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도 괜찮아
이재범 지음 / 책수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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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꾸준히를 모토로 매일 글을 쓰는 이재범(핑크팬더) 저자의 에세이 <천천히 가도 괜찮아>. 그의 책 중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책으로 변한 내 인생>도 인상 깊게 읽었는데, 이번에는 어깨 힘을 빼고 유연한 자세로 쓴 읽기 부담없는 일상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끌리는 대로 펼쳐 읽어도 좋은 글이 모여있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패스트 도서 트렌드에 부합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은 글이에요. 저자의 이야기를 읽는데도 저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의 생각을 끌어내고 있어요. 공감대가 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거죠. 관계, 독서, 부에 대한 생각의 확장을 끌어내면서 내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일까'라는 첫 글에서부터 생각이 많아집니다. 길 가다 저 멀리서 아는 사람을 발견하면 어떻게 행동하나요? 일부러 알은척하러 가기도, 가까워지기 전에 얼른 슬쩍 피해버리기도 합니다. 저자가 말을 꺼내고서야 저는 제가 이런 행동을 한다는 걸 인지하게 되었어요.


내 행동을 반대로 생각해봅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일까를요. 반갑게 맞이할 존재인지, 부담스러운 존재인지. 이건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를 의식한다는 것과는 결이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오롯이 나에게 초점을 맞춰봅니다. <천천히 가도 괜찮아>는 나를 튼튼히 세우는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꾸준히 하니 뭐라도 되더라는 걸 몸소 보여주는 이재범(핑크팬더)저자. 평판이 있어 부러워하거나 폄하하는 대신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이야기합니다. 누구 인생이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건 아닌데도 자신의 인생에만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이제는 스스로 괴로운 상황을 만드는 일을 그만둘 때라고 합니다. 노력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무언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느낌. 내적 성장을 위한 독서가 그렇다고 하는데요. 변한 것도 없는 것 같고 얼마나 변했는지도 모르지만, 꽤 시간이 지난 후엔 뭔지 몰라도 변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결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일들은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런 노력이 습관처럼 쌓여야 합니다.


<책으로 변한 내 인생>에서 들려준 독서 이야기만큼이나 솔직 담백한 글이 이어집니다. 본업에서 출발해 꾸준히 책을 읽고 공부하며 자산을 늘려가는 긴 시간을 바라보고 이야기합니다. 여러 저자의 다양한 관점을 배우고 10%씩만 얻어도 그것들이 쌓이면 나중에 엄청난 힘이 된다고 말이죠. 순간순간 멈추고 생각하는 시간이 쌓이고 쌓이면 어제와 다른 내가 되는 거라고 조언합니다. 임계점이라는 건 어디에건 적용되는 말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시간을 참지 못하고 조급해 하는 일이 없도록 마음가짐을 다잡는 거겠지요.


매일같이 하기 싫은 걸 무의식적으로 해내야 변화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독서든 투자든 무엇인가 간절히 바라는 게 있을 때 '오늘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고민해 보게 합니다. 부족한 걸 불평하거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부족함을 채우려는 노력의 시간을 쌓아가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매일같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찮게 여긴 자투리 시간과 돈이 모여 지식이 되고 목돈이 되는데,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기대만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최근엔 내려놓고 쉼표를 찍는 삶에 대한 주제가 붐이었죠. 그런데 이것도 쉼표를 찍을 만큼 달려와야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포기 대신 쉼표니까요. 쉼표를 찍고 기다리는 것도 무언가에 도전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말입니다. 그만 고민하고 일단 해보자고 응원합니다.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도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소득과 자산의 관계에 관한 통찰은 예리합니다. 진정 여유 있게 쓸 수 있는 돈을 가진, 돈에 대한 본질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천천히 가도 괜찮아>에서 다룬 주제들은 하나씩 떼놓고 보면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되는 대로 살아가듯 스쳐 흘려보내는 대신 깊게 생각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역시 꾸준히 글 쓰는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대단한 부자 대신 그저 예전보다 좀 더 여유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인생, 사소해 보여도 내 것으로 만들기 힘든 그 무언가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발자국을 그려낸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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