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알리 알라성 - 알수록 행복해지는 유쾌한 性 이야기
오세비.김경헌 지음, 임유영 만화 / 비전C&F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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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현장의 전문가 오세비, 김경헌 저자가 알려주는 청소년의 성 이야기 <알리알리 알라성>. 디지털 발달로 왜곡된 성을 쉽고 빠르게 접하는 오늘날 올바른 성 의식 형성과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성교육 이야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성세대의 편협한 시선이 자녀의 성교육을 방해하기 일쑤입니다. 2020년에 한 고등학교에서 '바나나에 콘돔 끼우기'를 시연하려다가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쳐 취소되었다는 기사처럼 논란이 될 수 있다는 현실에서 살고 있습니다. 부모가 올바른 성교육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단단한 장벽이 쉽게 허물어지지 않습니다.


부모 세대라면 구성애 선생님의 방송을 한 번쯤 접해본 적 있을 겁니다. 당시 얼마나 쇼킹했던가요. 성교육하면 구성애라는 이름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성교육에 있어서 대단한 아우라를 가진 분이시죠.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시는 구성애 선생님이 추천하는 책 <알리알리 알라성>. 수치스럽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닌 일상적인 대화로 이어지는 주제가 되도록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알리알리 알라성>은 오세비 저자가 쓴 청소년 편과 김경헌 저자가 쓴 부모 편으로 구분해 구성을 조금 달리해서 보여줍니다. 청소년 편에서는 만화가 함께 있어 책을 안 읽는 청소년들의 진입 장벽을 낮췄습니다. 성별 구분은 따로 하지 않고 함께 알고 있어야 할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오히려 다른 성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는 데는 이런 책만큼 좋은 게 없지 싶어요. 부모가 직접 말로 하기 까다로운 이야기를 청소년 스스로 읽어가면서 습득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알라와 알리가 사춘기를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성을 다루고 있어 스토리텔링의 맛이 좋습니다. 짤막한 만화로 상황을 보여주고, 관련 주제를 좀 더 깊게 파고드는 방식입니다. 그림 설명을 볼 수 있는 QR 코드가 있는 페이지도 있습니다.


청소년기 학교생활을 하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고민도 다루고 있는데, 피부 문제라든지 연애라든지 부모도 충분히 그 시절 겪었던 일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내 아이에게는 몸의 변화와 고민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다는 부분을 깨닫고 반성하게 됩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그저 다양성을 존중하라는 식의 조언이 나올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의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동성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과 성적 취향을 혼동하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겁니다. 성소수자의 의미를 제대로 짚어주면서 성 정체성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후회 없도록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임신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함께 행동한 것에 대한 책임지는 모습을 강조하는 조언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올바른 성교육 마인드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어요. 건강하게 잘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인데도 잘 알지 못한다면 두렵게 받아들일 수도 있기에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게 중요한 성 지식입니다. 챕터마다 유용한 Tip과 해당 주제에 관련한 청소년들의 궁금증을 Q&A로 보여주는데 저도 미처 생각지 못한 이야기들이 이 코너에서 많이 등장하더라고요.


요즘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자들이 교묘한 수법으로 접근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N번방 같은 디지털 성범죄에 이용될 위기에 빠진 청소년이 어떤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알리알리 알라성> 청소년 편에서는 청소년이 성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있다는 걸 분명히 알려줍니다. 원치 않는 성 행동은 언제든 거절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지혜롭고 현명하게 행사하는 어른이 되어가도록 돕습니다.


'부모' 편에서는 잘못된 성문화가 청소년에게 영향을 끼치는 오늘날의 모습을 짚어보며 부모로서 자녀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질문을 던집니다. 청소년들의 성문화를 들여다보고, 호기심과 질문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합니다. 모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잘못 알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2015년 학교 성교육 표준안의 내용에는 비현실적인 대처 방안과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차별적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합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던지는 성에 대한 질문 목록을 뽑아 보여주는데 성교육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부모라 할지라도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더라고요. 청소년은 자신의 행동보다 반응하는 부모의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성의 부정적인 내용만을 강조하거나 청소년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의 문제점도 짚어줍니다.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부모에게도 생소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제대로 그 의미를 배운 경험이 없으니까요. 자기 결정권에 대한 오해와 무지를 깨뜨리는 조언이 이어집니다. <알리알리 알라성>에서는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성상담소에서 개발한 성적 자기 결정권 진단표를 소개하는데 자신의 권리와 동의의 원칙을 확실하게 이해하는 것이 그 시작입니다.


부모는 아이를 키우면서 함께 성장한다는 말이 이처럼 잘 맞는 주제가 있을까요. 나도 이런 교육을 일찍 받았더라면 좋았겠다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청소년들의 시선에 맞춘 성 고민과 청소년의 성문화를 현실적으로 짚어준 <알리알리 알라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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