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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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 미스터리의 여왕 와카타케 나나미의 대표작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 중 한 권인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 2010년 출간되었던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 개정판입니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일상 미스터리 소재를 가지고서도 시니컬하면서 하드보일드한 범죄를 잘 버무려 명암의 조화를 절묘하게 이룬 와카타케 나나미의 솜씨는 명불허전입니다. 


자극적인 살인 묘사 없이 수수께끼 같은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코지 미스터리인데도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은 살인에 이르는 과정을 무심코 상상하게 만드는 자극을 꽤 던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살짝 어이없음을 동반해서 작가에 속아넘어가기 일쑤지만요. 고등학생이 발견한 칼에 꽂힌 시신은 사실 알고 보니 고양이 사체였던 걸로 밝혀지고, 살아있던 고양이가 아니라 고양이 박제였다는 게 다시 밝혀지더니 그다음엔 그조차도 아닌 단순히 고양이 인형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여정을 겪는 동안 고양이를 좋아해서 이 책을 손에 쥔 독자는 가슴이 조마조마 해지는 걸 경험합니다.


주민보다 고양이가 더 많은 작은 섬. 소설에서는 가상의 지역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우리에게도 익숙한 일본 고양이섬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유명한 관광지가 된 이곳은 고양이의 낙원이라 불립니다. 하지만 고양이를 버리기에도 안성맞춤인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곳이라면 오히려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라며 무책임하게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 결국 고양이 수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칼에 찔린 고양이 인형이 발견되고, 용의자는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하필 미친 듯 해변가를 질주하는 바이크족과 충돌해 둘 다 사망하는 희귀한 사건이 벌어지며 평화롭던 고양이섬을 들썩이게 만듭니다. 왜 고양이 인형에 칼을 꽂았는지, 용의자는 자살인지 살해당한 건지...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사건 배후에 얽힌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까지 '이 중에서 골라봐~' 떡밥을 툭툭 던지는 작가. 예상했던 바대로 가는구나 싶던 순간 또 다른 떡밥이 튀어나오니 촘촘하게 설정한 스토리에 절로 감탄하게 됩니다.


코지 미스터리에서 기대한 유머와 시니컬함은 기본입니다. 빵빵 터지는 포인트도 있고, 분명 웃으면 안 되는 장면인데도 푸학 터지게 만드니 코믹물인가 싶다가도 애잔한 드라마를 오가는 조합이 절묘해요. 다양한 연령대와 성격을 가진 다채로운 캐릭터(특히 나나세 순경의 생고생에 박수를), 틈틈이 스르륵 등장해 쿨하게 사라지는 고양이들까지. 그들이 한바탕 쏟아내는 이야기의 폭포에 정신 못 차리다 보면 어느새 이 사건의 비밀 언저리에 도달해있습니다. 독자에게만 슬쩍 알려주는 반전 결말까지도 유쾌했던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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