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문장들 쓰는 존재 4
림태주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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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문장에 꽂힌 림태주 저자의 그리움 투쟁기 <그리움의 문장들>. 관계의 힘듦에 지친 이들에게 관계에 대한 안목을 높인 전작 <관계의 물리학>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림태주 저자의 책입니다. 2014년 <이 미친 그리움>의 복간본이에요. 절판으로 구하기 힘들어 아쉬워했던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되겠어요. 그때의 글을 다듬고 새로 더해 행성B '쓰는 존재' 시리즈의 네 번째 책으로 나왔습니다.


그리움에 얽힌 에피소드 외에도 생계형 책바치로서의 삶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담백한 은유가 일품인 문체는 림태주 저자만의 매력이라 골수팬도 많습니다. 약간의 유머 코드도 담겨 사차원적이다가도 본질을 꿰뚫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오가며 읽는 맛이 좋습니다.


<그리움의 문장들>은 그리움 찬가이기도 합니다. 림태주 저자는 그리움 학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만큼 그리움이 미쳐서 산 지 오래되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그리움에 파묻혀 질펀한 감정을 내뱉기만 하는 건 아닐까 싶겠지만, 딱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저자가 그리움을 대하는 것에서 나의 그리움을 되돌아보고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 될 겁니다.


I miss you. 그리움의 본질을 명료하게 표현한 문장이라고 합니다. 놓치다(miss)는 단어 하나가 주는 의미가 이렇게 그리움이랑 연결되다니. 살면서 놓쳐버린 수많은 것들이 바로 그리움의 전모입니다.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향수병처럼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있을 테고, 연인에 대한 그리움, 추억에 대한 그리움도 있을 겁니다. 보고픔, 기다림, 외로움의 합체이기도 한 그리움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발병하니 참 요상합니다.


그리움은 오롯이 나의 감정입니다. 나태주 시인도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라는 말로 단독 소유의 그리움을 표현했지요. 타의에 좌우되지 않는 그리움입니다. 자신 소유의 감정인 까닭에 그리움을 더욱 예찬할 수 있나 봅니다.


없는 것들에 대한 열망과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연민으로서의 그리움이 그저 과거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는 걸 <그리움의 문장들>을 읽으며 깨닫게 됩니다. 그리움 하수는 과거를 회상하는데 쓰지만, 그리움 고수가 될수록 내부로 물길을 터 나 자신을 그리워하는데 에너지를 쏟는다고 합니다. 바로 자기애가 되는 겁니다.


그리움의 몸살을 앓던 날도 있지만, 그리움 전문가답게 그리움에 묻히는 대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충분히 살아갈 힘을 얻는 림태주 저자. <그리움의 문장들>에서는 그리움의 속성을 깨달아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오래 그리워하고 싶은 인연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간간이 빵 터지게 하기도, 진한 여운을 남기기도 하면서 푸석푸석한 영혼을 촉촉이 만들어줍니다.


모든 것이 변해가도 지금은 계속 지금이고, 우리는 지금에만 머물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움은 그 느낌을 기억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흔적은 느낌의 편린이고 그것이 그리움의 실체라는 걸 림태주 저자는 알려줍니다.


덕분에 '지금'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지금이라는 눈부신 순간도 곧 흔적이 되고 말겠지만, 흔적도 지금을 통과해야 흔적으로 남을 수 있다."는 그의 문장이 너무나도 와닿습니다. 과거에 대한 집착과 자조와 푸념의 모습으로 대하는 그리움이 아니라 지금이라는 시간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전환될 수 있는 그리움의 효용을 보여주는 <그리움의 문장들>.


나의 그리움을 이야기하다 보면 누군가로부터 기억된다는 것의 의미로도 확장해봅니다. 나를 그리워하는 누군가를 정작 나는 기억하고 있을까요. 그리워해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움의 문장들>. 그리운 삶에 대해 게으르지 않겠다는 저자처럼 언젠가 나의 그리움이 될 지금에 집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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