적은 관계 맺음을 위한 처방전 <어느 날 유리멘탈 개복치로 판정받았다>. 일상생활 속 인간관계, 대화법에 필요한 사소하지만 실용적인 팁을 현실 에피소드에서 뽑아내 딱딱하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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