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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조선 -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질병과 의료, 명의 이야기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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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셀러 실록가 박영규의 조선 탐사는 어디까지?!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에 이어 왕비, 왕실 로맨스, 범죄, 전쟁, 명저 등을 주제로 다채롭게 조선을 선보인 박영규 저자가 이번엔 500년 조선 의료의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메디컬 조선>은 조선 의료 시설부터 조선 백성을 위협한 10대 질병, 왕이 앓았던 질병과 사인, 의료 최전선에서 일한 명의들, 조선 의학을 지탱한 의학 전문 서적까지 조선 생로병사 풍속도를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먼저 의관을 선발하고 약재 재배를 관장한 조선 의료 행정의 중심 전의감, 실질적 수장이 어의인 왕실 전담 병원 내의원, 서민 의료 전담 병원 혜민서, 행려병자 수용시설 활인서 등 조선의 의료 체계와 의료 시설을 소개합니다.
의녀에 대해서도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어요. 여자로만 구성된 의사 집단인 의녀를 어떻게 양성하고, 어떤 일들을 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로 익숙한 조선시대 대표 어의녀 대장금은 무려 20여 년 동안 어의녀를 지낸 대단한 인물이었지요. 조선의 의녀들은 당시 여자 경찰 역할, 죄인들의 건강 관리는 물론이고 왕이 밤에 궁궐 바깥에서 거동할 때 횃불 드는 역할 등 온갖 잡다한 일을 수행했었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조선 시대에도 찜질방이 있었다는 사실! 지금의 찜질방과 유사한 한증소에서 땀을 내면 병이 나으리라는 생각에 병이 심하고 기운이 약한 환자들이 사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었다고 하네요. 이후 한증소는 사라지고 민간에서 한증막이라는 이름으로 명맥이 유지되었으니 한증막이라는 이름은 익숙하지요?
최근 한국인 기대 수명은 83.3세이지만, 조선시대 기대 수명은 50대에 수명은 평균 30대 중반이었다고 합니다. 만 60세 환갑이 장수의 기준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감기와 독감이 구분되지 않아 감기를 무척 두려워했습니다. 감기에 걸렸다고 하면 관리들은 출근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고, 아끼는 신하가 감기에 걸리면 왕은 어의를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세종도 사신을 만나지 않으려 할 때 핑계로 삼을 정도로 조선인에겐 두려운 질병이었습니다.
<메디컬 조선>에서 정리한 조선시대 10대 질병은 감기 외에도 종기, 치질, 소갈증(당뇨), 중풍(뇌졸중), 홍역, 천연두, 학질(말라리아), 염병(장티푸스), 나병(한센병)이 있습니다. 우리가 요즘도 흔히 쓰는 말인 '학을 떼다', '염병하네'가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지금도 심각한 병을 그때는 어떻게 치료했는지, 현재 의학 수준에서 이제는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들을 그때는 치료제 없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치질이 10대 질병에 포함된 건 의외였는데 없는 집이 드물었고, 고질병일 정도로 흔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종기는 정말 골칫덩이였나 봅니다. 태종은 종기 때문에 세종에게 왕위 선위하겠다는 말을 했고, 정승 황희도 사직을 청했을 정도입니다.
조선 역사상 27명의 왕 중 지병이 없었던 태조와 영조 외에는 모두 고생이 심했다고 합니다. 종기를 앓다 죽은 문종, 감기를 앓다 돌연사해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은 예종, 위암으로 예상되는 세조의 죽음, 기록으로 유추해 현대 의학 관점에서 대장암으로 죽은 성종 등 조선의 왕들은 어떤 병을 앓았고, 어떤 치료를 받다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메디컬 조선>에서 소개합니다.
어머니가 두 왕에게 만병의 근원이 되었던 역사도 있습니다. 인종의 계모이자 명종의 친모였던 문정왕후는 두 왕의 스트레스에 일조를 했었군요. 둘 다 스트레스가 원인인 심열증을 앓았었다고 합니다. 종기 치료를 받다 피가 멎지 않아 죽음을 맞이한 효종처럼 의료 사고는 왕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역시 종기 치료를 받던 중 24일 만에 급사해 독살설이 가설로 있을 정도인 정조도 있습니다.
<승정원일기>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조선의 명의 10인도 소개됩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태조 이성계를 회생시킨 양홍달, 의술뿐만 아니라 인격도 매우 훌륭했다는 조선 초기 명의 노중례, 의녀로서 유일한 임금 주치의 역할을 한 대장금, 동방의 편작으로 불린 허준 등 시대를 풍미한 명의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의관은 아니었지만 정약용의 활약은 조선 의료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홍역 치료 책도 썼고, 천연두 예방접종법인 종두법 역시 처음으로 조선에 소개한 인물이 정약용이었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팬데믹을 겪는 요즘처럼 그 당시에도 귀신보다 무서웠다는 천연두가 대창궐하면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했었다고 하니 전염병에 대처하는 방법은 닮았습니다.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담긴 조선의 의학.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의학 유산의 중심인 의학 서적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메디컬 조선>에서는 조선 의학의 초석이 된 의서들을 소개합니다. 동양의학을 이야기할 때 중국의 의서이지만 한의학의 뿌리인 <황제내경>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의서인 고려 시대에 편찬돼 조선시대에도 가장 애용한 의서가 된 <향약구급방>, 세종의 염원을 담은 조선 최초의 의학 사전 <향약집성방>, 조선 최대 의학 백과사전 <의방유취>, 현재까지도 한의사들의 처방에 많이 활용되는 동양의학을 대표하는 <동의보감>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조선인들의 질병에 대한 끈질긴 투쟁의 역사를 조명하기 위해 쓴 <메디컬 조선>. 조선인들의 값진 투쟁이 담긴 조선 의학사를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조선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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