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혹하는 이유 - 사회심리학이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개소리 탐지의 정석
존 페트로첼리 지음, 안기순 옮김 / 오월구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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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가짜뉴스, 소셜미디어상의 단편적인 의견들, 흥미롭지만 사실인지 입증되지 않은 이론들이 수없이 있습니다. 바로 개소리들입니다. 존 페트로첼리 실험사회심리학 교수는 역대 가장 잘 팔린 철학책 중 한 권인 분석철학자 해리 프랑크푸르트가 쓴 <개소리에 대하여>를 읽은 후 그의 주장에 대한 과학적 해답을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개소리 연구에 돌입합니다.


우리가 혹하는 이유 (원제 THE LIFE-CHANGING SCIENCE OF DETECTING BULLSHIT)>는 개소리가 무엇인지, 왜 발생하는지, 개인에게 안기는 잠재적 이익은 무엇인지, 사회에 파생하는 결과를 살펴보며 개소리의 영향을 탐지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여전히 지구는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고 확고하게 믿으며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NBA 슈퍼스타 카이리 어빙처럼 유명인뿐만 아니라 미국 성인 5퍼센트가 의심하고, 2퍼센트는 평평하다고 대답하고, 7퍼센트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진실이나 인정받은 증거 따윈 무시하는 사고방식만 있으면 작동하는 것이 개소리라고 합니다. 달에서 만리장성은 볼 수 없고, MBTI는 끝내주는 성공한 속임수라고 하지만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개소리는 의도나 인식과 상관없이 진실, 진정한 증거, 확립된 지식과 거의 또는 전혀 관계가 없거나 이것을 신경 쓰지 않고 의사소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살면서 개소리를 합니다. 거짓말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거짓말은 진실을 숨기려 들지만, 개소리는 진실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은 거짓말을 들으면 분노하지만, 개소리를 들으면 외면하는듯한 반응을 보인다는 겁니다.


존 페트로첼리 교수는 가벼운 허튼소리에서부터 치명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개소리까지 개소리에 꾀는 파리 지수로 개소리를 1~3단계로 구분합니다. 탁월한 개소리꾼으로 트럼프를 손꼽는데, 1~3단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인물이라는 걸 풍부한(!) 사례로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개소리를 쉽게 탐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개소리는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할 출처를 포함해 어디든 존재하고, 우리는 쉽게 흔들린다고 합니다. 애덤 그랜트가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했던 MBTI는 애초에 심리학자가 만든 게 아니라 게임용으로 만들었음에도 채용, 인사관리에 활용할 정도가 되었으니 심리학계에서 사용 자제 권고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구온난화가 거짓이라고 믿는 것처럼 좋은 게 좋으니까라는 사고방식, 일시적으로 사실로 가정하는 진실 기본값과 확증 편향 경향, 빠른 직관과 느린 이성이 개소리에 혹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혹하는 이유>에서는 심리학적으로 개인적, 맥락적, 인지적, 정서적, 동기유발적 요소로 나누어 개소리에 취약한 원인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개소리에 꾀는 파리 지수에서처럼 개소리의 영향력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우리의 기억, 태도, 신념,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반복해서 노출되면 거짓도 진실로 기억되고, 잘못된 믿음을 만듭니다. 어리석은 의사결정과 막대한 피해가 이어집니다. 유명한 주식 사기 중 버나드 메이도프 사건은 운용자의 설득 기술 같은 것 없이 오직 투자자들의 집단적 사고와 관계있었다고 짚어줍니다. 우리는 누구나 개소리 취약성을 지니고 있는데, <쉽게 속아 넘어가는 속성의 역사>를 저술한 유명 교수도 이 폰지 사기에 속아넘어갔을 정도입니다. 무려 10년 넘게 지속된 기간 동안 정체를 알아차린 사람도 분명 있었습니다. 증권거래위원회에서 해임 당했지만 말입니다.


개소리를 이해하고 탐지하고 대처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입니다. 물론 실체를 보기는 무척 어렵지만 개소리꾼의 성향, 그들이 사용하는 전술들을 <우리가 혹하는 이유>에서 다루고 있으니 전혀 모르고 있었을 때보다는 훨씬 효과적으로 탐지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진실을 직시하고 바람직한 결정을 내리고 싶다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판적 사고는 정중한 의심이라는 건강한 요소가 들어간 회의적인 태도와 질문하기를 발달시켜야 가능해집니다.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 본 적 있나요? 같은 일반적인 질문 구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왜? 가 아니라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물어야 한다고 합니다. 개소리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책 <우리가 혹하는 이유>. 개소리에 더 이상 귀 기울이는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근거 없는 논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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