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의 빵 심부름 상상그림책 1
장 바티스트 드루오 지음, 이화연 옮김 / 옐로스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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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심부름을 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을 때, 벌써 이렇게 자랐구나 뭉클한 감동의 순간 기억하시나요. 아이가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엄마의 머릿속엔 오가는 길에 일어날 수 있는 (전혀 일어날 가능성은 없지만) 온갖 장애물들이 떠오릅니다. 무사히 돌아오면 걱정했던 기억은 깡그리 사라지고 대견하다는 마음만 가득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머릿속은 어떨까요. 엄마의 불안과는 다른 종류의 아이만의 설렘과 걱정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심부름을 보내기 전 엄마가 일러준 것들에서 벗어난 일이 갑자기 생기는 경우엔 어떡할까요. <그레이엄의 빵 심부름>에서는 엄마의 빵 심부름으로 길을 나선 그레이엄에게 닥친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보여줍니다.


만화 같은 프레임 속에 수채화풍의 부드러운 그림이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느낌입니다. 작은 농장에서 사는 그레이엄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보세요.


빵이 떨어져 마을로 빵을 사러 가는 그레이엄. 그레이엄은 심부름이 즐겁습니다. 마을로 가는 길에 만나는 자연이 좋으니까요. 그런데 이를 어쩌죠. 빵집 문이 닫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에게 심부름 보낼 때 문이 닫힌 가게 시뮬레이션은 한 번도 해보질 않았었네요.


엄마의 심부름이라는 소명을 가지고 길을 나섰으니, 허탈하게 돌아올 수는 없죠. 다른 마을의 빵집으로 갑니다. 그런데 그곳은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곳이라 사촌 형의 도움을 받아 갑니다. 하지만 그림이 심상찮습니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날씨가 나빠지고 있네요. 결국 배가 난파해 그레이엄은 어떤 섬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쯤 되면 일상생활 그림책이라고 생각했던 <그레이엄의 빵 심부름> 장르가 판타지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게다가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집니다. 악어족에게 잡혀 감옥살이 신세가 됩니다. 하지만 엄마 심부름 때문에라도 감옥에 갇혀 있을 수는 없습니다. 땅굴을 파서 탈출합니다. 자, 우리의 그레이엄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빵 심부름을 잊지 않습니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하는 위대한 심부름입니다.


그런데 그레이엄에게 닥친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줄줄이 터집니다. 처음엔 엥? 싶다가도 읽을수록 엉뚱미에 사로잡히게 될 겁니다. 저 너무 재미있어서 몇 번을 읽었어요. 게다가 그레이엄 표정이 넘넘 사랑스러운 거예요. 우울하다가도 해맑!


읽다가 완전 빵 터져 한참을 크큭댄 장면도 있어요. 너무나도 많은 모험을 겪다 보니 지칠 법한 그레이엄의 꿈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얘야, 그레이엄, 너 뭐 잊은 거 없니?"라니. 갑자기 현실로 훅 빠져나오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라고 하는군요. ㅋㅋㅋㅋㅋ ㅋㅋ 빵 심부름이 이토록 힘들 줄이야. 


2020년 다니엘 그롱데인상 수상, 2021년 퀘벡 서점상 선정 <그레이엄의 빵 심부름>. 엉뚱한 상상력의 끝을 만날 수 있는 재미있는 그림책입니다.


심부름을 떠나는 짧은 시간 동안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거리의 모습은 어떨까요. 그레이엄이 겪은 사건들은 현실 세상의 위험을 은유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즐거운 상상력을 펼치며 바라볼 수 있기도 합니다. 아이는 현관문을 나선 순간 위대한 모험꾼 모드가 되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나름의 고난과 역경을 겪고 무사히 돌아온 그레이엄처럼 우리 아이들도 집 밖을 나서는 일이 늘어날 때마다 한 뼘 성장하는 느낌입니다. 결말까지 완벽한 웃음을 선사하는 <그레이엄의 빵 심부름>, 엄마의 첫 심부름을 무사히 해낸 아이라면 그레이엄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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