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에서 죽다 1 - 마티스, 피카소, 샤갈 편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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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따뜻한 남부 지방 프로방스에서 말년을 보낸 마티스, 피카소, 샤갈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방스에서 죽다 1 - 마티스, 피카소, 샤갈 편>.


유럽도자기여행 시리즈, 일본도자기여행 시리즈 등을 출간한 문화탐사 저널리스트 조용준 작가는 2010년부터 프로방스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프로방스에서 죽다 시리즈를 5권까지 계획했다고 합니다. 프로방스에 유명 문화예술인들이 얼마나 몰렸길래, 프로방스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한 걸까요.


"아침마다 새로운 니스의 광선을 발견합니다."라며 리비에라 해안의 가득한 햇빛을 찬미한 마티스. 생폴 드 방스를 마지막 안식처로 삼은 샤갈, 무쟁을 마지막 정착지로 삼은 피카소. 3인의 거장들은 프로방스에서 말년을 보내며 화려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 프로방스가 하나의 거대한 아틀리에였습니다.


그 외 윈스턴 처칠, 샤넬, 안톤 체호프, 니체, 카뮈, 르누아르, 고흐 등 수많은 이들이 사랑한 프로방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 4부를 니스에서 썼고,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의 초고 집필을 했습니다.


예술인에게는 요양지이자 영감을 준 곳이고, 부호들에게는 휴양지가 된 프로방스. <프로방스에서 죽다 1>에서는 마티스, 피카소, 샤갈을 중심으로 프로방스의 비밀과 매력을 살펴봅니다.


앙리 마티스는 프로방스 햇볕을 인생의 축복이라고 말할 만큼 사랑했습니다. 강렬한 햇볕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호텔 안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광선을 좋아했는데, 그의 작품을 보면 호텔 안에서 바라본 구도의 그림들이 무척 많습니다.


화실 안에서의 빈틈없는 작업에 지쳤던 마티스. 1917년 기관지염에 걸려 온화한 기후를 가진 니스에 가게 되었습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자연 광선에 반했고, 덕분에 마음의 평안과 행복감을 느낍니다. 결국 파리의 집을 남겨둔 채 프로방스에 정착했고, 숨을 거둘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습니다. 프로방스는 마티스 인생 후반기에 가장 큰 영감을 준 곳입니다. 기력이 다할 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남깁니다. 종이를 오려 붙이는 컷아웃 작품도 이 시기에 대대적으로 선보입니다.


스페인 출생 피카소는 19세에 파리로 입성하고 이듬해 첫 전시회를 열어 명성을 빠르게 쌓아올린 예술가입니다. 평생 마티스와 앙숙인 듯 친구인 듯 경쟁자 관계로 서로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친분을 유지합니다. 마티스가 죽자 공허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피카소의 유난스러운 바람기로 자녀들의 비참한 말로가 안타까워 인간적으로 피카소를 좋아하진 않지만, 새로운 여인을 만날 때마다 작품 경향이 변한 피카소를 보면 참 심란해집니다. 뮤즈로서 여인은 그에게 중요한 주제였던 겁니다. 한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한 채 유랑인처럼 돌아다녔던 피카소 역시 40년여를 프로방스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말년을 보냈습니다.


음울했던 시기의 청색시대를 끝낸 건 프로방스에 이르러 유희적인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프로방스는 예술적으로 큰 변화를 안겨줬고, 그 시기의 작품을 보면 피카소의 영감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유대인이어서 박해를 받으며 살아온 샤갈은 러시아, 파리, 미국을 거쳐 말년엔 프로방스를 최종 안식처로 삼습니다. 풍성한 녹색을 보았다며 찬사를 보낸 샤갈은 프로방스의 햇빛과 맑은 색조에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프랑스 남부의 따뜻하고 유쾌한 풍경에 만족한 샤갈의 작품은 쾌활하고 과감해집니다.


이미 마티스와 피카소가 터를 잡고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한 샤갈. 세 명의 거장이 말년에 이웃사촌으로 모여 살았다는 사실은 예술사에서 다시 볼 수 없는 희귀한 예라고 합니다. 세 명의 이름을 건 박물관이 다 있다고 하니 프랑스 여행에서 프로방스를 어찌 놓칠 수 있겠어요.


거장들이 왜 프로방스에 갔는지 살펴보다 보니 그들의 생애와 작품 활동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프로방스의 매력만큼이나 거장들의 삶과 예술관, 미술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프로방스 하면 저는 라벤더 밭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해바라기는 그렸지만 정작 라벤더는 등장하지 않는 고흐의 이야기도 궁금해집니다. 프로방스에서 죽다 시리즈의 다음 편에서 고흐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하니 기대됩니다. 한 편씩 나올 때마다 모으는 맛이 있는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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