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리워할 뿐이다
전명원 지음 / 풍백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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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에만 가지는 그리움뿐만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며 쌓아가는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 <그저 그리워할 뿐이다>. 사실 그리움이라는 키워드로 예상되는 약간의 뻔한 감성을 안고 읽었다가, 44편의 글을 한 편 한 편 읽으며 취향저격 당했습니다. 호기심을 안고 읽게 만드는 도입부와 진한 감정이 묻어있지만 담백하게 표현하는 전명원 작가 특유의 문체도 맛깔납니다.


지나온 추억과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봅니다. 언제나 앵두나무가 있던 어린 시절 옛집을 추억합니다. 왜 하필 앵두나무를 심었는지 이제는 그 이유를 알고 싶어도 알려줄 수 있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습니다. 이십 년 가까이 부모님과 살면서 가족 모두가 함께 했던 마지막 집은 이제 나와는 관계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여전히 그때의 우리는 추억 속에 함께 있음을 압니다.


전명원 작가에게 수원은 아빠의 고향이자 작가가 자라 결혼한 이후에도 변함없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수원 토박이인 셈이죠. 같은 수원이어서 반가움이 더해집니다. 저는 이곳 토박이가 아니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이곳이 나고 자란 고향이 된 곳입니다. 우리 아이도 세월이 흘러 작가님처럼 수원을 추억의 공간으로 바라보게 되겠지요. 나중에 아이가 긍정적인 공간으로 기억할 수 있게끔 하루하루를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간절해졌습니다.


과거의 기억 속 그리움은 일상이 모여 만들어낸 기억이기도 합니다. 살아가는 일상 속 소소한 감상과 함께 쌓아가는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달라지는 것 없이 무심한 하루 같아 보여도 변화무쌍한 공간의 흐름을 들려줍니다.


일생 출근하면서 돈벌이하던 생활에서 여행하고, 책 읽고, 글 쓰는 삶으로 인생의 변화를 시도한 이후 출근을 핑계로 귀찮아하던 것들을 이제는 즐겁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보걷기를 하면서 거닐어보는 동네는 매일 다른 이야기를 던져주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일하느라 바빴던 시기에는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라는 말을 달고 살았지만 이젠 걸음의 속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속에서 하루하루 쌓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언젠가는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날 테지요.


경기히든작가 공모에 당선되어 처음으로 작가로서 사인을 해본 경험을 쑥스러워하면서 꺼내듭니다. 글은 또 다른 나이기에 솔직하고 진심인 글을 쓰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그저 그리워할 뿐이다>가 쉽게 읽히면서도 많은 사색을 던져주는 건 진솔하면서 깊은 감정을 담았기에 가능한 일일 겁니다.


글을 쓰는 인생으로 전환하기로 결심한 건 부모님이 떠나신 이후입니다. 작가가 담석증으로 입원하면서 딸과 남편이 찾아왔다 떠난 후 병실의 침묵을 경험한 것이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출근한다고 병실을 나오고 난 후 부모님은 어떤 마음으로 병실에 계셨을까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아등바등 사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게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은 둘째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하지 못하는 인생살이가 더 많습니다. 꿈을 영원히 꿈으로만 남겨둔다는 건 참 서글픈 일인 것 같아요. 용기 있게 시도한 작가님의 변화는 꿈을 지키기 위한 발걸음일 겁니다.


"그리운 마음은 함부로 버려지지 않고 언제든 꺼내어 다시 돌아보며 달랠 수 있다." - 책속에서


인생을 살아가며 기억할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그저 그리워할 뿐이다>. 부모님의 유품을 정리할 때 부모님의 의지와 상관없이 버려지는 물건을 보며 생각이 많아집니다. 더불어 살아 있을 때 내 마음이라는 공간 정리도 필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마음속에 쌓인 뒤엉킨 것들을 털어내고 정리하는 마음 정리 정돈을 하면 비워진 자리에 새로운 마음들을 다시 들여놓아 더 풍족해질 거라 믿습니다.


<그저 그리워할 뿐이다>를 읽는 내내 그동안 떠올리지 못했던 나의 어린 시절이 새록새록 건져올려진다는 걸 느꼈습니다. 맞아, 그땐 그랬지. 그런 일들이 있었지 하면서 추억의 방 스위치가 탁 켜지는 느낌이었어요. 언젠가의 그리움의 조각으로 남게 될 오늘 지금이 더 소중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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