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양털 조끼의 세계 여행 - 우리 앞에 펼쳐진 세계화의 진실
볼프강 코른 지음, 이수영 옮김, 김은혜 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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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보다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을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요즘, 세계화의 물결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품이 만들어진 나라는 그 제품의 긴 생애에서 하나의 정거장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수많은 제품들의 여행은 원료를 구입하는 단계에서 시작해 쓰레기 처리장이나 재활용 센터 등으로 이어집니다.


저자는 청소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계화와 관련한 글을 쓰던 시점에서 고민에 빠집니다. 이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최적의 제품을 선정해야 하는데 마땅한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아프리카 난민을 다룬 프로그램을 보다가 해안에 도착한 난민 중 한 청년이 입은 옷에 주목합니다. 그 옷은 몇 개월 전 헌옷 수거함에 버린 자신의 조끼였습니다. 심지어 붉은 포도주 자국까지 같으니 그것이 내 조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이 책의 주인공으로 삼기에 이릅니다.


독일의 헌옷 수거함에서 나온 빨간색 인조 양털 조끼를 입은 아프리카 청년은 어쩌다가 대서양을 표류하게 되었을까? 그 조끼는 어떻게 아프리카로 보내졌을까? 조끼는 어디서 만들어졌고, 조끼의 연료는 어디서 구했을까?


<빨간 양털 조끼의 세계 여행>은 조끼의 여정을 추적하며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세계화와 공정무역에 대해 알아보는 책입니다. 꽤 폭넓고 깊은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매력적인 책입니다.


풍부한 석유와 현명한 경제정책으로 세계화의 승자로 일컫는 석유 부국 두바이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지구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는 매우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있습니다. 두바이 노동자들의 일상과 세계 최고층 건물의 초호화 분위기를 극명하게 비교하는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인상 깊습니다. 유조선은 석유를 가득 싣고 방글라데시로 이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낡은 유조선의 위험성도 짚어줍니다.


석유가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 숨겨진 방글라데시 치타공의 염색 공장과 섬유 공장의 암담한 현실은 노동 환경의 다양한 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16시간째 쉬지 않고 재봉질을 하는 환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옷이 완성되면 컨테이너선에 실려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항구 싱가포르로 이동합니다. 컨테이너선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조선업이 소개되어 있어 신기했어요.


해적 습격을 피해 드디어 독일 함부르크의 항구로 도착한 컨테이너는 세관 통관 후 백화점 물류 센터로 향합니다. 그리고 저자가 이 조끼를 구입하게 되기까지의 여정이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헌옷 수거함에 버린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의류 재활용 회사를 취재하며 헌옷의 향방을 알게 됩니다. 그중 헌옷 컨테이너 사례를 소개합니다. 아프리카로 향한 화물이 세네갈에 도착해 한 청년의 손에 들어가기까지의 여정은 파란만장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아프리카로 보내지는 헌옷이 오히려 아프리카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는 겁니다. 아프리카 내에서의 의류 생산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빨간 양털 조끼가 아프리카 난민의 보트 여정을 함께 하는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공정한 무역 정책을 펼치도록 끊임없이 문제 제기하는 거라고 짚어줍니다. 다른 대륙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우리에겐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인 양 행동해선 안된다고 강조합니다.


소비자로서 이 옷은 어느 나라에서 수입되었고,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졌고, 이 옷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었고,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발생했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쓰레기가 발생할 것인지.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의 노동 조건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고려 없이 그저 싼 물건에만 초점 맞춰선 안되는 이유를 알게 해주는 책입니다.


흔한 물건에 담긴 세계 여러 나라 노동자를 생각해 보는 사회적 연대감과 환경 문제 및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와 공정무역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일깨우는 멋진 책입니다. 얇은 분량이지만 다루고 있는 지식의 깊이가 남다릅니다. 중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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