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집은 내가 되고 - 나를 숨 쉬게 하는 집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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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95만의 일상 브이로그 채널 슛뚜를 운영 중인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슛뚜 박해리 저자의 에세이 <가끔 집은 내가 되고>.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되는 기분을 제대로 안겨주는 슛뚜의 영상. 자극적이지 않아서 저도 좋아하는 채널인데 영상 속 배경이 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이렇게 나와서 반가웠어요.


학창 시절엔 그저 벗어나고 싶었던 집에서 이제는 “집은 나 자체다.”라고 말할 수 있기까지 슛뚜 저자가 20대를 보내는 동안 공간의 의미가 180도 달라졌습니다. 동생과 함께 써야 했던 '우리 방'이 아닌 '내 방'이 갖고 싶었던 시절에는 혼자 있고 싶을 때마다 결국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지만 독립은 불시에 찾아왔습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시작된 갑작스러운 독립이었기에 첫 자취방은 기대했던 공간이 아닙니다. 그래도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자취방 로망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계약 만료 때마다 이사를 해야 했지만, 자신의 색을 입힐 수 있는 자취방의 매력에 폭 빠집니다.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이 치솟던 차에 송도 여행을 하며 새로운 곳에서 삶을 환기해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연고도 없는 곳으로 망설임 없이 이사를 결정합니다. 이번에는 월세가 아닌 전세입니다.


늘 커튼을 쳐야 했던 이전 집들과 달리 앞에 공원이 있어 커튼 없이도 살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아침에 꽤 오랜 시간 빛을 볼 수 있어 침실의 빛과 그림자 사진을 찍는 게 즐거워집니다. 슛뚜 채널의 영상을 보면 빛과 그림자가 주는 공간미가 무척 매력적인데 집을 구할 때부터 빛을 중요시했던 걸 알 수 있습니다.


기본 인테리어가 괜찮은 집에 살게 되니 예전엔 일정 수준 이상을 포기했던 것들에 대한 욕심도 생깁니다. 유행하거나 순간 예뻐 보여서 들인 건 결국 처분하게 되는 실패기도 겪으며 결국 취향에 더욱 집중하게 됩니다. 이쯤 되니 이제 이 집이 정말 내 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동안은 그저 하루하루 목표 없이 살아지는 삶을 살아왔다면, 이사를 거듭하며 생각이 변화합니다. 주거공간의 변화는 나를 바꿔놓더라고 고백합니다. 단순히 물건을 살 때와는 확연히 다른 기분이라고 합니다. 통장은 텅장이 되었지만 소모적인 소비가 아닌 성장에 도움 되는 소비를 할 줄 알게 됩니다. 이제는 목표도 생기고 주체적으로 사는 인간으로 조금씩 거듭납니다.


결국 내 집 마련의 목표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스물아홉이 되던 해 버킷리스트를 이룹니다. 20평대 아파트 인테리어에 거금을 썼다고 밝히는데, 6년의 자취 경험을 토대로 취향이 확실해졌기에 후회는 있을 수 없습니다. 1인 가구로 소파도 TV도 없는 집이지만 취향을 살린 디테일에 집중해 공간을 리모델링합니다.


공간이 얼마나 쉽게 사람을 바꾸는지 스스로 경험했기에 취향을 담은 공간으로 꾸미는 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슛뚜 저자와 취향의 결이 닮은 사람이라면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부럽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데다가 영감도 마구마구 샘솟을 겁니다. 안도감과 편안함 같은 감정들이 차오르는 공간에서라면 삶의 질 향상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집은 살고 있는 사람의 모든 걸 보여준다고 합니다. 옷장을 열면 내 스타일을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집 옷장을 열면 저는 물음표만 떠오를 지경이니, 내 취향이 무엇인지부터 생각 정리를 좀 해나가고 싶습니다. 슛뚜 저자처럼 1인 가구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사는 집이어도 내 취향이 오롯이 담긴 공간은 필요하단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꽤 빠르게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진 슛뚜 저자. 그만의 버팀목이 된 집의 의미를 스스로 잘 깨우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가끔 집은 내가 되고>를 읽는 내내 나만의 공간이 내 삶에 끼치는 영향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상만큼이나 편안하게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가 매력적인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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