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풀어 본 한국인의 정신건강 - 정신과 의사 후박사의 133가지 탁월한 진단과 처방
이후경 지음 / 학지사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도 스트레스 받으셨나요? 국민의사 이시형 박사 추천도서 <사례로 풀어 본 한국인의 정신건강>이 필요합니다. 이후경 정신과의사는 중앙이코노미스트에 7년간 '후박사의 힐링 상담'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의 마음을 파고들었는데, 드디어 한국인의 스트레스가 총망라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일반인이 증상, 문제, 갈등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지 않아도, 상담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 자가 치료하도록 구성한 책입니다. 사례 중심으로 풀어나가기 때문에 이 책은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인지하고 있는 증상과 곤란을 겪는 문제 사례를 찾아 읽는 것만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그 방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정신과 환자는 한 시대를 앓는 사람들"이라고 한 국민의사 이시형 박사의 추천사 속 구절처럼 변화무쌍한 이 시대의 아픔을 구석구석 대변해 낸 다양한 연령, 성별, 직업을 가진 이들의 133가지 사례를 읽다 보면 우리 사회의 아픔과 갈등이 녹아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사례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한국 사회를 이해하게 될 정도입니다.


강박증으로 시작해 볼까요. 깨끗함에 집착하는 30대 대기업 사원, 업무지시를 연거푸 확인 반복하는 40대 중소기업 부장, 자신이 정리해둔 방식에 집착하는 20대 교사의 사례처럼 의미 없는 생각과 행동이 반복되는 강박증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겁니다. 스위치가 탁 켜지면 강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끊임없이 메우게 되다 보니 참 괴롭습니다. 사례에서도 손 씻기, 확인하기, 정돈하기라는 평범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그 강도가 셉니다.


사례에 대한 후박사의 고찰이 이어집니다. 생물적, 정신분석적, 심리사회적, 철학적 해결을 통합적으로 접근한 방식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깊이 있는 통찰을 안겨줍니다. 정신과의사이면서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을 설립해 운영해온 후박사의 내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강박증에 대한 고찰을 살펴볼게요. 넷 중 한 명은 평생 한 번쯤 겪을 만큼 흔한 게 강박증이라고 합니다. 왜 생기는 걸까요? 생각과다, 감정억압, 욕구좌절에서 온다고 합니다. 타인을 의심하는 편집증과 달리 자신을 의심합니다. 그러다 보니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건 아니라며 오히려 소홀히 하기도 쉬울 것 같아요. 문제는 강박증이 중독으로 발전하기 쉽다는 데 있습니다. 우울을 동반하면서 쾌락을 추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후박사의 고찰을 통해 어디에서 비롯된 증상인지, 어떤 양상으로 나아가는지, 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폭넓은 지성의 융합적 작업은 후박사의 탁월한 세 가지 처방으로 이어집니다. 나쁜 습관 끊는 것도 이러한 방식이다 싶은데요. 강박증 처방의 경우 행동을 먼저 멈추고, 생각을 멈춰야 한다고 합니다. 행동이 끊어지면 절반의 성공을 이루는 거라고 응원합니다. 어떻게 행동을 끊을 수 있는지, 생각을 멈출 수 있는지 조언이 등장합니다.


후박사의 탁월한 세 가지 처방은 쉽습니다. 지금 바로 행동과 생각을 바꾸는 데 도움 됩니다. 상식에 기반하고 올바른 보상에 기반한 효험을 기대할 수 있는 조언입니다. 증상, 문제, 갈등의 핵심을 찌르는 간단 명료한 처방이라 실천하기 수월하게 다가옵니다. 순식간에 증상이 소멸하는 약물치료에 앞서 원인 탐구를 할 기회를 안겨줍니다. 내 스트레스의 실체에 접근하게 이릅니다.


<사례로 풀어 본 한국인의 정신건강>의 사례에 담긴 본질은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요, 조용한 살인자라고 합니다. 무너지면 정신병, 극복하면 성장통이 되는 스트레스. 극복하면 성취감이 생기고, 상처가 승화하면 행복감이 생긴다고 합니다. 하지만 힘든 스트레스가 오래가면 모든 에너지가 바닥나게 되고 우울증이 옵니다.


다들 그러려니 하면서 만성화하게 두지 말아야합니다. 알아서 쉬라는 신체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바꿀 수 있는 건 바꾸고 바꿀 수 없는 건 받아들이는 자세, 과소평가하지도 과대평가하지도 않기 등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조언이 가득합니다.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현명한 조언들입니다.


더불어 분노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일자리가 없어 화가 나고, 과중한 업무로 지쳐가고, 노년은 대책이 없어 화가 나고. 취업, 결혼, 은퇴 후를 생각하면 막막하다 보니 화가 가득한 시대입니다. 분노는 지치고 힘들 때 일어납니다. 통제부족에서 충동조절로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결국 문제를 피하게 되고, 쉽게 포기하게 된다고 합니다.


<사례로 풀어 본 한국인의 정신건강>에서는 습관, 사랑, 다이어트, 성, 노화, 인간관계 등 개개인에게 나타날 수 있는 사례도 다루고 있고 자녀, 부부, 친척 등 가정 문제도 다룹니다. 환자의 가족이 가질 수 있는 스트레스, 사돈 간 문제, 상속 문제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증상이 명확히 나타나면 그나마 인지할 수 기회가 있지만, 뭐가 문제인지 몰라서 스트레스가 쌓여온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는 걸 사례를 읽으며 그제서야 깨닫기도 했습니다.


억압되고 소외당한 현대인의 배출구 SNS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문제와 갈등도 다룹니다. SNS가 삶의 동력이 되기보다는 공허가 꿈틀거리는 현대인의 속사정을 짚어줍니다. 공허함을 고요함으로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동조, 복종, 왕따 현상이라는 강력한 사회심리가 작동한다는 군대 문제를 비롯해 데이트 폭력 및 스토킹, 각종 비리와 부정, 사기와 속임수, 감정노동, 혐오와 차별, 젠더 갈등 등 뉴스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사회문제와 관련한 갈등 사례도 다룹니다.


갑질에 관한 이슈도 끊이질 않죠. 한국 사회에 갑질이 성행하는 이유는 식민지 잔재 탓이라고 합니다. 앞잡이 특권층과 서민 사이의 소통 단절, 강력한 권위주의 문화인 군대 문화가 기업 문화로 정착되면서입니다. 가족보다 회사에서 동료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 힘든 인간관계의 총집합인 직장에서의 갈등 사례도 빼곡히 등장합니다.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사례를 살펴보며, 내가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읽을 수 있는 백과사전 같은 책 <사례로 풀어 본 한국인의 정신건강>. 후박사의 처방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든든해집니다. 그동안 아이를 돌보느라 하지 못했던 운동, 그동안 일하느라 못다 한 공부를 해보자고도 조언합니다. 오늘 숨 쉬고 느끼며, 사랑하고 살아 있음을 경이로 받아들이자는 등 마음의 중심을 잡게 하는 후박사의 처방을 받아보세요.


나, 너, 우리의 이야기 133가지 사례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스트레스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고통을 공감하게 됩니다. 책장에 꽂아두고 머릿속이 번잡하고 가슴이 답답할 때 목차를 펼쳐 지금 내 갈등과 닮은 꼴인 사례를 찾아 읽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번민이 조금은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개인, 가정, 사회, 직장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생생한 사례와 탁월한 처방을 담은 이 책으로 정신건강을 든든히 챙기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