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기록
심혜경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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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부가 취미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제 롤모델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방점은 취미에 있습니다.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을 취미라고 하지요. 배우는 게 취미이지만, ‘열심히’는 아니라고 당당히 말하는 심혜경 저자. 배움의 과정을 즐기며 천천히 진도를 조금씩 빼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는 싶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현재의 삶에 갇혀 더는 생각이 자라지 않을 때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책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학창 시절의 공부나 취업을 위해 준비하는 공부와는 다른 즐기는 공부는 ‘놀이’ 삼아 배우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배운다는 말을 붙일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공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에 따르는 모든 행위가 공부입니다. 결국 공부가 취미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건 하고 싶은 생활을 한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삽질의 전리품이 되든, 한 줄로 꿰어지든 즐겁고 신나는 일로 접근하는 공부의 세계를 맛보지 않으시겠어요.


바느질, 뜨개질, 클래식 기타, 바이올린, 펜화 드로잉, 캘리그래피, 1인 출판 과정, 실크스크린, 태극권 등 저자가 한 해 한 해 배운 것들을 나열해 보니 참 많은 것들을 배웠다는 걸 알게 됩니다. 어떤 건 기대 가득했지만 막상 배워보니 시들해지기도 했고, 어떤 건 큰 기대 없이 시작했다가 오히려 취미 붙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원데이클래스나 3개월 이내에 하나의 과정이 마무리되는 수업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더 이상 내 길이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기 딱 좋은 단기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자의 공부는 어학 분야에서도 어마어마한 확장성을 발휘합니다. 이왕 배우는 거 생산적인 걸 배우고 싶어 하는 성격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외국어 공부가 최고지요. 저자는 여행을 가서 말 한마디라도 현지 언어로 소통하고 싶은 욕구와 원서를 읽고 싶은 욕심 때문에 외국어를 배웠습니다. 외국어 독학의 길은 상상만으로도 아득해지긴 하는데요. 심혜경 저자는 어떤 방법으로 다양한 외국어 공부를 꾸준히, 즐겁고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었을까요.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여정이 소개됩니다.


흥미로운 건 처음은 친구나 지인과의 외국어 스터디 모임으로 가볍게 시작해 기초 강좌를 배우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3학년에 편입해 공부를 지속하는 겁니다. 일본어의 경우엔 야매 일본어 수업까지 직접 하면서 가르치며 함께 공부해나가기도 했습니다. 문법 공부에 집착하기보다는 쉬운 원서라도 제대로 읽어내는 걸 목표로 합니다. 그렇다 보니 외국어 실력이 출중하다고 말할 만큼은 아닙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원서를 읽어내는 기쁨을 위한 수준에는 어느 정도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사전을 찾지 않고 듬성듬성 건너뛰며 읽으며 모르는 단어는 외면하는 전략도 써가면서 말이지요.


이렇게 외국어 공부를 하다 보니 우연히 번역가가 될 수 있었던 기회까지도 찾아왔습니다. 번역가 공부를 한 계기도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영어를 한국어로 멋지게 해석해 내는 노하우를 배우고 싶은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고, 주 1회 3개월 과정 수업을 들은 게 다였습니다. 그런데 그 수업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저작권 에이전시 직원과의 인연이 번역가의 길로 나아가게 된 겁니다. 오래전에 읽은 재밌는 영어 소설이 아직도 국내 출간 소식이 없다는 한탄을 하다가 말입니다. 번역가 수업을 듣지 않았더라면 인연도 없었을 테고 새로운 일을 시도할 생각조차 못 했을 텐데, 뭔가 배우는 걸 계속 해나가는 습관 덕분에 생각도 못 했던 인생이 펼쳐진 겁니다.


사서가 되었던 이유도 국어교사 교생 실습을 나갔다가 사서교사로 실습 온 사람을 보고선 뭔가 멋져 보여서 결국 사서 자격증을 땄고, 졸업 후 취업도 사서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서 근무는 이후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책과 친해지다 보니 책과 관련된 사람들과의 인연이 끝없이 늘어난 겁니다.


혼공부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공부를 즐기는 성격도 크게 작용하더라고요. 공부의 목적을 결과가 아닌 과정에 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겁니다. 늘 책모임이 두서너 개는 유지된다고 합니다. 독특한 건 윤독을 무척 좋아한다는 겁니다. 소리 내어 읽기의 신봉자입니다. 책과 취미 붙이기 힘들 때 윤독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공부 중 실패한 공부도 많지만, 배움의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지는 않다고 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배움을 즐기는 마음으로 충분하니까요.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읽는 맛도 좋고, 배움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 실용적인 팁도 아낌없이 알려줍니다. 이렇게도 공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가득한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배움을 위해 움직일 때 세계가 확장된다는 것을 그의 삶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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