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란 무엇인가
이인화 지음 / 스토리프렌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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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16년까지 이화여대 메타버스 연구 가상세계 문화기술연구소를 설립·운영했던 메타버스 관련 전문가 이인화 작가의 메타버스 통찰서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영원한 제국>, <2061년> 등으로 소설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함과 동시에 오랜 기간 수백 개의 메타버스에 거주하며 연구해온 이인화 작가는 2021년 핫 키워드 '메타버스'의 실체, 쟁점, 활용에 대해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내놓았습니다.


스토리텔러답게 시작부터 소설을 읽는 듯 흥미진진하게 시작합니다. 200여 개 국가 어린이들이 접속해 81개 언어로 떠드는 메타버스 <로블록스>에서 한글로 "펫 좀 주세요 ㅠㅠ" 라는 말풍선을 띄우고 앉아있는 작가에게 누군가가 고아이템을 던져주고 갑니다. 메타버스의 가상 소비자 문화에서 아이템은 실제 화폐와 같은데, 왜 공짜로 준 것일까요.


아이들은 그곳에서 거래하고, 퀘스트를 수행하고, 펫을 양육하고, 탈것을 만들고, 새 월드를 만들며 입장료 수익을 받으며 즐겁게 살아갑니다. 한 해 60억을 번다는 아이도 있다고 합니다. 로블록스는 우리 아이도 중학생 때 주변 친구들이 다 하니깐 덩달아 해봤던 게임입니다. 신생 메타버스가 아니라 2006년에 시작된 꽤 오래된 게임인데 어떻게 현 메타버스 주요 사례로 언급될 만큼 입지가 높아졌을까요.


팬데믹 때문입니다. 언택트 시대의 대표적인 수혜주가 된 겁니다. 단절된 현실 세계에서 하지 못하는 것들을 메타버스에서 서로와 서로를 연결시켜 소통을 이어갑니다. 거기다가 아이들은 더 재밌게 놀 줄 압니다. 게임과 실생활 연계 서비스의 혼종 매체로서의 메타버스. <메타버스란 무엇인가>에서는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을 통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메타버스를 탐구합니다.


무엇을 넘어를 뜻하는 메타 Meta는 오늘날 위기의 공백을 메우고 일상과 경제를 빠르게 정상으로 되돌려놓은 디지털 기술과 연관된다고 합니다. 메타라는 가상과 유니버스라는 현실의 합성어 메타버스 Metaverse는 현실에서 어려운 접촉과 교류가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충족되는 겁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아이와 열광하며 몇 번을 봤는데, 메타버스 세계로 향하는 우리의 모습과 바람이 왠지 불가능하진 않다 싶을 정도입니다.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시>에서 아바타, 메타버스 용어가 창안된 이래 상상이 현실에 가까워졌습니다.


메타버스에서 움직이는 재화, 서비스 경제를 메타노믹스라고 합니다. 작가가 무상으로 펫을 받은 것처럼 거래에 앞서 증여가 있습니다. 메타버스에서는 조금씩 금전적 손해를 보면서도 사회적 관계를 얻습니다. 증여자의 게임월드에 답례 방문을 하는 수증자의 행동이 이어지는 걸로 말이죠. 이런 상호작용을 아이들이 스스로 재밌게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2008년생 열세 살이 로블록스의 대표 페르소나입니다. 대부분의 메타버스 사용자 평균 연령이 10대입니다. 퀄리티가 아무리 좋아도 재미가 없으면 방문하지 않습니다. 유튜버로 활동 중인 열세 살 옐롯 선생의 영상을 보며 로블록스 내 게임 제작을 배우는 어른들이 많듯, 늙은 개발자들을 좌절에 빠뜨릴 만큼 십 대 특유의 감각이 우위를 차지하는 메타버스입니다.


사람들이 아바타로 살아가는 디지털 가상공간, 메타버스. 요즘은 비즈니스, 예술 창조, 정치 토론 등 공공의 공간으로도 활용됩니다. 채팅을 하며 소통할 수 있는 게임과 뭐가 다를까 싶었는데 <심즈>, <리니지>는 왜 메타버스의 미래가 되지 못할까요. 유희와 노동의 경계가 모호한 재미노동을 경험하는 아이들의 세계 <로블록스>와 다른 게임과의 차이를 통해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사람들은 메타버스에 있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은 것이다." - 책 속에서


메타버스 시장 개척 기업이라는 의미로서의 <로블록스>에 이어 제페토, 이프랜드처럼 각종 기업들도 진입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핫해진 요즘. 인기 있는 월드는 보상, 재미, 의미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곳입니다. 가상공간에 스토리의 마법을 걸어 사람을 살게 하면서 현실보다 더 재미있고 의미심장한 현실을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곳입니다. 그리고 거기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회적 관계가 핵심입니다. 이걸 놓치면 허망한 흥행 사업일 뿐이라고 짚어줍니다.


여전히 많은 약점과 한계를 갖고 있고, NFT(대체불가 토큰) 기술이 보편적으로 적용되진 않았지만 작가는 사용자의 디지털 가상자산이 소멸되는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NFT 기반 아이템이 발전할 거라고 전망합니다. 비트코인 같은 대체가능 토큰과 달리 하나의 토큰을 다른 토큰과 대체할 수 없는 암호화폐 NFT 기술을 적용하면, 콘텐츠 고유의 토큰값이 주어지니까요. 사용자들도 가상자산의 소유권을 갖게 되는 겁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사례로 설명하고 있어 책을 읽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21년 7월 제2차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전체본에서는 드디어 메타버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개방형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과 데이터 구축, 다양한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과 16만 개 기업의 원격근무시스템 구축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단순한 디지털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이 내재된 메타버스를 위화감 없이 고향처럼 느끼게 될 세대가 만들어내는 세상. 메타버스는 어떤 방향으로 활용될지 기대됩니다.


코로나19처럼 팬데믹의 위험이 지속되는 세상에서는 기존의 업무에 인공지능 결합한 원격화가 아닌, 기존의 업무를 해체한 뒤 인공지능과 융합시킨 형태로 나아갈 메타버스 사무실의 도래는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지식노동의 무인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들을 짚어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요즘은 인공지능이 사람의 역량을 측정하는 AI 역량 검사를 받고 취업하지요. 많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조직에 잘 맞는 인재인가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렇다 보니 상시적인 교육 플랫폼으로서 메타버스 학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그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짚어줍니다. 공연, 스포츠계 팬덤 문화 방향도 메타팬덤으로 나아갑니다. BTS 신곡 발표를 온라인게임 <포트나이트> 공연장에서 발표했고, 세계 곳곳에서 언제 어디서든 즉시 접속해 무한 자유 리액션으로 적극적인 팬 경험을 한 이들은 그 매력을 놓지 못합니다.


<메타버스란 무엇인가>를 읽고 나니 뿌옇기만 했던 메타버스 세계가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신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존재하고 있던 기술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 재구성되다 보니 메타버스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곳이 기존의 것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솔직히 모호해서 더 어렵게 다가왔었는데, 이젠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개념이 잘 정리된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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