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대 패싱 - 튀고 싶지만 튀지 못하는 소심한 반항아들
윤석만.천하람 지음 / 가디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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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공정과 50대의 정의 사이에 ‘낀’ 세대 3040 이야기 <낀대 패싱>. 1979년생 윤석만 기자와 1986년생 변호사이자 정치인인 천하람 저자가 586과 MZ 사이에 끼어 있는 ‘낀대’를 정치사회학적으로 분석한 책입니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 간극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 ‘낀대’.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 후반에 태어난 이들을 일컫습니다. X세대와 MZ세대에 중첩돼 있는 이들입니다. 586에 치이고 90년대생에 낀 샌드위치 세대 ‘낀대’는 대중문화 역사상 최초로 ‘개인’의 탄생을 경험하며 문화적 역량에선 특출났지만, 다른 분야에선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치권에서 낀대는 패싱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실입니다.


사회에 존재하는 갈등과 균열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게 정치입니다. 사회가 분화하며 갈등 요소는 보다 다양해졌는데, 대한민국은 두 거대 정당이 한국 정치를 양분해왔을 뿐 세대 간 이해와 합의점 찾기는 소홀했습니다. 책 <낀대 패싱>은 낀대가 가진 실체와 의미를 짚어보며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핵심 갈등을 분석해 우리 사회의 정확한 갈등과 균열 지점을 찾아내 해결 단초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사회적 통념상 MZ세대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태어난 세대를 일컫지만, 생년 중심 세대 구분법은 현실에서 애매합니다. MZ세대임에도 본인의 정체성은 X세대에 가까운 81년생도 있고, 586세대에 가까운 70년생도 있습니다. <낀대 패싱>에서는 기계적인 세대 구분법을 탈피하고 ‘낀대’에 대해서만이라도 새롭게 정의 내리고 있습니다.


‘낀대’는 국민학교와 초등학교가 혼재하고 삐삐라는 물건을 실제로 경험해 봤습니다. 서태지 세대를 기점으로 1세대 아이돌 팬덤 문화를 만들어낸 대중문화 소비자이자 생산자로 큰 힘을 발휘했고 여전히 대중문화에서만큼은 위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계층적 위치와 소득 수준이 부모보다 못하다고 느낀 최초의 세대입니다. 학창시절에 형성된 반골기질이 남아있지만 세대 바깥에선 몰개성이라고 느낄 만큼 집단적이기도 합니다. 학창시절부터 직장생활에 이르기까지 ‘누울 자리를 보고 개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마인드로, 합리적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조직의 논리를 앞세웁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가 중소기업 이야기를 다룬 《좋좋소》의 중간관리직 이과장입니다. 20대 직원의 요구가 합리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꼰대 사장도 알고 보면 거래처의 을이라는 걸 아는 ‘낀대’입니다.


아날로그를 이해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5060을 이해하는 세대인 ‘낀대’. 하지만 X세대는 사실상 정치적 패싱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합니다. 자기만의 정치 어젠다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치에선 잃어버린 세대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90년대생은 윗세대와 다른 정치적 에너지를 가졌다고 합니다.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기회와 희망의 상실이라는 새로운 결핍이 에너지의 근원입니다. 정치에선 낀대를 넘어서는 변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낀대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된 건 X세대의 지지보다 디지털세대인 Z세대 90년대생의 힘, 특히 20대 남성의 보수정당 지지 현상이 정점을 찍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들이 온전히 보수가 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흥미로운 점은 20대 남녀 정치 성향이 정반대라는 데 있습니다. 이대남이라는 용어로 부르는 20대 남자에게서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20대의 아버지인 586세대가 했던 일들이 정작 아무런 기득권도 누리지 못한 20대가 책임을 안게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이 쟁점에는 뿌리 깊은 젠더 갈등이 있습니다. 20대 남성은 오히려 역차별 담론을 꺼냅니다. 불공정이라는 의식을 가진 겁니다. 일부는 여성혐오로 이어지게 됩니다.


서울대 신재용 교수의 <공정한 보상> 책에서도 화이트칼라 MZ세대가 열망하는 공정의 의미를 이미 접한 바 있는데 <낀대 패싱>에서도 공정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수시와 학종 위주의 입시정책 변화,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 고소득층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쉽게 만드는 교육제도 현실에서 교육은 더 이상 계층 상승의 희망 사다리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눈 떠보니 선진국의 삶을 사는 공정한 90년생과 독재와 민주화를 경험한 586세대의 정의 사이에 낀 ‘낀대’. 정년연장과 정규직 전환, 공정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MZ노조, 연금 개혁 사안 등 낀대 갈등의 주요 사회 쟁점을 살펴봅니다.


이제는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분명한 특징을 가진 90년대생이 정치 사회학적 변화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와 NFT 같은 새로운 세계가 당연하듯 익숙한 디지털세대의 현재를 조목조목 짚어보며 ‘낀대’의 역할을 고민합니다.


낀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586세대와 90년대생의 이야기까지 함께 살펴봐야 했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세대 ‘낀대’와 한국 사회의 세대 담론을 펼쳐 보인 <낀대 패싱>. ‘낀대’ 역시 처음 등장할 때는 신세대로 규정 받았습니다. 저도 낀대에 해당하는 세대이지만 가족, 직장 등 살아가면서 부대끼는 건 낀대끼리가 아니라 위아래 세대를 아우르니 결국 <낀대 패싱>은 지금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낀대’의 정체성을 알아갈수록 공감하면서도 낀대라는 용어에서 받는 씁쓸한 기분은 들게 되더군요. 정치적 패싱은 있을지 모르나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이해하는 낀대의 가치는 오히려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이 반가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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