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욕심이 생겼어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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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한 상상력 천재 요시타케 신스케의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과 결을 같이하는 에세이 <살짝 욕심이 생겼어>. 작가만의 일상 리듬을 만드는 사소하고 위대한 생각 모음집, 이번엔 욕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식욕, 물욕, 수면욕처럼 욕심이라 하면 탐욕, 무절제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분수에 넘치게 탐내는 마음이 과하면 탈 나지만, 아무것도 갈망하지 않는 삶이라면 그 또한 무기력한 삶이 아닐까요.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인생을 위해 애쓰는 마음에 딱 적절하게 필요한 욕심이라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 싶은 마음을 뜻하는 욕심은 역시 균형이 중요한 거겠지요.


다양한 욕망 가운데 요시타게 신스케는 납득욕이라는 신박한 단어를 소개합니다. 납득욕이 강할수록 이치와 이유를 따지는 경향이 크고, 납득욕이 약할수록 이치나 논리를 그닥 필요로 하지 않는 경향을 가진다고 합니다. 물론 깨달음의 경지라 일컫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상태'도 있지요.


욕망을 이길 수는 없지만, 과하지 않게 다스리기 위해 우리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바로 납득의 여정입니다. ~싶은 마음 때문에 생기는 욕망. 납득이 안 된다는 건 큰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살짝 욕심이 생겼어>는 바로 이 납득의 여정을 보여주는 생각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일상 속 갖가지 욕심을 보여줍니다. 잘되지 않아서, 잘 풀리지 않는 일을 맞닥뜨렸을 때 애초에 방법이 잘못되진 않았는지 접근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고 흐름이 인상 깊었습니다. 나의 모든 걸 초기화할 수는 없는 법이기에 납득의 여정이 필요합니다. 받아들이거나 방법을 달리해보는 겁니다.


납득욕 만큼이나 재미있는 욕심이 있습니다. 한쪽이 조금 기운다 싶으면 신경 쓰이고 비탈진 곳도 땅을 평평하게 고른 뒤에 집을 짓는 수평지상주의 인간을 고찰해 보면서 수평욕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아이가 꼬박꼬박 물어보며 확인을 받은 후 먹는 습관을 보면서는 승인욕이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합니다. 쉽게 채워질 리 만무하지만 스스로를 긍정하지 못하면 하다못해 누군가를 부정이라도 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인 사회를 두고 긍정욕이라는 이름도 붙여봅니다.


상대가 원하는 것보다 나 자신이 원하는 것에 냉정하게 혹은 소홀하게 대하기도 합니다. 일상 속 갖가지 욕심의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내가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게 살펴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적절한 균형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나 납득이 되지 않는 결론으로 내팽개치는 등 욕심을 터부시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요시타케 신스케는 건강한 욕심이 하루를 잘 보낼 수 있게 도와준다는 걸 보여줍니다.


가끔은 맥락 없이 퍼뜩 생각난 그림을 그린 요시타케 신스케. 스케치의 묘미를 담은 페이지가 가득합니다. 작은 질문 하나가 아이디어를 줄줄 내놓기도 하는 유쾌한 상상력의 재미를 독자에게도 선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에서는 누가 좀 걱정을 흡수하는 종이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듯, <살짝 욕심이 생겼어>에서는 감사를 촉구하는 담당자가 따로 있으면 좋겠다며 당연하게 여기던 감사함을 사람들이 되새기면 좋겠다는 마음을 내비칩니다. 이처럼 일상을 잘 살아내는 에너지가 되는 욕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번 에세이도 즐거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그림과 따스한 메시지가 가득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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