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루스 웨어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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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웨어 작가의 신작이라 아묻따 일단 초이스한 책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깊은 숲속 저택의 파티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 데뷔작 <인 어 다크, 다크 우드>와 호화로운 크루즈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 <우먼 인 캐빈 10> 모두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밀실 살인 사건이어서 이 시대의 애거사 크리스티라는 호칭을 받는 작가 루스 웨어.


신작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도 마을과 떨어져 인적 없는 곳에 지어진 으리으리한 고택에서 벌어지는 일이어서 밀실의 공포감을 장착한 채 진행합니다.


스물일곱 살 로완은 스코틀랜드 교도소에서 변호사에서 편지를 씁니다. 자신은 결백하다고 무죄를 주장하는 편지입니다. 서간체 소설이다 보니 읽다 보면 로완이 나에게 말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 로완의 두서없는 말에는 덩달아 정신이 사나워지기도 하면서, 로완이 느끼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기분입니다.


로완은 입주 아이 돌보미로 일하다 죽은 둘째 딸의 살인 용의자가 되어 재판을 앞둔 상태입니다.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사건이고, 로완의 결백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은 로완이 어떻게 그 일자리를 얻게 되었는지,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시간대별로 보여줍니다.


어린이집에서 일하던 로완은 높은 급여와 근무조건이 완벽한 아이 돌보미 일자리를 우연히 발견하고 지원하게 됩니다. 열네 살 첫째 딸은 기숙사에 있어 주말에만 집에 오고, 여덟 살과 다섯 살 그리고 18개월 아기가 있는 집입니다. 맞벌이 부부가 집을 비워야 하는 일이 생겨 급히 사람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면접을 보러 직접 방문하러 저택으로 간 날, 따스함과 안락함이 느껴지는 소박한 빅토리아풍 저택에 반해버립니다. 표면적으로는 고택이지만 집안은 온통 스마트화되어 있어 스마트하우스라 불러도 손색없는 곳입니다. 한 마디로 돈 냄새가 풀풀 풍기는 집이었지요. 건축가 부부의 집답게 현대 기술을 아낌없이 퍼부어, 앱으로 집안의 모든 것을 한 방에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살짝 거슬리는 이야기는 있습니다. 아이들의 엄마는 이 저택이 귀신 나온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하지만 그런 건 다 미신이라며 일축합니다. 그리고 면접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헤어지기 전 둘째 딸이 한 말도 의아합니다. 여기 오지 마라고, 유령들이 싫어할 거라는 말을 했거든요.


하지만 로완의 입장에서는 이상한 소문들만 빼면 정말 완벽한 일자리였습니다. 1년이 지나도 이곳에서 계속 일하고 싶을 마음이 들 정도로 말이죠. 결국 헤더브레 저택에서 일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첫날. 상황은 기대한 만큼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무척 적대적으로 행동하고, 곳곳의 감시 카메라와 낯선 스마트 시스템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입니다. 두꺼운 카펫이 깔려있는 집에서 밤에 끼익… 끼익… 사람의 발자국 소리도 들립니다.


이 집에서 유일하게 열쇠로 열 수 있는 문이 있는 곳도 신경 쓰이게 하고, 출입 금지 구역이라는 화원도 신경 쓰입니다. 저택 바깥채 건물에서 지내는 운전사 겸 잡역부 잭이 곤란할 때마다 도움을 줘 호의를 가지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의뭉스러운 느낌도 없진 않습니다.


루스 웨어 작가의 묘사는 상상력 자극에 최고입니다. 정체불명의 그림자가 휙 지나가는 느낌이 나자 불을 켰는데 너무 환한 빛 때문에 유리에 오히려 내 모습만 비치고 바깥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거예요. 공포영화에서 미친 스릴감을 자아낼 때의 그 느낌입니다. 무서운 음향효과와 함께 갑자기 비친 내 모습에 화들짝 놀라 심장 쿵 떨어지는 걸 책을 읽으며 느낄 줄이야.


이런 스릴감은 열쇠구멍을 들여다보는 로완의 모습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심장 쫄깃해집니다. 상상하게 하는 맛이 제대로예요. 서간체와 감정 동요가 심한 로완의 정신 상태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마지막 페이지까지 순삭입니다.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은 고전 소설 <나사의 회전>을 재해석한 소설입니다. 외딴 저택에서 가정교사와 아이들과의 관계,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주 모티브는 같지만, <나사의 회전>은 열린 결말인데 반해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끝에 결말을 내놓고 있어 나름 명쾌하게 끝나는 걸 좋아하는 독자라면 만족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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