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DNA - 300년 전쟁사에서 찾은 승리의 도구
앤드루 로버츠 지음, 문수혜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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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울프슨 역사상 수상자 런던 킹스칼리지 전쟁사 교수 앤드루 로버트의 <승자의 DNA (원제 Leadership in War)>.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논술시험에 출제된 "1명의 사람이 100명을 이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사로잡힌 후, 평범하고 보잘것없던 삶이 어떤 계기로 무쇠처럼 단단해지는지를 300년에 이르는 전쟁사에서 발견합니다.


<승자의 DNA>는 가장 위대한 이름을 떨친 9명의 군사 지휘관의 삶을 통해 위대한 승리의 비밀을 우리 삶에 적용시켜보고자 하는 고민의 결실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승자라고 해서 우리 인류를 행복하게 하진 않았습니다. 히틀러, 스탈린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그들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데 있어서 공통점은 있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장애물은 더욱 단련시키는 장치였고, 실패는 미래를 위한 교훈이 되는 사건에 불과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과 폭군의 삶을 통해 승리의 쟁취 방식을 살펴보는 <승자의 DNA>. 안전하고 실패할 염려 없이 울타리를 쌓고 사는 삶이 아닌, 울타리를 걷어차고 세상 밖으로 나가 맞선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더 강한 내일을 살기 위한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물세 살에 고향을 떠나 남프랑스에 온 후 6년 뒤 프랑스 제1집정관이자 독재자가 되었고, 그로부터 5년 뒤 프랑스 황제의 자리에 올라 프랑스를 유럽 최강국으로 만든 나폴레옹. 어떻게 그토록 짧은 시간 안에 이뤄낼 수 있었을까요. 나폴레옹의 10년과 나의 10년을 절로 비교하게 됩니다. 


나폴레옹은 철저한 실력주의를 신봉했습니다. 병사들을 정치권력을 좌우할 존재인 어엿한 시민으로 대하고, 탈권위적인 면모를 보이니 부대의 전투력은 상승하기 마련입니다. 고작 서른을 넘긴 키 작은 풋내기 지휘관이 인류 역사상 성공적인 군사작전을 펼친 군인으로 기록된 비결을 그의 삶을 통해 보여줍니다. 위기를 극복하고 끝내 목표를 달성해 성공하는 인간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롤모델로서의 나폴레옹. 더불어 실패한 우상의 표본으로도 묘사됩니다. 그가 저지른 과오, 실책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나폴레옹과 동시대 인물인 영국의 국민 영웅 넬슨의 삶이 나폴레옹에 이어 등장합니다. 나폴레옹 연합 함대에 맞선 대영제국 해군 사령관 호레이쇼 넬슨. 바다에서 전사하며 영국 해군의 정신으로 승화한 넬슨 제독은 이순신의 삶과도 비교되지요. 전투에서 한쪽 팔과 눈을 잃었으면서도 맹목적인 투쟁심을 바탕으로 소신껏 원하는 바를 주장했던 넬슨은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이룬 수많은 지도자, 정치인이 말년에 이르러 자신의 신념을 꺾고 세상과 타협하는 모습과 비교되기도 합니다. 타협을 모르는 오만한 모습조차도 사랑한 영국인들이 그의 어떤 매력에 빠져들었는지 살펴봅니다.


한 인간이 더 나은 존재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을 보여주는 처칠.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경쟁자 히틀러의 등장으로 20세기는 처칠과 히틀러의 대결의 역사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엘리트 정치인이지만 안주하지 않고, '용기'라는 것도 반복적으로 연습해 강화할 수 있다고 믿으며 역사에 이름을 올릴 수 있기까지 그의 삶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교훈을 짚어줍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실질적이고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군사 지휘관으로 조지 마셜을 손꼽습니다.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고 절정의 균형감으로 존경받은 장교입니다. 역사에 남긴 업적에 비해 이름 자체는 맥아더, 아이젠하워 등 다른 지휘관들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그들과는 다른 면모를 살펴보다 보면 뜻밖의 삶의 지혜를 만나게 됩니다. 거침없는 솔직함이 매력이자 결점이기도 했던 드골은 오히려 독선과 아집으로 자신을 차별화했고 드골 신화를 이뤄냈습니다. 불완전한 성격임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개 사무원에서 미합중국 최고 사령관에 이어 대통령까지 지낸 아이젠하워의 삶도 흥미진진합니다. 타고난 리더이자 뛰어난 정치적 본능을 가진 아이젠하워에게서는 최악의 순간에서도 통제력을 잃지 않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11년간 총리직을 수행했고, 영국의 제국주의 전통과 자유주의 경제 질서를 수호하는 데 모든 것을 바친 대처. 아르헨티나와의 무력 갈등에서도 포틀랜드 전쟁의 전국을 거의 혼자 이끌며 특유의 박력으로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을 보였습니다. 늘 도전을 택해온 대처의 인생은 각을 세우고 적을 만드는 선택이 때로는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역설을 증명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독일제국의 처음이자 마지막 총통 히틀러. 인간으로서 실격이었지만 20세기의 주인공이었던 그의 인생을 들여다봅니다. 병풍 같던 존재가 10년 넘게 종교적 숭배를 받으며 위대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을 보여준 히틀러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더불어 31년간 권력을 잡으며 힘으로 히틀러를 굴복시킨 유일한 독재자 스탈린에 대한 삶도 반면교사 삼을만합니다.


정치의 기술과 전쟁의 기술 간에는 구분의 의미가 없습니다. 전쟁사 속에서 살펴본 인물들의 면모는 탁월한 정치인에게 필요한 자질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나폴레옹, 넬슨, 처칠, 마셜, 드골, 아이젠하워, 대처, 히틀러, 스탈린에 이르기까지 동시대 활약한 통수권자들이 강력한 라이벌이 되어 서로를 자극하며 영감이 되고 영향을 끼쳤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압박받는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능력이 탁월했던 나폴레옹, 반면교사로 삼을 오점도 많지만 매번 실패와 실수에서 배우며 운명의 지배자로 산 처칠, 남들이 뭐라 하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우직하게 해내는 지혜를 보여준 마셜, 상냥한 표정을 지으며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 아닌 타협을 거부하는 마녀가 되기로 한 대처, 일종의 속임수이기도 했던 카리스마를 성공적으로 실천한 히틀러 등 9명의 인물들이 시공간을 관통하며 운명을 써 내려간 승자의 DNA.


그들의 삶을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며 과거에서 건져올린 승리의 법칙을 정리한 후반부가 이 책의 핵심 파트입니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게임인 전쟁에서 위대함을 만들어낸 역사상 최고의 승부사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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