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신화력 - 나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신화 수업
유선경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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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4세기 수메르 길가메시, 기원전 20세기 인도의 우파니샤드, 2천 년 전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북유럽 신화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의 여정 속에 담긴 지혜와 키워드.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신화에서 발견합니다.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인생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그곳에 있습니다. <어른의 어휘력>, <문득, 묻다> 등을 쓴 유선경 저자가 탐색한 인류 최고(最古)의 철학에서 만나는 모험 <나를 위한 신화력>. 신화가 보여주는 삶의 지혜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동양신화에 등장하는 전통적인 낙원 도원. 서왕모의 반도원을 가리킵니다. 복숭아를 대접하는 잔치가 열리는 이곳은 곤륜산에서도 '요지'라는 곳입니다. 이 서쪽에는 혼돈의 신이 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 책 <산해경>에는 제강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혼돈이라는 이름답지 않게 날개도 달려있고 노래와 춤을 잘하는 신입니다. 동양신화와 관련해서는 만화로 보는 정재서 교수의 동양신화 책을 접한 바 있어 서양신화에 비해 낯선 동양신화 이야기가 등장해도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태초의 카오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함께 저절로 있었고, 북유럽신화에도 긴눙가가프가 있습니다. 원래 모든 민족에게는 원시성이 강한 천지창조 신화가 있었지만, 세월을 거치며 신화적 요소보다 스토리텔링적 요소가 강해졌다고 합니다. <나를 위한 신화력>에서는 그 원형까지도 파헤치고 있습니다. 현실에 없는 낙원을 찾아 헤매고, 내 안의 카오스를 마주하듯 신화에서도 발견되는 의문들을 짚어가며 그 시대에도 꿈꿨던 희망을 건져올립니다.


과거에 '해서' 혹은 '하지 않아서'하는 후회를 하는 우리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신화와 전설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라플라스의 악마'라는 단어를 보면 결정된 미래를 완벽히 예측하는 존재를 악마라고 여겼습니다. 인간은 21세기에 카오스라는 복잡계에 살면서 라플라스의 다이몬이 되려 하고 있습니다. 에드워드 로렌츠의 나비효과처럼 초기 조건의 민감성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듯 인생을 살면서 생길 수 있는 변수는 어마어마한데도 말입니다. 결국 답은 예측 불가능하다입니다.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 원인을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일입니다. 잘 된다 해도 온전히 당신 덕이 아니고, 잘못된다 해도 오로지 당신 탓이 아닌 겁니다. 이런 미래를 두고 통제, 지배하려는 의지가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거라는 걸 짚어줍니다. 결국 우리는 불확실성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신화 속에서 깨달아갑니다.


전 세계 신화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용에 담긴 의미를 짚어보는 시간도 흥미진진합니다. 악으로 간주해 결전을 치르는 소재로 흔한 서양 신화와 달리 동양의 용은 수호, 제왕의 역할을 합니다. 인도 신화에서는 뱀 아난타를 숭배하기도 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출몰하는 용의 진실을 통해 <나를 위한 신화력>은 인간의 본질을 탐색합니다.


특히 욕망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모든 밑바닥에는 굶주림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화. 굶주림만 한 형벌은 없습니다. 호메로스 <오디세이아>에는 탄탈로스가 굶주립니다. 물을 마시려 하면 물이 말라버리고, 과일을 따려고 하면 나뭇가지가 멀리 달아나 영원한 굶주림에 시달립니다. 굶주림은 곧 욕망이 충족되지 않는 괴로움입니다. 동양에는 비슷한 의미로 '아귀'가 있습니다. 먹을 것을 두고 죽도록 싸웁니다. 현대인에게는 이 굶주림이 욕망보다 박탈감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씁쓸한 현실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랜 서사시의 주인공이자 우루크의 왕 길가메시.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길을 떠난 길가메시는 죽음 너머의 세계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그 스스로는 결국 주어진 수명만큼만 살다 죽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젊음과 장수를 집착하는 현대인은 노화와 죽음의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진정한 불로장생의 의미를 길가메시 이야기와 연결해 들려줍니다.


신화를 탐색하다 보면 냉소, 절망, 불안, 의문의 상당 부분이 해소된다는 저자는 <나를 위한 신화력>을 통해 동서양 신화 속 지혜와 통찰을 65점의 동서양 명화와 함께 보여줍니다. 신화 자체의 스토리텔링을 단순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인간 본질의 궁금증을 담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세계 곳곳의 신화들이 어떤 답을 내놓고 있는지 쏙쏙 뽑아내고 있습니다. 수많은 신화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저자의 해박한 신화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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