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2 - 문명의 기둥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2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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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베스트셀러 인류 3부작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으로 21세기 가장 중요한 사상가의 반열에 오른 유발 하라리. 대표작 <사피엔스>를 장식품으로만 뒀었다면 그래픽노블로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인류 문명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걸작 그래픽노블로 자리매김할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시리즈. 총 5권으로 기획되어 현재 2권까지 출간되었습니다. Vol.1 인류의 탄생 편에서는 변방의 유인원 호모 사피엔스가 공존한 인류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유를 보여줍니다. 1권 마지막에서 사피엔스 역사상 최대의 사기 사건을 예고했는데요. Vol.2 문명의 기둥 편에서는 인류의 삶을 바꾼 농업혁명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2권의 주요 키워드는 농업혁명과 신화입니다. 인지혁명에 대해 1권에서 다뤘다면 이제는 공통의 신화를 믿으며 협력이 가능해진 상태가 된 문명 건설의 토대를 다룹니다. <사피엔스> 책을 읽는 내내 '허구'라는 단어가 가장 강렬했었는데, 가치관과 믿음에 가까운 이 허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래픽노블로 쉽게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겁니다.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에서는 유발 하라리와 조카 조이, 생물학자 사라스와티 교수, 픽션 박사, 로페스 형사가 등장해 사피엔스의 역사 속 이면을 속속들이 살펴봅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과 직관적인 그림으로 핵심을 잘 표현하고 있어 쏙쏙 이해될 거예요.


<사피엔스>에서 농업혁명을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언급한 유발 하라리. "나를 길들여요!"라고 인간을 꼬드기는 야생 밀의 달콤한 유혹을 표현하는 장면이 재밌습니다. 주인이 될 줄 알았는데 온 힘을 다해 일하니 결국 노예가 된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합니다. 인류가 먹는 칼로리 절반이 단 세 가지 식물과 두 가지 동물에서 얻는다고 합니다. 밀, 쌀, 옥수수, 소, 돼지입니다. 오늘날 밀 곡창지대 면적이 서유럽 땅의 거의 전부와 맞먹는다고 합니다.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2권에서는 재배를 하고, 동물을 길들이며 생긴 인류 생활 방식의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농업혁명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밭일 때문에 발이 묶으니 영구적 정착을 해야 했고, 식량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자식도 늘어납니다. 먹여야 할 입이 늘어나니 더욱 농사에 매달립니다.


병충해와 병균도 퍼지고, 집단으로 모이니 폭력도 증가합니다. 대규모 전투는 인간의 보편적인 특징이 아니라 원시 농경 사회에서 생겨난 거라고 합니다. 결국 농업혁명은 오히려 기근, 전염병, 폭력을 탄생시킵니다. 농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더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새로운 개선이 일어날 때마다 상황은 오히려 나빠지며 악순환의 굴레에 빠집니다. 가축화의 역사에서는 진화적 성공과 개체의 고통에 대한 괴리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생후 8주도 안되어 도축당하는 닭처럼 동물 가축화의 이면을 짚어줍니다.


농업혁명은 사유재산을 만들어냈고, 시간 개념도 바뀌었고, 대규모 정치사회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등 농업혁명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봅니다. 대규모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필요했던 신화의 역할에 대해 알아볼까요.


왕국, 제국, 현대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 바탕은 신화라고 합니다. 역사 속 유명한 신화 <함무라비 법전>, 미국 <독립선언문>으로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사실 <사피엔스> 책을 읽을 땐 기억이 가물거리는 파트였던지라 그래픽노블로 새 책을 읽는듯한 기분이더라고요. 상상의 질서에 속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놀랍습니다. 낭만주의, 민족주의, 자본주의... 인간이 수 세대에 걸쳐 창조한 신화들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공된 개념에서 사회 질서가 탄생했기에 규칙도 늘어납니다. 용량이 한정된 뇌는 데이터를 감당하지 못했고, 뇌 밖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시스템을 발명하게 됩니다. 바로 문자입니다. 문자 체계 발명의 역사를 통해 문자가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설명합니다.


후반부에서는 허구를 가진 문명의 이면을 살펴보며, 인간이 상상해 낸 질서들이 불공정하고 끔찍한 차별을 수반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위계질서가 종교, 인종, 성별 등에 신화가 섞일 때 어떤 악순환으로 이어지는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신화와 허구가 관련되었는지를 들려줍니다. 그렇다고 해서 허구가 없다면 사회가 무너질 거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묻습니다. "우리 이야기 때문에 누군가 고통받고 있는가?"라고 말이지요.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사회가 이미 믿고 있는 이야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걸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인류는 어떻게 신과 국가, 돈을 신봉하게 되었는지 펼쳐진다고 합니다. 상상의 질서에 숨은 비밀을 파헤치는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도발적인 역사 해석의 진수를 만나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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