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10th 리미티드 블랙 에디션) - 특별 한정판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10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은 스테디셀러 <책은 도끼다>가 예쁜 블랙 옷을 입고 찾아왔습니다. 10th 리미티드 블랙 에디션은 기존 판형보다 더 잡기 쉬운 그립감의 판형에다가 감각 있는 타이포그래피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블랙 케이스 덕분에 선물 분위기도 물씬 납니다. 케이스에는 박웅현 작가의 메시지가 실려 있습니다. 이미 책을 읽은 독자도 소장 욕구가 생길 만큼 정성 가득한 특별판입니다.


인문학적인 감수성과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하는 광고로 한 시대의 생각을 진보시킨 광고인 박웅현. 자신만의 들여다보기 독법으로 창의력과 감수성을 일깨워준 책들을 소개하는 <책은 도끼다>.


1904년 카프카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이 문장에서 영감을 받은 박웅현 저자는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라며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긴 도끼질의 흔적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경기창조학교 인문학 강독회를 통해 흔적들을 학생들과 나누었고, 강독회의 내용을 엮은 <책은 도끼다>를 통해 대중들에게 널리 읽히며 큰 사랑을 받게 됩니다.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광고계에서 영감의 바탕으로 왜 인문학이 필요했을까요. 그것도 책으로 말이지요. 일 년에 서른 권에서 마흔 권 사이 읽는다는 박웅현 저자는 다독은 아니지만 깊이 읽는 책읽기를 하는 사람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꾹꾹 눌러 읽습니다. 그리고 느낀 울림을 메모합니다. 흘려 읽어도 될만한 책은 이렇게까지는 읽지 않으니 <책은 도끼다>에 소개하는 책은 대부분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도 그저 문장만 쓱 읽어넘긴다면 울림을 받기 힘듭니다. 기사 읽듯 쓱 읽어버릴 땐 아무것도 잡을 수 없습니다. 박웅현 저자 역시 책을 깊이 읽는 과정 속에서 한 번도 생각 못 해봤던 것들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꼼꼼히 눌러 읽으면 새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보석을 찾아낼 수 있고요. 세 번째 읽으면 지난 두 번은 읽은 게 아니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제서야 반짝이는 울림이 드러나더라고 합니다.


광고인 박웅현이 말하는 창의력 발상의 과정은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일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대처 능력이 커지듯, 책에서 얻은 울림이 씨앗이 되어 같은 것을 보고 얼마만큼 감상할 수 있느냐에 따라 정서적 풍요로움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결국 훈련한 만큼 보이는 겁니다. 그러려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합니다. 책 권수보다 울림을 준 문장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지식만을 쌓다가 놓쳐버리는 많은 것들이 있다는 걸 일깨웁니다. 책 속 문장을 통해 알지 못했더라면 못 봤을 것들, 무심히 지나가버렸을 뻔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책을 읽음으로써 발견하는 눈이 생기고, 볼 수 있는 게 많아지면 인생이 풍요로워집니다. 관찰한 바를 인문학적으로 연결하고 있는 책을 읽으면 그렇게 됩니다. <책은 도끼다>에서 소개한 김훈, 최인훈, 이철수, 손철주, 오주석, 쿤데라, 톨스토이, 보통, 카뮈 등의 책들이 그렇습니다.


판화가 이철수의 판화집을 보면서는 사방 모든 것에서 스토리를 찾아내는 걸 자연스럽게 연습하게 됩니다. 매 문장 빛나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발견된다는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통해 한 문장 한 문장 깊이 있게 읽기를, 아름다운 문장들로 지중해성 사고방식을 느낄 수 있는 김화영 교수의 『행복의 충격』, 보물찾기 하듯 읽을 때마다 새로운 보물을 찾아내게 된다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내 삶에 그대로 투영하고 반영할 수 있다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등 우리에게 새로운 촉수를 만들어주는 책을 들여다보며 박웅현의 독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글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생각하게 되는 문장이 있습니다. 입사시험 문제로도 출제했다는 손철주의 책 『인생이 그림 같다』에 등장한 "말짱한 영혼은 가짜다."라는 문장에 대한 느낌을 풀어내보는 겁니다. 집약적인 문장을 어떤 감수성을 가지고 대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머릿속의 감수성을 깨뜨리는 책읽기를 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도끼다>. 같은 문장을 접해도 저자가 느낀 울림과 내가 울림 받는 지점은 다를 수 있겠지만, 문장에서 무엇을 떠올리고 어떻게 삶과 연결시켜 사고하는지 그 여정을 엿보며 배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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