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전쟁 - 모든 것을 파멸시킨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투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오키 다케시 지음, 박삼헌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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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6월 22일 독소불가침조약을 깨고 나치 독일과 동맹국 군대는 소련을 침공합니다. 이후 1945년까지 약 4년에 걸친 이 전쟁이 독소전쟁입니다. 2차 세계대전 '동부전선' 전투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저는 독소전쟁이라는 이름은 몰랐지만 2차 세계대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독일의 만행이 바로 독소전쟁 속에 포함된다는 것, 독소전쟁이 2차 세계대전의 핵심이자 주전장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독일현대사 국제정치사 전공의 오키 다케시 저자의 <독소전쟁>은 믿고 읽는 이와나미 시리즈에 포함된 책이어서 전쟁사에 낯선 저도 한 번쯤 읽어두고 싶어서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어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을 일반인 대상으로 접근한 입문서 <독소전쟁>, 2020년 신서대상을 수상한 책입니다.


동부전선은 핀란드부터 코카서스까지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전선입니다. 대규모 전투인 만큼 현대 육지전의 거의 모든 패턴이 전개된 군사사 관점에서도 매우 드는 전쟁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독소전쟁은 일반적인 전쟁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졌습니다. 비전투원 보호 따위 없는 세계관 전쟁이자, 절멸 전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실행되었고, 전투만이 아닌 집단학살과 수탈 및 포로학살 등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몰살 투쟁이 전개되었습니다.


종전 이후 수많은 자료와 저서가 쏟아져 나왔지만 역사수정주의에 입각한 왜곡된 자료들이 많았기에 오늘날까지도 해석의 요지가 많은 전쟁입니다. <독소전쟁>에서는 군사적인 면 외에도 정치, 외교, 경제,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살펴보면서 독소전쟁의 핵심을 짚어줍니다.


뛰어난 게르만 민족이 열등 인종 슬라브인을 노예화하기 위한 전쟁. 지금으로서는 어처구니없는 이유이지만 히틀러에게는 진리였습니다. 히틀러와 독일 국방군은 소련군을 '진흙으로 만든 머리 나쁜 거인'이라고 믿었고 2주 안에 승리한다고 호언장담했다고 하지요. 그리고 시대를 앞선 용병 사상에 전차, 항공기 같은 장비를 사용해 개전 일주일 만에 소련 영내 400킬로미터 지역까지 돌입하게 됩니다.


당시 소련의 스탈린은 독소전쟁 발발 경고 정보를 수차례 무시했고 결국 무방비 상태로 독일의 침략과 직면합니다. 소련은 당시 영국을 불신하고 있는 데다가 대숙청 이후 군사력도 약화된 상태의 불안정한 권력 기반을 둔 상황이었습니다. 전쟁 초반 소련군은 대패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소련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서방전투보다 치열했고, 패잔병들의 끊임없는 사소한 분쟁이 쌓여갑니다. <독소전쟁>에서는 숨겨진 터닝포인트인 스몰렌스크 전투를 포함해 4년에 걸쳐 전개된 전투들의 양상을 상세하게 들려줍니다. 단기 결전으로 승리를 얻을 수 있다고 낙관한 대가를 치르며 장기전이 불가피해진 형세가 되었습니다.


독소전쟁은 이데올로기에 지배당한 세계관 전쟁입니다. 그 기저에 깔린 히틀러의 사고방식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그의 이데올로기가 작동하게 되었는지 여정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2차 세계대전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아무래도 아우슈비츠 수용소일 겁니다. 독소전쟁은 수탈 전쟁이자 절멸 전쟁인 만큼 점령지의 자원과 노동력을 뺏는 건 기본이었습니다. 그 유명한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친위대 직속 특수기동대인 '출동부대'가 절멸 정책을 상징합니다. 나치 체제에 위험한 분자들을 원래는 이주시켜버리는 정책을 썼지만, 살육 쪽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엔 절멸수용소를 건설하기 시작합니다.


이러다 보니 소련의 세계관도 결국 내셔널리즘과 공산주의 체제 옹호가 융합되어 대독전쟁의 정당성을 부여해 인도적 대우는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소련이 전면 공세로 전환해 전선을 회복할 때 독일군이 했던 것처럼 복수를 했으니, 독소전쟁이 얼마나 참혹했을지 생각조차 하기 싫습니다.





군사용어를 모르는 독자나 생소한 지역 이름이 대거 등장해 지난한 여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인류 최악의 전쟁의 실태를 들여다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유럽의 분쟁에서 국제적인 전쟁으로 확대된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의 저자가 쓴 책인 만큼 그의 시선이 어떤지 살펴보는 흥미로운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생존이 걸린 전쟁에서 거대한 세력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으로 변질되어가는 독소전쟁. 결국 독일은 동독과 서독으로 분리되어 우리나라처럼 민족 분열이라는 형태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전쟁사, 군사사를 넘어 나치즘, 홀로코스트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독소전쟁>. 전쟁은 정치적으로 이용되기 마련입니다. 그동안 독소전쟁의 책임이 히틀러라는 한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미루어진 왜곡된 모습을 보여왔다면 <독소전쟁>은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밝혀진 새로운 사실도 다루면서 국가주의와 역사수정주의를 경계하는 저자의 관점이 반영되어 2차 세계대전의 핵심인 독소전쟁사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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