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세 씨 마음그림책 8
김수완 지음, 김수빈 그림 / 옐로스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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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작가 김수완, 김수빈의 반려고양이 세세를 모델로 한 복슬복슬 사랑스러운 고양이 캐릭터를 다시 만나는 시간 <행복한 세세 씨>. 첫 번째 그림책 <수염왕 오스카>의 주인공 오스카가 어른이 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너무너무 긴 수염 때문에 속상한 오스카의 단점 극복기를 재치있게 보여준 <수염왕 오스카>에 이어 직장인의 모습으로 공장을 배경으로 걸어가는 <행복한 세세 씨>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기대됩니다.


세세 씨는 아기였을 때부터 아이스크림을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합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행복해져요.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일하면 더 행복해질 거라 생각하죠.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질 거라는 믿음. 맞는 말이면서도 그 본질을 비껴가는 순간 행복은 사라집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도 더 이상 행복하지 않게 되는 거죠. 


아이스크림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는 쉴 새 없이 움직입니다. 수많은 아이스크림이 쏟아져 나오지만  공장 노동자로서 마주하는 아이스크림은 그저 하나의 상품일 뿐입니다. 베동 씨는 일찌감치 공장을 떠나 낚시터를 운영합니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가롭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사는 베동 씨와는 달리 세세 씨는 공장에 남습니다.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작업은 세세 씨를 피폐하게 만듭니다.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고 지쳐 보이는 세세 씨를 보면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을 때 이런 딜레마를 겪는 어른들이 특히 공감 가는 장면일 겁니다. 


어느 날 출근길에 꽉 막힌 도로에서 세세 씨는 깜짝 놀랍니다. 차에 탄 고양이들이 모두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거든요. 출근길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의 비슷비슷한 표정을 보고 내 얼굴도 저렇겠지 싶어 어느 날 빵 터졌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직장인 누구나 사직서를 품고 있다지만 선택의 갈림길에서 멈칫합니다. 그런 시간이 쌓이고 쌓여 매너리즘에 빠지고, 번아웃 되고. 처음에 가지고 있었던 그 행복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세세 씨를 행복하게 해준 아이스크림.  하지만 아이스크림 공장은 세세 씨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습니다. 출근길에서 자신의 현재를 깨달은 세세 씨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만끽한 행복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제서야 발견한 세세 씨. 세세 씨의 행복 찾기는 다시 시작입니다. 


좋아하는 취미를 일과 연결해 10년을 이어온 저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즐거움이 사라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압박감이 치솟을 때도 있고 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슬럼프와 위기를 나름 이겨냈으니 10년을 버텼던 것 같습니다. 강박적으로 행복 찾기를 하는 대신, 행복의 의미를 재발견하면서 큰 기대감은 놓고 내가 생각했던 행복의 초점을 전환한 게 도움 되었어요.


그림책 <행복한 세세 씨>의 세세 씨는 공장에서 일을 하며 지쳐가면서도 아이스크림 자체가 싫어지진 않았어요. 세세 씨는 그저 아이스크림으로 만끽한 행복을 엉뚱한 데서 찾고 있었을 뿐입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누린 행복을 세세 씨는 어떻게 다시 찾을 수 있는지 그 여정이 현실감 있게 그려졌습니다. 일과 행복의 간극으로 고민하는 이들, 행복을 찾고 싶지만 행복의 본질을 여전히 깨닫지 못한 이들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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