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 철학자가 들려주는 행복한 개인으로 사는 법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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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노력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신념이 만들어낸 불안. 성공과 행복을 찾지 못하면 온전히 나만의 실패로 전가되는 오늘날, 끊임없는 변화와 성공을 강요하는 사회 흐름에 맞서는 7가지 지혜를 들려주는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행복지수 세계 1위 덴마크에서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였던 《스탠드펌》의 개정판으로 철학을 탐구하는 심리학자 스벤 브링크만이 안티 자기계발을 위한 자기계발 도구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선보인 책입니다.


저자는 '있는 모습 그대로 행복할 순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안정적인 삶을 살기 어려워진 요즘, 가속화 문화에서 자기계발은 도구가 아닌 목적이 되었습니다.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건 철학이라는 정신적 백신입니다.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은 스토아 철학을 처방합니다. 스토아 철학의 덕목들은 실용적입니다. 아우렐리우스, 세네카, 에픽테토스, 카토, 소포클레스 등 스토아 철학자들의 지혜를 바탕으로 조금 삐딱한 시선으로 행복을 찾는 법을 알려줍니다.


나만의 삶의 중심을 찾을 수 있는 7가지 삶의 지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라는 첫 번째 지혜부터 신선합니다. 진정한 자아는 실체가 아니라 하나의 관념일 뿐이라고 합니다. 슬라보예 지젝도 "저는 항상 가면을 믿습니다."라며 자신이 쓰고 있는 가면에 더 많은 진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자아실현이 해방감을 주던 시대가 분명 있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아우렐리우스는 내면을 탐색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자발적 불편을 경험하라고 조언합니다. 내키지 않는 일을 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미래에 어떤 시련이 닥치든 대처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고 작은 것들에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자기를 찾는데 쓰는 시간을 줄인다면 더 중요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삶의 부정적인 면에 집중해 보는 겁니다.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 단계라고 합니다. 강요된 긍정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은 투덜댈 권리조차 잊어버렸습니다.


물론 매사에 다 투덜거리라는 건 아닙니다. 삶의 부정적인 면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노예 출신으로 훗날 위대한 철학자가 된 에픽테토스도 부정적 시각화를 잘 사용하면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도 행복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지혜 중 하나는 '아니요' 대답을 잘하는 겁니다. 매사에 '예'라고 대답하는 건 노예뿐이라고 합니다. 두려움에 아니요를 말하지 못한다면 결국 길을 잃게 됩니다. 물론 이 역시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입니다.


요즘은 감정 과잉이 열정이라는 개념에 은근슬쩍 스며들었습니다. <불안한 날들의 철학>에서는 감정의 노예가 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오히려 가면을 쓰는 것이 공손함, 정중함의 본질이라고 합니다. 공적 영역에서 합리적으로 공존하기 위해서는 관습화된 정중한 가면이 필요하다는 거죠. 부정적 일에 대해 투덜거리는 게 좋을 때가 있고, 화를 억제하는 게 좋을 때가 있듯 감정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합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 우정을 쌓는 일도 필요합니다. 마음의 평화를 찬양하는 스토아 철학의 본질을 이어받은 키케로는 절친 아티 쿠스와의 노년기 우정에 대한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키케로의 우정에 대한 사고방식은 마사 누스바움과 솔 레브모어의 우정에 대한 책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로 소설 읽기를 추천하기도 합니다. 자기계발서나 자서전보다 삶을 더 정직하게 그린 게 소설이라고 말이죠. 시련을 제대로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려면 소설을 읽으라고 합니다. 우리의 삶과 자아를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보여줍니다.


매일 반복해도 좋은 일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를 올바르게 회상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과거 성찰은 너무 현재, 순간에만 집착하는 현대인들에게 오히려 필요한 태도입니다. 지나치게 바쁜 사람은 과거를 응시하지 못하니까요.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에서 등장하는 스토아 철학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라고 하고, 불평과 비관주의도 때로는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제시한 대안을 왜곡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부정성이 허무주의적 비관주의가 아니라, 삶에서 진짜 자신의 몫을 찾고 책임과 의무를 받아들이는 걸 의미합니다.


자기 내면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의존하거나 세상의 변화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 불안에 떨지 않도록, 더 균형 잡히고 안정적인 세계관으로 세상을 살도록 돕습니다. 내가 가진 것들을 토대로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을 찾도록 영감을 줍니다.


쉬운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어 술술 잘 읽히는 편이었어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자기계발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삶을 벗어나도록 돕는 스토아 철학의 지혜를 만나는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안티-자기계발 철학으로서의 스토아 철학에 주목했기에 저자는 스토아 철학의 주장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진 않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문제를 고민할 때 유용한 7가지 지혜를 지극히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해 끌어올립니다. 성장 이데올로기에 빠진 이들에게 기분 좋은 청량감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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