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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섬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41
다비드 칼리 지음, 클라우디아 팔마루치 그림, 이현경 옮김, 황보연 감수 / 웅진주니어 / 2021년 5월
평점 :
환상적인 스토리텔링과 톤 다운된 색감의 조화가 멋진 그림책 <그림자의 섬>. 어른이 되어서도 그림책을 좋아하는 분, 환경 그림책 중 예술 작품과도 같은 그림책을 찾으셨던 분들이라면 이 책 후회 없을 거예요. 무거운 주제를 다룬 그림책이지만, 책장을 덮고서도 한참을 가슴 두근거리게 하고 깊은 여운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 다비드 칼리와 클라우디아 팔마루치의 역작 <그림자의 섬>. 이름 없는 숲속, '소원의 늪'과 '잃어버린 시간의 폭포' 사이에 '꿈의 그늘'이 있습니다. 이곳엔 숲속 동물들을 상담하고 치료하는 왈라비 박사가 있습니다. 전공은 악몽 치료입니다.
오늘도 환자들이 악몽을 들려줍니다. 거대한 발에 짓밟히는 꿈, 밤새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 등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왈라비 박사는 딩고 시리오와 함께 악몽 사냥에 나섭니다. 딩고 시리오가 악몽을 어떻게 먹어 치우는지 표현되어 있는데, 나중에 그 의미를 깨닫게 되면 다시 한번 더 들춰보게 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가 찾아와 악몽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이 악몽은 그 어떤 악몽과도 닮지 않았습니다. 텅 비어 있는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어둠만 보이는 악몽. 으스스한 느낌이 제대로입니다. 동물 이름에서 눈치챈 독자가 있을 테지요. 테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는 1936년 동물원에 살던 마지막 개체가 폐사하며 절멸한 동물입니다. 이 동물은 호주로 이주한 인간의 남획으로 인해 멸종에 이르렀습니다.
어둠만 보이는 악몽은 지구에서 사라진 생명들의 외침입니다. <그림자의 섬>에 등장하는 동물은 모두 멸종 또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입니다. <그림자의 섬> 표지의 제목 글씨를 다시 한 번 확인해보세요. 또렷한 글씨가 아니라 사라지고 있는 모양으로 표현되었습니다.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이해 그린피스는 태안 바닷가에서 샌드 드로잉 아트로 의미 있는 영상을 남겼습니다. 한반도 자생 멸종 위기종(구상나무, 까막딱따구리, 하늘다람쥐, 사향노루, 붉은점모시나비) 5종과 사람을 모래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파도에 의해 조금씩 사라지는 모습이 충격적입니다.
생태계를 보호하지 못한 인간은 생물 다양성의 붕괴가 미칠 영향을 여전히 실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동식물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 전체를 의미합니다. 2030년경에는 동식물의 2%가 절멸할 것으로 추정하고, 이번 세기의 말에 이르면 절반이 사라질 거라고 경고합니다. 그리고 어느 종이 멸종했을 때 생태계에 어떤 뜻밖의 악영향이 일어날지 모를 일입니다.
생물 다양성에 대한 경각심을 보여주는 그림책 <그림자의 섬>. 악몽이라는 두려움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감성적 접근은 환경과 공존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할 수 있는 스위치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