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집 - 결국 생각의 차이가 인생의 차이를 만든다
안도 아키코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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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생각을 편집한다는 매력적인 제목에 끌려 읽은 책입니다. 영상 편집처럼 기능의 이미지를 넘어선 편집. 온갖 형태의 정보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우리가 잡다한 정보를 일상으로 받아들여 쉴 새 없이 편집하는 행위를 편집공학이라고 합니다. 엄청난 속도와 양의 정보가 쏟아지는 현실에서 그러고 보면 우리는 의식하든 안 하든 매 순간 편집이라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일본 최고 지성집단 편집공학 연구소에서 개발한 편집공학의 10가지 사고법을 담은 책 <생각의 편집>. 편집의 구조를 하나하나 밝히면서 사람과 사회의 힘으로 응용해 나가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낯선 용어가 많아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직접 실천해 볼 수 있는 워크시트도 수록되어 있어 이론과 실천까지 해결할 수 있는 구성의 책입니다.


언어학습에서 한 문장이 아닌 최소한 필요한 단어를 묶음으로 기억하는 청킹. 의미의 덩어리화는 평소 전화번호를 3~4개로 끊어 기억하듯 자연스럽게 사용해오던 것입니다. 청킹을 자유자재로 분절하는 것이 바로 편집력이 발동되는 첫걸음이라고 합니다. 이미 세상은 여러 장르로 나뉘어 있지만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롭게 묶으면 또 다른 기회가 생긴다는 걸 이야기하는 겁니다.


편집의 기본은 정보가 다면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조합을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관점으로 탄생되는 겁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발상을 이끌어 내는 생각법인 셈이지요. 나라마다 개그 코드가 다르듯 스키마, 프레임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인식의 틀인 프레임을 넘나들면서 사고해야 흔히 말하는 상상력, 창의성이 발현됩니다.


<생각의 편집>에서는 고정관념 탈피를 위한 다양한 스킬을 소개하는데, 특히 비슷한 것을 추론하는 아날로지의 힘에 주목합니다. 이것은 ~같은 것이야 하는 것들이 바로 아날로지입니다. 개인의 경험과 기억의 데이터베이스를 조합해야 움직입니다.


조금만 관점을 벗어나면 지금 보이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줍니다. 관계 발견의 원동력이 되는 아날로지는 누구에게나 잠재된 능력이라고 합니다. 결단력 있는 가설로 비약하는 어브덕션, 환경이 부여하고 제공하는 의미나 가치를 유연하게 다시 파악하는 어포던스까지 고루 갖추면 우리의 편집력이 탁월해집니다. 편집공학에서는 아날로지, 어브덕션, 어포던스를 3A라고 부르며 어떤 사실을 바탕으로 다른 일을 짐작하는 3A의 힘을 강조합니다.


편집공학에서 본질을 파악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는데요. 창의성 없이 판에 박힌 생각인 스테레오 타입, 일반적 개념에 의해 나타나는 프로토 타입에서 벗어나 장벽 뒤에 숨은 진짜 모습을 발견하는 아키 타입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카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스테레오 타입은 스타벅스 같은 것이라고 대답하고, 프로토 타입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조금 멋진 가게로 대답하지만 아키 타입은 휴식을 취하는 곳 혹은 사무 공간, 독서실 등의 다채로운 답변이 튀어납니다. 생각해 보니 이 아키 타입과 같은 생각은 아이들이 무척 잘 하지 않던가요. 기막히면서도 기발한 말을 내뱉는 아이들의 사고방식을 어느 순간 잃어버린 채 살아온 어른의 사고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인간의 편집력에 크게 관여되어 있는 다양한 기법을 소개하는 <생각의 편집>. 이 모든 것은 단단히 고정화된 프레임으로부터 밖으로 나가는 기술들입니다. 친숙한 것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편집력을 발휘하도록 재능을 열어주는 편집사고의 10가지 방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정보와 정보 사이에서 관계성을 발견하고 다양한 편집 기법을 직접 실천해 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세계관을 유연하게 다시 파악하는 접근법이니 만큼 친숙한 사고로부터 벗어나는 건 아무래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고착된 사고방식을 건드리는 만큼 이 책의 이야기가 꽤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고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워크시트 활동을 몇 차례 이어가다 보면 일상 속에서 폭넓게 활용해 볼 수 있는 사고법이라는 걸 곧 깨닫게 됩니다. 수많은 생각 중 내 삶을 지탱할 진짜 생각을 찾아내도록 생각의 넓이와 깊이를 확장시키는 인문교양 도서 <생각의 편집>. 편집공학 세계관을 기반으로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편집의 모험을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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