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나간 일기도둑 - 미취업 어른이의 세계 사람들 만난 이야기
박모카 지음 / 새벽감성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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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없이 삶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미취업 어른이 박모카 저자의 <세계로 나간 일기도둑>. 수직적인 문화를 싫어하고 매일 출근하는 것은 괴로워 꾸역꾸역 하루를 버텨내는 이들이라면 이 같은 고민에 공감할 겁니다. 학문의 길을 걷다가 1년간 백수의 삶을 선언한 박모카 저자,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발걸음을 세계로 향했습니다.


16개국을 돌아보는 장기 여행이다 보니 항공편을 알아보며 루트를 세우는 것부터 만만찮은 일입니다. 항공료가 저렴한 스톱오버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하다 보니 여행하기에는 좋지 않은 날씨라든지, 알짜배기 축제를 놓치기 일쑤였지만 <세계로 나간 일기도둑>의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관광지에 포커스를 맞추진 않은 여정이기에 문제 될 건 없어 보였어요.


항공권이 해결되면 다음은 숙소입니다. 장기 여행 시 예산 압박인 경우엔 에어비앤비도 결코 싼 건 아니어서 카우치서핑을 해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무작정 재워주세요 하면 리뷰가 전혀 없는 이용자는 거절당하기 십상이라 한국에서 먼저 카우치서핑 여행자를 직접 받아봤다고 합니다. 손님을 받아본 적이 있어야 여행 가서 이용할 때 도와줄 확률이 높아질 거라는 생각에 말이죠. 이 일도 장단점이 있지만 그들과 함께 있는 기간 동안 여행자들의 생생한 팁을 얻을 수 있다는 쏠쏠한 장점이 돋보였어요.


신물나는 준비과정에서 항공권과 숙박이 해결되면 일사천리죠. 짐싸기 팁도 눈길을 끕니다. 의외로 노트북은 다들 짐만 된다고 하더니 역시 그 말이 맞았고, 사람들에게 줄 선물로 적합한 것들도 알려줍니다. 꼭 하겠다고 마음먹고 챙겨간 것들은 실제로 거의 못해서 짐만 되었고, 짐칸이 아까워 챙기지 않았던 것들 중 간간이 필요했던 품목도 짚어줍니다. 한글이 프린트된 치마를 가져간 저자는 뉴욕에서 패피 느낌을 만끽하기도 했기에 생활한복도 좋은 아이템이라고 추천하고 있고, 원데이 클래스로 배운 사진 찍는 법을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보여줍니다.


미국 뉴욕과 마이애미를 거쳐 바하마에 이르는 여행 초반, 그의 가치관에 충돌하는 현지인을 만납니다. 직장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고 있던 박모카 저자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방법을 목격합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는 아집과 편견의 벽을 두드리는데 일조합니다.





여행은 돈 낭비라는 생각을 안 해 본 것도 아니었지만, 직접 가보니 인생에서 정말 잘한 일이라고 셀프칭찬할 정도로 세계여행은 시야를 넓혀줬다고 고백합니다. <세계로 나간 일기도둑>은 관광지를 찍는 여행이 아닌 현지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다른 장소에서 살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들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방법을 좀 더 깨닫게 된 셈입니다.


경영 과정 석사 출신이지만 회사가 망해 잠시 쉬는 동안 전기 자전거 투어를 기획한 바하마 현지인 이야기는 특히 인상 깊었어요. 몇 개월만 하다가 바지사장이나 하려 했는데 매일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가이드 일이 정말 재미있어서 계속하기로 했다는 거예요. 여행자들을 만나며 느끼는 것이 매번 다르다며,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얻는 무언가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진 가이드라면 행복한 여행이 될 것 같아요.


브라질 아마존 투어도 경이롭습니다. 전기도 없는 오지 여행을 생각했는데 온수, 에어컨이 다 있는 투어를 이용해 아마존에 일주일 간 머무른 저자의 에피소드를 보니 도전하고픈 마음이 절로 들더라고요. 자연을 그저 관찰하는 것을 넘어 자연을 오롯이 만끽하기까지, 아마존에서의 색다른 경험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박모카 저자의 인생 목표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직장 생활은 하지 않으면서 말이죠.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면서 성취감을 얻는 방법. 찾았을까요.


여러 곳에 지원서 넣고 합격이 되면 그곳의 경로만 따라다녔던 지난날에서 벗어나고 싶어 선택한 새로운 삶. 그 선택이 헛되지 않고 온전히 실행되도록 실천의 힘을 실어준 건 바로 세계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이었음을 보여주는 <세계로 나간 일기도둑>. 세계여행 그 이후의 삶을 응원하게 됩니다. 여행의 묘미는 그저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형태의 기적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깨달음을 나누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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