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브루클린
제임스 맥브라이드 저자, 민지현 역자 / 미래지향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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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피 램킨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었다."며 스포츠코트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일흔한 살의 교회 집사의 곤란한 상황을 묘사하며 시선을 끄는 소설 <어메이징 브루클린>.


1969년 어느 날 브루클린 남부 커즈웨이 빈민 주택 단지에서 열아홉 살 마약 딜러 딤즈에게 총을 쏜 스포츠코트. 평온한 성품에 적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자 지금은 사라진 주민 야구팀 코치였던 그를 모두가 좋아했습니다. 그런 그가 왜 총격 사건을 벌인 걸까요.


총격 사건이 벌어진 커즈하우스 광장에는 무려 열여섯 명의 목격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총격에 대해 경찰에게 입을 열지 않습니다. 위장 근무 중에 사건을 목격한 경찰조차도 말이지요. 오히려 주민들은 스포츠코트를 볼 때마다 아직도 도망가지 않고 왜 이러고 있냐며 안달입니다. 돈을 쥐여주면서까지 얼른 도망가라고 하지만 스포츠코트는 스스로 저지른 일을 기억조차 못 합니다.


2년 전 죽은 아내와 대화하듯 허공에 대고 중얼거리는 스포츠코트의 모습에 주민들은 그가 점점 이상해지는 걸 느끼면서도 모르는 척해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온갖 질병들을 달고 살았으니 살아 있는 재앙이자 불운의 대명사였지만, 주민들에겐 만능 잡역부이자 모두의 해결사였던 스포츠코트. 그는 딤즈가 우수한 투수로 성장하도록 도왔지만, 딤즈는 결국 마약 딜러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한때는 귀여운 사고뭉치가 어쩌다가 무서운 마약 딜러가 된 걸까요. 그나저나 딤즈와 스포츠코트 둘의 문제로 끝난다면 쉬운 상황이겠지요. 하지만 딤즈의 뒤에 도사린 조직 간의 이권 다툼이 이번 일을 계기로 폭발 직전의 상황에 이릅니다. 딤즈를 폐기처분하듯 처리하려는 마약왕은 살인청부업자를 보내기에 이르고 그야말로 커즈하우스에 긴장감이 팽팽하게 흐릅니다.


인생이라는 게 결국 뭐겠는가? 가족. 사람. - 어메이징 브루클린 


커즈하우스는 좁아서 모두가 모두에게 얽혀 있습니다. 스포츠코트와 딤즈뿐만 아니라 이웃들의 이야기가 저마다 펼쳐집니다. 그야말로 어메이징한 사연들이 쏟아집니다. 때로는 서로 뒤엉켜 싸우기도 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챙깁니다. 이들이 이야기에는 뉴욕의 역사가 얽혀있습니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온 힘없는 이들은 외곽으로 쫓겨나 꿈도, 돈도, 기회도 없이 살아왔습니다. 저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지만 화려한 뉴욕의 삶 이면에는 또다시 아이들을 노예로 전락시키는 마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꽤 많은 등장인물들이 얽혀있기에 애증이 철철 흐르는 인물 관계도를 정리하느라 초반 장벽이 살짝 있었지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유쾌한 스토리텔링의 매력이 듬뿍 드러나는 소설인 만큼 푸근한 감정을 시시때때로 받으며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아마존 2020년 분야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스 2020년 최고의 도서 Top 10, 버락 오바마 올해의 책, 오프라 윈프리 2020년 북클럽 선정 도서, 타임지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 Top 10에 선정된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이웃 서사시 <어메이징 브루클린>. 원제는 Deacon King Kong 킹콩 집사인데 킹콩은 친구가 만든 위스키 이름입니다. 킹콩 집사는 그 술을 만난 이후 그것만 좋아한 평생 술꾼이었던 스포츠코트의 또 다른 별명이기도 합니다. 스포츠코트의 위기에도 다들 치하하고 감사하는 분위기를 자아낸 이웃들. 그들이 만들어온 커즈하우스의 역사에 담긴 온유한 비밀이 밝혀질 즈음, 물밀듯 밀려오는 뭉클한 감동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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