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일기
문기현 지음 / 작가의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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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 애도일기의 오마주, 문기현 작가의 <감정일기>. 불현듯 사라져간 존재의 빈자리를 슬퍼하며, 그 삶을 묵묵히 지키며 살아가는 한 사람의 감정적인 이야기를 읽다 보면, 깊은 슬픔과 고독이란 감정의 끝은 어디일지 궁금해집니다. 그 답은 감정일기의 끝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인간은 감정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매번 느끼는 감정들 속에서 모든 시간을 추억하기 때문입니다." - 책 속에서


누구에게나 한 번쯤 '밤을 견딘다'는 말이 와닿는 때가 있습니다. 불안한 감정에 지배당하며 어쩔 줄 모르는 감정을 마주할 때는 사실 그런 감정을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한 채 감정에 허우적대기 일쑤입니다. 불안한 감정들이 일상을 지배할 즈음 작가는 감정에 대한 조금의 여유를, 삶에 대한 조금의 편안함을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유난히도 감정이 북받치는 날, 그런 날의 감정을 담담히 써 내려가는 <감정일기>. 아파하고 울고 있는 영혼에서 말을 건네듯 자신의 감정과 마주합니다. 지금의 감정들이 너무나도 밉고 이 감정이 언젠가는 휘날리듯이 사라지고 흩어질 거라는 것도 알지만, 그렇기에 또 가슴 아픈 양가적인 마음입니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작가가 어머니를 대신해 쓴 감정일기도 있습니다. 평생을 홀로 자식 뒷바라지한 어머니가 하지 못했던 말을 대신하는 작가의 글은 상실의 아픔을 간직한 어머니의 마음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노력한 흔적입니다. 스스로의 감정을 들여다보며 매만져온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거예요. 자신의 감정에 허우적대다 보면 다른 이의 감정에 공감하고 위로할 여유조차 없어지잖아요.


감정이 나를 가로막고 흔들어 놓는 날의 연속일 때는 세상에 넘쳐나는 좋은 말들도 진정 나를 위한 말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해답은 결국 내 안에 있는 거니까요. 그 감정을 돌아보며 나 자신을 찾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기에 <감정일기>를 쓴 세월은 결국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 됩니다.


문기현 작가는 아픈 마음의 시간을 보내고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자신에게 감사하고 있음을 표현합니다. 우리는 보통 감정을 죽인다는 말을 내뱉기도 하지요. 억지로 죽이기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없다는 것도 잘 알면서도, 그 순간에는 그렇게라도 무감각해지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 나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상처받은 감정은 마냥 나쁜 감정만이 아닌, 나를 이해하는 감정이 될 수 있다는 걸 <감정일기>에서 보여줍니다. 오히려 온전한 사람이기에 수많은 감정들을 배워가는 거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소중한 감정을 느끼며 울고 웃을 수 있음에 감사하는 겁니다.


<감정일기>는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을 시적으로 보여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감정과 현실, 두 가지 모두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일상을 기대하며 무수한 감정적인 변화를 겼었고, 그 상황을 이해하며 아파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감정이 없다', '감정을 잃었다'는 말은 무서운 말입니다. 그리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말았다'는 말은 더 무서운 말입니다.


느껴지고 공감하는 대로 이 삶을 표현하며 살아보라고 작가는 조곤조곤 들려주고 있습니다. 잦은 고독과 상처에 많은 시련을 버텨내는 이들이라면 <감정일기>를 함께해보세요. 누군가의 짙은 감정을 함께 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밤을 이겨낸 사람이기에 위로받고 공감할 수 있는 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언어로 대체할 수 없는 깊은 감정들은, 한숨으로 내쉬곤 하였어요." - 책 속에서


작가의 다음 책은 살아가면서 이해했던 삶의 진실, 성숙함을 말하는 책이 될 거라고 합니다. 내 감정을 오롯이 마주했기에 때때로 내려놓는 마음과 삶을 이해하는 법을 깨닫게 되는 여정을 보여준 <감정일기>. 긴 고독과 상처를 지나오며 그 끝을 마주 하고픈 이들에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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