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레이지 가드너 2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3월
평점 :

카카오페이지 인기 웹툰 크레이지 가드너가 2권이 출간되었습니다. 극한견주, 여탕보고서 등으로 일상툰의 일타작가로 불리는 마일로 작가. 크레이지한 식물 생활을 시트콤보다 더 재미있게 그려낸 <크레이지 가드너>에서는 진정한 대리만족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할 만큼 크레이지하지만 애정 가득한 식덕생활을 만나게 됩니다.
이번에도 스티커가 포함되어 있어요. 크레이지 가드너 2권에서는 물주기, 비료주기, 분갈이와 같은 초보집사를 혼돈의 도가니에 빠지게 하는 식물 케어를 다루고 있습니다. 게다가 식태기가 와버린 마일로. 과연 어떻게 식태기를 이겨내고 식덕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초보 식물집사가 가장 힘들어하는 건 물주기가 아닐까요? 흙이 적절히 말랐을 때 준다는 기본 지식은 말 그대로 기본일 뿐 수많은 식물들에게 공통되는 사항은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여행 다녀온 사이 물 못 줬다고 회복 불가능 상태로 죽어버리는 율마도 있고, 과습에 취약한 식물들도 많습니다. 대중적이라고 알려진 아이비도 무척 까다로운 편이었어요. 알로카시아처럼 사람마다 정반대로 키우는 경우도 있으니 물주기 하나만으로도 참 당황스럽습니다. 자신의 집에 맞는 일조량과 온습도에 따라 경험치를 쌓아가는 수밖에 없나 봅니다. 어떤 물을 사용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수돗물과 관련한 논쟁은 여전히 있지만, 빗물의 효용에 대해 좋은 지식을 얻게 되었습니다. 비 오는 날 빗물을 받아두는 노력을 해봐야겠습니다.
식물 키우기엔 젬병인 저로서는 아이가 한 번씩 들고 오는 화분에 비료 한 번 준 적 없어 크레이지 가드너 읽다가 뜨끔하기도 합니다. 신기한 비료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네요. 닭, 돼지 분뇨를 이용한 알맹이 비료도 있고 지렁이나 굼벵이 분변토를 비료로도 쓴다는 걸 알게 되니 장수풍뎅이 애벌레 번창하던 시절 그 분변토를 그냥 버린 게 아까워집니다. 식물 뻥튀기기 가능한 화학비료와 함께 적절히 사용하면 건강한 식물로 키울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식물집사 생활의 중노동은 바로 분갈이죠. 소라게 바닥재로도 쓰이는 코코칩, 코코피트로 직접 흙을 만들어본 크레이지 가드너. 원예용 흙으로 사용할 땐 단독으로 쓰는 건 아니고 펄라이트와 질석, 비료도 넣어 배합 비율을 잘 맞춰야 하니, 결국 남이 해주는 밥이 편하듯 판매용 흙을 구입하는 것으로 다시 돌아가기 마련이긴 하지만요.
코코넛의 부산물은 수분을 잘 머금는 습성 때문에 온습도가 높아야 하는 육지소라게 사육 환경을 맞춰주기 무척 좋은 원료입니다. 국내 소라게 사육자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바닥재가 코코칩이고, 코코피트는 그야말로 생긴 것부터가 흙이랑 다를 바 없는 입자여서 자연의 느낌 주기 정말 좋죠. 저희 집 소라게들에게도 코코피트와 코코칩을 사용하고 있고, 자연유목을 제외한 초록이들은 모두 인조식물로 채웠지만, 식물을 직접 심은 비바리움 형태도 가능합니다. 역시 원예용으로 사용 가능한 바닥재 덕분이겠죠? 다만 높은 온습도 환경에 맞는 식물을 사용해야 하고 무엇보다 소라게들이 뜯어 먹다 보니 잠깐의 행복일 뿐이지만요. 비바리움 환경을 선호하는 사육자들은 그래서 물생활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크레이지 가드너에서도 수초 키우는 것에 재미 붙인 마일로 작가의 물생활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초보 식물집사들이 궁금해하는 것들도 쏙쏙 짚어주는 크레이지 가드너. 마일로 식물 119 코너를 통해 저도 많은 걸 배웠습니다. 벌레 싫어해서 식물 키우기 두려워하는 이들이라면 특히 조언을 많이 얻게 될 거예요. 즐겁고 좋았다가 갑자기 모든 게 지루해지고 귀찮아지는 식태기를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식구는 늘어있고 그만둘 순 없습니다. 크레이지 가드너는 어떻게 식태기를 극복해 내는지도 에피소드로 등장합니다.
식물 보며 멍 때리는 걸 좋아하거나 식물카페도 좋아하지만, 정작 직접 키우기는 자신 없는 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초보 식물집사기를 펼쳐 보이는 <크레이지 가드너>. 식덕 생활을 하며 겪는 장단점을 모두 드러내고 있어 오히려 더 믿음직스러운 식물집사 가이드북으로 다가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