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잘 있습니다 - 엄지사진관이 기록한 일상의 순간들
엄지사진관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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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가 아닌 생활자로서 제주를 살아가고 있는 사진작가가 기록한 제주 일상 에세이 <제주는 잘 있습니다>. 여행으로서의 제주와 일상의 제주는 달랐습니다. 많은 이들이 제주의 삶을 동경하지만, 토박이가 아닌 타지 사람이 제주에서 산다는 건 결국 낯선 곳에서 적응해가는 여정입니다.


왜 제주였는지 여전히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고백합니다.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기엔 복잡미묘합니다. 그래서인지 <제주는 잘 있습니다>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설렘과 불안이 교차합니다. 그럼에도 일상과 여행 사이의 삶을 살아내는 제주 생활자로서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글과 사진이 가득합니다.


싫어하는 것을 견딜 수 있는 인내심이 부족했다며 직장인 시절을 회상합니다. 지금의 생활이 일종의 도피성이었음을 슬쩍 고백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제주인 만큼 제주에서의 인생 2막을 여는 이들이 많습니다. 마침 근무지가 제주로 발령나는 바람에 제주에서 회사살이를 잠시 했던 그는 결국 그곳에서 프리랜서로 방향을 바꿉니다.


똑같은 제주살이여도 전과 다른 제주살이가 된 셈입니다. 월급쟁이에서 프리랜서로 전환은 많은 걸 감내해야 했습니다. 더 나은 길이라 선택했던 그 길도 쉽지 않았으니까요. 제주에는 정말 '진짜들'만 모여있더라고 합니다. 나태해질 수가 없었습니다. 나태하면 빠르게 도태될 뿐이었습니다.


<제주는 잘 있습니다>에서는 제주살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거쳐간 수많은 고민들이 쌓여 있습니다. 도시의 각박함이 싫다고 제주로 내려왔지만 어디에서건 저마다의 어려움은 또 새롭게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제주에서 첫 독립을 하면서 자신에게 남은 처음들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다고 합니다. 바다가 보이는 집 같은 건 여전히 드라마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었습니다.


조금 더 애쓰고 조금 덜 여유롭거나, 조금 덜 애쓰고 조금 더 여유롭거나 사이에서의 갈등이라든지 "제주 살아서 좋겠네"라는 악의 없는 말도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꼬아 듣던 태도에서 유연하게 되기까지 익숙해질 시간도 필요했습니다.


제주 생활자로 살다 보니 여행자의 시선으로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먹은 것, 마신 것, 즐긴 것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떠난 여행자들의 모습이 못마땅하게 다가오고, 관광지 음식이 아닌 진정한 도민맛집의 향토 음식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제주살이를 하며 생긴 소중한 공간들도 하나둘 생겨납니다. 위로와 위안이 되는 공간뿐만 아니라 느림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참 많습니다. 카메라 들고 골목길만 걸어도 좋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화려하고 경이로운 순간을 찍어내는 이들도 있듯, 지루하게 바라볼 수 있는 느린 리듬의 고요함을 좋아하는 엄지사진관처럼 행복은 제각각에서 끌어낼 수 있다는 걸 엿볼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는 것이 어려워지지만 제주에서 타지살이 중인 이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어가기도 합니다. 삶에 맷집이 생기는 것과는 별개로 아프고 서러울 때 다가오는 친구의 손길은 또 다른 느낌입니다. 혼자가 되고서야 친구나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여전히 하루하루가 도전의 삶이지만 최선을 다해왔음을 스스로 알아주기도 하면서 이젠 '편안'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조금씩 철이 들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건 점점 내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일 테지요. 제주의 유명 장소 이야기는 없지만 일상의 모습만으로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제주살이를 담은 <제주는 잘 있습니다>. 심심한 듯 담백한 여운이 주는 편안함으로 가득한 글과 사진 덕분에 한결 여유로워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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