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다 작가정신 시그림책
박완서 지음, 이성표 그림 / 작가정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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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의 경계를 넘어서서 그림 가운데 시가 있고, 시 가운데 그림이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정신 시그림책 시리즈. 시그림책이라고 해서 시인이 쓴 시만 해당되는 줄 알았는데 편견을 깨뜨리는 책을 만났습니다. <시를 읽는다>는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 수록된 문장의 일부를 가지고 왔습니다.


시대의 이야기꾼 박완서 작가 타계 11주년(1월 22일)을 맞아 그를 기리며 나온 책 <시를 읽는다>. 역시 명문장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강렬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문장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시로 읊조릴 수 있을까요. 박완서의 문장을 저는 소설로만 접했었기에 산문의 맛은 알지 못했는데 <시를 읽는다>를 읽고 나니 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솔직 담백함에 끌려 일본 소설 작가의 에세이를 즐겨 읽는 독자라면 박완서의 산문과도 결이 잘 맞을 거예요.


<시를 읽는다>는 생전에 시를 애정한 박완서 작가가 시를 읽는 이유를 들려주며 남긴 글입니다.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 시의 가시에 찔려 /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는 글귀를 문장과 문장들 가운데서 읽었다면 사실 지금처럼의 강렬함이 덜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의 형태로 건져올리고, 그림과 함께 어우러져 마주하니 어찌나 가슴을 울리는지요.


<시를 읽는다>에 소개된 짧은 문장 속에는 삶과 죽음이 고스란히 들어있습니다. 외로움과 두려움에 휩싸일 때 시가 안겨주는 영향력을 담백한 성찰과 함께 몇 줄의 문장만으로 보여줍니다. 한국출판문화대상 일러스트레이션부문 수상자인 일러스트레이터 이성표 작가의 그림은 박완서 작가의 이미지와도 무척 잘 어울립니다. 수수한듯하면서도 정겨운 그림체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만났을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 어릴 적 애정했던 <야, 비 온다> 외 여러 그림책의 그림을 그렸고, 여러 책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작가입니다.


시가 만난 그림책, 그림책에 들어온 시. 작가정신의 시그림책 <시를 읽는다>.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감정 폭탄을 날리지 않아도 담백하고 순수한 언어 그 자체의 멋을 제대로 보여주는 박완서의 문장. 농축된 좋은 문장이 선사하는 매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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