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희극인 - 희극인 박지선의 웃음에 대한 단상들
박지선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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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이 지났다니. 저는 박지선 팬도 아니고 코미디언이라는 걸 아는 정도뿐이었지만, 안타까운 소식에 짠했던 기억이 납니다.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며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도 받았고요. 그렇기에 이 책이 나올 수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 <멋쟁이 희극인>은 그를 그리워하는 친구들이 함께 모아서 만든 책입니다.


11월 2일 1주기를 맞아 발간된 박지선 추모 에세이 <멋쟁이 희극인>. 멋쟁의 희극인은 박지선 트위터 계정 이름입니다. 박지선에게는 일정, 강연 자료, 직접 그린 그림, 짧은 일기, 콩트 아이디어 메모 등 207편이 빼곡히 쓰인 노트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중 95편의 글이 이 책에 실렸습니다.


박지선 하면 못난이 여성의 비애를 주로 연기했기에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아닐까 싶겠지만, 그조차도 편견입니다. 민낯으로 다닌다는 걸 저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었어요. 햇볕 알레르기가 있어 화장을 못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읽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스킨, 로션만 발라도 피부가 뒤집어진다 하니 어쩔 수 없이 생얼로 다녀야 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연예인 생활을 했으니 얼마나 큰 용기와 도전이었던 걸까요. 뜨거운 조명 빛과 사진 촬영이 힘들어 인터뷰도 많이 못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상상해 봐도 그가 경험한 불편을 오롯이 상상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저 대단하다는 말밖에는요.


외모에 대한 자학을 개그로 승화시킬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존감이 낮지는 않습니다. 가족과의 에피소드만 봐도 느껴집니다. 엄마, 아빠에게 박지선의 존재는 그야말로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예쁜 딸이었습니다. 그를 가슴 아프게 하는 건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낯선 사람들이었을 겁니다.


나, 가족, 일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 대한 단상이 담긴 <멋쟁이 희극인>. 배꼽 잡는 에피소드도 많고,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문장도 많습니다. "나는 넘어질 때마다 무언가 줍고 일어난다."는 말처럼 기똥찬 명언을 날리기도 합니다. 화낼 법한 일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보여주는 장면도 꽤 많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 뒤에 자리 잡은 수많은 고민들을 사유한 흔적을 슬쩍 엿볼 수 있습니다.


딸을 으샤으샤 힘나게 해주는 든든한 엄마는 때로는 위로 대신 오히려 함께 욕하면서 딸을 보듬어줍니다. 화장을 못하는 딸을 둔 엄마는 언젠가부터 화장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걸 알아차렸을 때 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저는 자녀를 둔 엄마다 보니 박지선의 엄마 입장에서 많은 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엄마 처방 글들을 보면 끝까지 딸과 함께 하기로 결심한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 울컥해집니다. <멋쟁의 희극인>을 읽다 보면 웃음이 나면서도 울게 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먹먹한 마음을 안고 책장을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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