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보상
신재용 지음 / 홍문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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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평가와 보상에 대해 연구해 온 서울대 신재용 교수의 <공정한 보상>. MZ세대가 기업 구성원의 절반에 육박하며 기업들은 MZ세대와 일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열심입니다. 특히 보상 정책과 관련한 이슈가 논란이 되면서 MZ세대가 원하는 공정은 무엇인지 이해해야만 했습니다.


<공정한 보상>에서는 기업 경영자, 관리자, MZ세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보상은 무엇에 근거해야 하며, 성과에 근거한 보상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고 구축할 수 있는지 우리나라 기업들의 보상 정책 트렌드와 해외 기업 사례를 통해 소개합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착각>이 한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대선 후보들의 출마 선언에서도 공정이라는 단어가 반복되었듯 공정과 정의에 대한 갈망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MZ세대에게서 공정한 보상 키워드가 트렌드로 자리 잡을 정도로 핫이슈가 되었습니다. 특히 1,700만 명에 달하는 화이트칼라 MZ세대 직장인의 공정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요즘입니다.


기업 이해관계자 전체의 행복을 추구하자는 ESG 시대에 기업의 성과급 이슈, MZ세대가 요구하는 성과평가와 보상의 공정성에 관한 기사가 많이 실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21년 초 SK하이닉스 성과급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의 핵심은 영업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약 2배가 되었는데도 성과급 규모는 연봉의 20% 수준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업종이 유사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성과급이 연봉의 47%로 발표되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된 것도 주된 영향이었습니다.


성과급을 선물, 시혜의 의미로 바라봤던 과거와 달리 MZ세대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업에서도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단 2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발 빠르게 대처했습니다. 왜 공정성 이슈가 연일 터져 나오는 걸까요. 현실은 성과평가 보상을 합리적으로 하는 기업이 별로 없다는 방증입니다. 입시 토너먼트, 입사 토너먼트, 승진 토너먼트로 이어지는 경쟁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확보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것이 바로 '공정'이란 단어라고 합니다.


2017년 서울메트로, 2020년 인천국제공항청사, 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논란에서 정규직 취준생들의 격렬한 반발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왜 그렇게 분노했는지 이해해야만 MZ세대가 욕망하는 공정한 보상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저자는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공정의 필요조건에는 능력주의가 포함됩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생존편향이 있다고 합니다. 무임승차를 받아들이지 않는 겁니다. 화이트칼라 MZ세대에게는 진정한 능력주의에 기반한 보상이 공정한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채 대신 수시 채용 비중의 증가, 인턴 생활조차 경쟁의 장이었고, 어려운 경쟁 과정을 뚫고 기업에 입사한 만큼, 입사 후에는 성과평가와 보상에 있어서 시스템적으로 공정한 대우를 바라게 됩니다.


게다가 MZ세대 직장인 플랫폼의 활성화로 익명성을 갖고 자유롭게 활동하는데다가 연봉과 성과급이 비교 가능한 오픈된 주제로 다가오면서 공정성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입니다. 화이트칼라 MZ세대는 무조건 많이 달라는 게 아닙니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점이 기존의 임금 갈등과는 다른 점입니다. 투명하지 않으면 불공정이라고 여깁니다.


우리나라 기업은 조직성과급, 전사성과급처럼 조직문화에 초점을 맞춰 일률적으로 지급했지만, MZ세대는 그걸 받아들이기 힘들어합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의해서만 평가받고 보상받고 싶다는 기본적인 욕구가 강한 겁니다. 그래서 MZ세대는 부모찬스 스펙 이슈 같은 것에도 강하게 비난합니다.


능력주의, 성과주의를 공정성의 상징으로 여기는 MZ세대.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핵심적으로 논의되었던 운 효과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화이트칼라 MZ세대 역시 사교육을 포함해 부모의 경제적 조력을 충분히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간접적 부모찬스라는 거죠. 신재용 교수는 능력주의를 선호하는 화이트칼라 MZ세대의 공정성 인식을 진보교육계보다는 대치동 엄마에 가깝다고 이야기합니다.


집단성과에 따른 보상 문제, 임원의 고액 보상에 대한 MZ세대의 불만 해소를 위해 기업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정한 보상>에서는 공정과 운의 필터링에 대한 논의에 이어 성과기반 보상 제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기업 임원 인센티브 제도 사례를 통해 실무에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과거 실적이 미래 목표의 베이스가 되는 관행인 '올해 잘하면 내년에 피곤해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하락은 어떻게 필터링할 수 있을지도 기업 사례를 통해 조목조목 알려줍니다.


화이트칼라 MZ세대에게 노력, 재능, 간접적 부모찬스를 제외한 모든 것은 시스템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며 적극적으로 필터링 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걸 <공정한 보상>에서 설명합니다. 찬반 논쟁을 하라는 게 아니라 이 세대를 이해해야 기업은 보상공정성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고 조언합니다. 투입물과 산출물의 공정한 교환이라는 틀로 보상을 바라보는 MZ세대. 불확실성 시대에 불확실한 미래 약속 보상 대신 단기평가와 이에 따른 현재의 보상에 관심 가집니다. 내부 승진, 연공서열 기반 보상제도가 관행인 우리 기업의 보상제도는 앞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신재용 교수는 이와 관련해 현실적인 대안을 제안합니다. 직무·역량에 기반하여 설정한 기본급 및 능력급에 과감하게 성과에 기반한 보상을 더하는 겁니다. 개인의 성과측정과 보상 간의 연계를 강화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관리자의 중요성이 높아집니다. 보상을 결정하는 절차가 공정한지도 중요합니다.


MZ세대가 열망하는 공정한 성과보상의 의미를 이해하는 여정은 이 사회가 만들어낸 현상을 되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해서 씁쓸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MZ세대를 위해 변화한 대기업 사례를 비롯해 공정하게 평가하고 보상하는 방법을 실무에 적용하는 법을 꼼꼼히 다룬 <공정한 보상>.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한 보상이란 무엇인지, MZ세대와의 소통뿐만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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