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 무엇이 우리의 노년을 결정하는가
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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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월스트리트저널이 나이듦에 관한 최고의 책으로 꼽은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Growing Young)>. 최신 과학과 심리학으로 밝혀낸 노화와 수명 연장의 비밀을 탐사한 여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6년 <네이처> '올해의 과학책'에 선정된 <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의 저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 마르타 자라스카는 건강한 노년의 핵심 조건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운동과 식습관 외에도 더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있다는 결론을 내놓습니다.


건강한 나이듦을 위한 최고의 방법으로 우리는 규칙적인 운동, 절제된 식습관을 잘 지켜나가는 거라고 굳건히 믿어왔습니다. 물론 중요하지요. 하지만 생각하는 만큼은 아니라는 걸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에서 알려줍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사망 위험도는 23~33퍼센트 낮출 수 있고, 식습관 관리 시에는 26퍼센트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족 및 친구 등 튼튼한 지원망을 형성 시에는 사망 위험도를 약 45퍼센트 낮출 수 있습니다. 더불어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바로 헌신적인 애정 관계입니다. 사망 위험도를 무려 49퍼센트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중해식단 붐이 일어났을 때 너도나도 지중해식단을 차렸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무엇을 먹는가 대신 어떻게 먹는가였던 겁니다. 흡연보다 만성 고독감이 사망 위험도를 무려 83퍼센트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건강하게 나이드는 사람들은 저녁 식사때 가족과 함께 합니다.


우리는 수치가 주는 안정성, 수량화할 수 있을 때의 안도감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우정, 친절, 공감 같은 것들은 100그램당 몇 밀리그램 식으로 잴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간과하기 쉬운 요인들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1인 가구의 비율이 높아지고,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요즘. 걱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은 수명 연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감정, 마음에 집중해 장수의 심리적, 사회적 원인을 탐사합니다. 이 과정에서 남녀의 수명이 차이나는 이유, 장수 유전자 미스터리, 왜 우울한 사람이 더 아픈지, 유기농 식품은 얼마나 몸에 좋은지, 부부싸움과 허리둘레의 연관성, 나눔과 스트레스에 관한 실험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우리 몸과 마음이 연결돼 있다는 걸 이해하고는 있습니다. 가짜약 효과처럼 심신 상관성이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스트레스가 온갖 질병의 요인 중 하나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식습관이나 운동은 눈에 보이게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스트레스 같은 정신적인 요인을 스스로 다루기엔 막막해지는 게 사실이지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하루에 대략 90개의 알약을 먹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건강보조제와 슈퍼푸드에 대한 오류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건 우리 땅에서 나는 먹거리면 충분합니다. 값싸고 평범한 것들 말이죠.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에서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이용해 건강을 개선하는 방법에 대한 현실성 있는 조언도 함께 합니다. 만성 고독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억지로 사회관계망 만들기에 뛰어들라는 조언은 하지 않습니다. 그것 말고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알려줍니다.


사회성 호르몬이라 부르는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같은 호르몬을 뿌리는 제품도 나와있지만 부작용의 위험성을 안고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합니다. 그보다 훨씬 안전한 방법이 있으니까요. 바로 '껴안기'입니다. 반려견과 오랫동안 시선을 주고받아도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니 얼마나 쉬운 방법인가요. 폴란드, 캐나다, 미국 등 이미 껴안기 전문점이 생겼습니다.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일이니 껴안기 전문가는 미래 유망 직업일 수도 있겠어요.


일상의 간단한 친절, 자원봉사 같은 것들이 어떻게 건강을 증진시키는지 이 책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건강에 좋은 식사와 운동이 가져오는 수명 연장 효과와 건강한 사회적 생활 방식이 가져오는 수명 연장 효과를 비교해보면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답이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큼 친밀한 접촉을 하고 있을까요.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표면적으로만 받아들이면 긍정적 자기 확신이면 다 되냐 식으로 끝날 수 있지만, 저자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그런 주장은 하지 않습니다. 예방과 관련이 있을 뿐입니다. 대신 건강에 대한 접근법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보라는 의도가 담긴 책입니다. 마음과 몸이 어떻게 연결되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는 건, 더 나은 인간으로서 성장하는데 마음을 쏟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수명 연장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사회적 개입 요소가 무엇인지 과학과 심리로 알려주는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온정, 삶의 목적, 공감, 친절. 인간 정신이 수명 연장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인식하고 나면, 사회적 삶을 개선하고 마음을 돌보는 데 더 노력하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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