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2차 세계대전 인포그래픽 ㅣ 건들건들 컬렉션
장 로페즈 외 지음, 김보희 옮김 / 레드리버 / 2021년 5월
평점 :
20세기 가장 잔혹했던 공포의 기간,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은 수많은 숫자들을 남겼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인포그래픽>은 이 데이터들을 53개의 주제로 정리해 구현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니콜라 기유라의 데이터 디자인 기술이 접목되어 총 357개의 지도와 그래픽 자료가 탄생했습니다.
밀리터리덕후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제2차 세계대전 인포그래픽>. 세계대전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돕는데 목표를 둔 책인 만큼 데이터를 통해 다각도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책입니다. 인포그래픽이 익숙하지 않아도 핵심 스토리텔링이 있어 시각화된 데이터 자료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왜 일어나게 됐는지부터 시작합니다. 사실 히틀러에게만 집중해온 기존 스토리텔링에 익숙한 저는 이 배경에서부터 놀라운 역사적 지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유럽 민주주의가 어떻게 몰락하고 있었는지 극우주의의 물결을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는 데이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세계를 대상으로 전쟁을 치르는 데 있어 경제력이 전쟁의 승패를 가른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확연히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전쟁 초중반까지는 군사적 요소가 우세하던 추축국. 대규모 약탈과 정복에도 불구하고 GDP 통계로 경제력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추축국과 연합국의 격차를 도표로 확인하니 전쟁의 승리를 위해 필수적인 핵심 전략물자 생산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그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다가 왜 독일 전차 파괴력이 그토록 우수했음에도 밀리게 되었는지 궁금했었어요. 한 대의 독일 전차가 네 대의 연합국 전차를 파괴할 정도였는데 말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양으로 질을 보완한 연합국의 경제력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전쟁 전에는 추축국이 훨씬 우월했지만 전쟁 중후반에 특히 미국의 생산량이 압도적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연관성을 알게 되니 전쟁도 결국 인구 싸움이구나 싶더라고요. 노동력 및 인력 부족은 결국 생산량에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미국의 무기대여법은 파국 직전에 놓인 영국을 살렸습니다. 그 외 연합국에 상당한 지원을 하게 되지요. 군수품 지원 규모를 데이터로 확인하니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전쟁이 끝날 즈음 왜 미국은 부흥해졌고, 소련은 기근에 대한 공포에 끊임없이 시달리게 되는지 그 부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계 전쟁은 상상이상으로 복합적인 일이라는 걸 보여주는 <제2차 세계대전 인포그래픽>. 물적, 인적 배경과 무기와 병력 상황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의 진행 과정을 수많은 자료의 맥락과 해석을 통해 내놓습니다.
저자는 '과연 정말 그랬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라고 합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바라보는 제2차 세계대전은 영화나 소설에서 봤던 긴장감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승패를 예측할 수 있게 합니다. 하지만 데이터에는 인간의 마음이 빠져있습니다. 직간접적으로 전쟁이라는 상황에 떨궈진 이들 말입니다.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는 얼마나 비등비등하든 압도적이든 다 무슨 소용일까 싶어요. (사실 베트남 전쟁 인포그래픽이 이 시점에서 무척 궁금해집니다.) 그럼에도 인포그래픽으로 만나는 제2차 세계대전은 스토리텔링으로만 만나온 역사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간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은 군 인명 피해보다 민간인 인명 피해가 훨씬 컸다는 사실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자료는 몇 페이지에 걸칠 정도입니다. 유럽 내 유대인 총인구 대비 58.41% 사망자 수가 나오기까지 잔혹사를 선명히 보여줍니다. 피해가 어마어마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던 것과 데이터로 확인하는 일은 또 다른 느낌을 안겨주네요.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추축국 일본의 상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부분에서 아무래도 방대한 데이터를 한정된 분량의 책에 표현하다 보니 유럽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일본의 생체실험 연구부대 731부대에 대한 언급은 있었지만 관련 데이터는 빠져서 아쉬웠어요. 반면 동인도 지역의 석유 자원을 손에 넣었음에도 도쿄까지 수송하는 문제에서 유조선 대부분이 미군에 의해 격침되면서 결국 전쟁의 추진력을 잃게 되었다는 등 이번 기회에 접할 수 있었던 정보들도 많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와 작전, 결과 및 피해 규모까지 거대한 전쟁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각 디자인을 만날 수 있는 <제2차 세계대전 인포그래픽>. 제2차 세계대전의 전체 줄기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 책을 보면 훨씬 유용할 것 같습니다. 유튜브 밀리터리 채널 '건들건들'과 밀리터리 전문 출판사 레드리버가 함께한 건들건들 컬렉션 시리즈에 포함되었습니다. 인포그래픽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정리한 책은 찾아보기 힘든 만큼 밀덕 소장책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